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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방산 매출 사상 첫 감소..수요절벽·국산 외면 겹쳐 '앞길 막막'

<68> 방위산업 추락 현실화하나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방산 매출 사상 첫 감소..수요절벽·국산 외면 겹쳐 '앞길 막막'
지난 9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방위산업전’에서 외국 군 관계자들이 궤도장비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마침내 올 게 왔다. 방위산업의 매출 부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정부의 대응책이 없다는 비난도 나온다. 당연하다.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방위산업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오래전부터 경고음이 울렸지만 역대 정부가 눈감고 손 놓고 있다가 파국의 초입에 들어선 형국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렇게 되기까지 책임론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으나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방위산업을 망친 정권’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다. 국방예산 증가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해도 국내 방산업체 매출이 줄어든다면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는 국방비가 외국에 줄줄 빠져나간다는 점을 의미한다. 대안은 없을까.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방산 매출 사상 첫 감소..수요절벽·국산 외면 겹쳐 '앞길 막막'

◇ 2017년 방위산업 매출, 사상 최초 감소=
한국방위산업진흥회의 ‘2017 방산업체 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93개 방산지정 업체의 지난해 방산 부문 매출액은 12조7,6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줄었다. 감소폭도 크지만 감소 자체가 충격적이다. 방진회가 회원사의 방산 부문 경영실적을 취합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1983년 이후 매출액 감소는 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통계상으로는 ‘34년 만의 첫 매출 감소’지만 실제로는 국내 방위산업이 본격 시작된 1970년대 초중반(방진회 설립은 1976년) 이후 최초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외형보다 더 나쁘다. 방진회 회원사들의 전체 영업이익도 2014년 5,352억원, 2015년 4,710억원, 2016년 5,033억원에서 지난해에는 60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방위산업의 영업이익률은 0.5%로 같은 해 제조업 평균인 7.6%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세전순이익은 2016년 5,706억원에서 지난해 -696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2,184억원에서 -1,09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방진회는 “2002년부터 시작된 방산 부문의 흑자 기조가 2017년 적자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2018년도 실적, 더 나빠질 수도=올해 실적에서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들쭉날쭉한 수출과 생산제품의 고급화에 따른 연구개발비 증가, 납품 불량 및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방산업체가 부담하는 벌칙금) 증가라는 구조가 여전한 탓이다. 국내 간판 격인 방산업체마다 한결같이 이 같은 수렁에 빠진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통영함 납기 지연으로 1,000억원대의 지체상금을, 총기 제작업체인 S&T모티브도 복합소총 K-11과 관련해 1,000억원에 육박하는 지체상금을 각각 부과받았다. K2 흑표전차를 생산하는 현대로템은 변속기 납품업체의 결함에 대한 책임을 억지로 물며 거액의 지체상금을 물어야 할 처지다. 납품 지연이나 하자 시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지만 여기에도 역차별이 있다. 국외 조달의 경우 지체상금의 한도가 계약금액의 10%이지만 국내 조달은 지체상금의 상한선이 없다. 최근 몇몇 사례로 방산업체들은 지체상금 공포에 내몰린 상태다.

작년 적자전환..93개 기업 평균 영업이익률 0.5% 그쳐

정권마다 손놓고있다가 파국..‘지체상금’ 공포도 여전

‘국산 우선’ 원칙으로 신규생산·성능개선에 눈돌려야



◇내수 부진, 불가피…수요절벽 봉착 가능성=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 수요가 거의 끝나간다. 한국 육군과 해병대가 1987년부터 올해 말까지 지급받을 155㎜ 자주포는 2,200문이 넘는다. 동서 양 진영을 통틀어 이토록 짧은 기간에 이만한 자주포를 생산·배치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으로 한국군은 전 세계에서 대구경 자주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운용하는 군대로 떠올랐다. K-9 자주포가 세계 각지로 수출되는 것도 활발한 내수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11차 양산이 종료되면 K-9 자주포는 ‘아직도 생산 라인이 살아 있는 자주포’라는 메리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국내 수요를 더 늘리기는 무리다.

