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농담 한 송이

  • 2018-10-09 16:57:00
  •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농담 한 송이

- 허수경(1964~2018.10.3)

한 사람의 가장 서러운 곳으로 가서

농담 한 송이 따서 가져오고 싶다

그 아린 한 송이처럼 비리다가

끝끝내 서럽고 싶다

나비처럼 날아가다가 사라져도 좋을 만큼

살고 싶다

누가 한 사람의 가장 서러운 곳에 가서 농담 한 송이를 따올 수 있겠는가? 깊은 수렁에 빠진 사람이 엷은 미소를 띠고 말하는 농담은 어찌 ‘한 송이’가 아니겠는가? 그 한 송이의 근원이 슬픔일진대 아리고, 비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쁨은 함께 하기 쉽지만 슬픔은 나누기 어렵다. ‘끝끝내 서럽고 싶다’는 말은 네 슬픔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 너를 슬픔의 격류에 놓아두고 나 홀로 기쁨의 징검돌을 건너지 않겠다는 뜻이다. 저 시인은 고고학자이기도 했다. 저이가 발굴한 것은 지층 속 유물 몇 점이 아니라, 인간의 심층에 깃든 슬픔의 유허인 것처럼 보인다. 언령言靈이란 이런 것일까? 저이는 얼마 전 슬픔의 바다를 건너 나비의 소실점으로 사라져 버렸다.<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시선집중

ad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