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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소를 웃긴 꽃

  • 2018-10-16 17:17:20
  • 사외칼럼
- 윤희상

[시로 여는 수요일] 소를 웃긴 꽃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 밑에서

마침 꽃이 핀 거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나주 들판만 그런 게 아니더이다. 나도 곳곳에서 소를 웃긴 꽃을 보았소. 어릴 적 들판에 몰고나간 소들도 풀을 뜯으며 웃고 있더이다. 몽골 초원에서도 보았소. 소뿐 아니라 말과 양과 야크와 염소들이 꽃을 밟고, 꽃을 뜯어먹으며 꽃 위에 뜨거운 똥을 싸더이다. 꽃도 모르는 짐승들 같으니라고, 중얼거렸지만 정작 꽃을 모르는 건 나였소. 녀석들은 꽃을 뜯어먹고 꽃 똥을 싸며, 씨앗 뿌리고 거름 주고 있더이다. 요즘, 쇠고기 먹기는 쉬워졌는데 어느 들판을 지나도 꽃이 웃길 소는 구경하기 어렵더이다. 소를 들어 올리지 못하는 꽃들이 하릴없이 바람에 나부끼더이다.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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