전차도 상황이 비슷하다. 현대로템 역시 지난 30년간 세계에서 전차를 가장 많이 제작한 회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86년 미국 크라이슬러사의 설계와 기술 판매로 ‘88전차’라는 이름의 K-1 전차를 생산한 뒤 지금까지 내놓은 K-1, K-1A1, K-2 전차는 모두 1,618량. 파생전차인 구난전차와 교량전차까지 합치면 총 생산량은 1,831량에 이른다. 그러나 2·3차 양산분까지 예정된 200대를 더 생산하고 나면 신규 전차 주문은 끊길 예정이다. 장갑차도 같은 처지에 있다. 한정된 예산에서 늘릴 수 있는 만큼 늘렸기에 더 생산할 여지가 거의 안 남았다.

◇이전 정권 난폭·역주행이 키운 방산 위기=수요절벽과 종산(終産)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되던 사안이었으나 어떤 정부도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방산은 단기 치적이나 포퓰리즘 차원에서 접근, 위기를 심화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방산 수출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정부라고 자부하지만 당시 맺은 대형 계약에는 부실 또는 불평등 계약이 많다. 수출협상 진행 중에 정부의 정보당국이 개입해 일사천리로 불평등 계약을 맺은 사례도, 대통령의 친인척 방문을 앞두고 계약을 급조한 사례도 있다. 일부 방산업체는 당시 수출기록을 세웠으나 아직까지 부실 처리에 애먹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는 국내 조달 무기 가격을 공사판 입찰식으로 결정하는 저가입찰제를 적용해 국산 무기의 질을 떨어뜨리는 단초를 제공했다.

박근혜 정부 밑에서는 ‘있지도 않은 방산비리’가 대규모 양산돼 당국과 업체의 사기는 물론 국민의 신뢰까지 떨어뜨렸다. 저가입찰제 탓에 저가 탐지장비를 갖출 수밖에 없었던 통영함의 ‘비리’가 적발된 뒤에 ‘방산비리는 이적행위에 다름아니다’라는 대통령의 언급이 나오며 검찰은 비리를 부풀리기에 바빴다. 구상권 청구액은 30억원에 그치면서도 미심쩍은 사업과 관련된 예산은 모두 비리로 몰아붙여 비리 규모를 무려 1조원대로 뻥튀기했다. 당시 우려됐던 방산업체와 당국자의 사기저하와 복지부동에 따른 방산 위축이 최근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방산 수출 실적이 나쁘면 ‘해외 수출에 도움이 안 된다’며 발표를 아예 하지 않고 방산 수출을 부풀리기 위해 비행장 건설공사를 방산 수출액에 포함시킨 적도 있다.

◇결국은 문재인 정부의 책임=현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전 정부의 잘못으로 더욱 증폭되고 구조화한 방산의 부진을 지금 정부의 탓으로는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해하지만 이전 정부에만 책임을 돌리려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태도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존속하는 한 어떤 정부든 이전 정부의 정책이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정부의 남은 과제는 원인 규명과 함께 대안 마련을 하는 것이다. 가장 큰 변수는 한반도 비핵화. 북핵 위기가 강조되며 외국산 고가 무기 도입에 주로 돌아가던 예산이 국내 무기 도입에 활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보다 근본적으로 국산 무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은 가격이 비싸도 국내 업체 우선을 분명하게 지킨다. 일본은 비싸도 200%까지는 국산 우선을 고집한다. 미국도 150%는 ‘미국산 먼저’ 정책이 적용된다. 방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 당국자들이 국산 무기가 있는데도 외국산을 들여오면서 ‘기술부족’을 이유로 든다”며 “애써 기술을 개발해 외국산과 동등한 제품을 제시할 때는 ‘가격이 비싸다’는 핑계를 댄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방산업체는 갈수록 배제되는 분위기다. 방산 위기를 맞아 정부는 수출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외면받은 국산 무기가 해외에서 팔릴 길을 찾기는 어렵다.

◇신규 생산 장려+기존 장비 업그레이드로 활로 찾아야=수요가 끝났다고 하지만 아직도 필요한 장비가 적지 않다. 전차가 대표적이다. 노무현 정권에서 세운 계획물량(680대)을 생산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장갑차 역시 새롭게 재생하면 전력 극대화가 가능하다. 요컨대 각종 보유장비의 보완과 업그레이드가 대안이다. 한국군은 한번 구매하면 폐기할 때까지 마르고 닳도록 사용하지만 장비를 업그레이드한 유례는 찾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의 방산업체들은 냉전 해체로 인한 수요 감소 위기를 맞아 규모 조정과 기존 장비성능 개선으로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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