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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통해 세상읽기]寢門三朝(침문삼조)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효도의 가장 기본은 혼정신성
함께사는 부모·자식 드물지만
영상통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안부 묻는게 선물보다도 우선

  • 2019-05-03 17:28:09
  • 사외칼럼
[고전 통해 세상읽기]寢門三朝(침문삼조)

[고전 통해 세상읽기]寢門三朝(침문삼조)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어 가정의 달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5월이 되면 효도가 많은 이야기에 주제로 등장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효도의 사회적 위상이 조선 시대에 비해 상당히 낮아졌다고 해도 부모님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된다. 효도라고 해도 시대마다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지는 역사적으로 변해왔다.

효의 가장 1차적 의미는 제사를 잘 지내는 것이었다. 고대 사회에서 사람은 자신의 노력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 또는 부모 세대가 일군 것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 때문에 효도는 후손이 지금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삶의 여건을 제공해준 조상을 기리는 행위와 관련이 됐다. 조상은 이미 죽었기 때문에 후손은 제사로 감사를 표현했다. 이 때문에 고대에 왕이라고 하더라도 지내야 할 제사를 게을리한다면 사람으로서 도리를 저버리는 일로 심한 비판을 받았다.

이런 의미의 효는 갑골문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 갑골문에서 ‘효(孝)’자는 ‘늙을 노(老)’자와 ‘자식 자(子)’자가 합쳐진 꼴로 나타난다. 이를 통속적으로 자식이 힘없는 노인을 부축하는 꼴로 풀이하고는 한다.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고대 사회에서 노인은 힘이 없어 부축해야 걸음을 옮기는 무기력한 존재가 아니라 오랜 경험을 통해 공동체가 나아갈 지혜를 가진 현자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효’자는 조상이 후손을 이끌어가는 공동의 운명을 잘 나타내고 있다. 조상이 일군 유무형의 자산이 효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승돼가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대규모 종족에서 가족이 사회를 이루는 기본 단위가 되자 효의 의미가 바뀌게 됐다. 때에 맞춰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만이 아니라 같이 살고 있는 부모를 잘 모시는 것이 중요하게 됐다. 부모를 잘 모시는 것 중에서 가장 기본이 ‘혼정신성(昏定晨省)’이다. 이는 ‘예기 곡례’에 나오는 말로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드리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해드리는 맥락에서 밤에는 부모의 잠자리를 봐 드리고 이른 아침에는 부모의 밤새 안부를 묻는다(범위인자지례 동온이하청 혼정이신성·凡爲人子之禮 冬溫而夏淸 昏定而晨省)’는 뜻이다. 훗날 혼정신성은 자식이 부모를 잘 섬기고 효성을 다함을 이르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됐다.

역사적으로 혼정신성과 관련해 주나라 문왕 희창(希昌)이 유명하다. 그는 세자 시절 아버지 왕계(王季)의 침실을 하루 세 차례 찾아가 문안 인사를 올렸다. 첫닭이 울면 희창은 의복을 갖추고 아버지의 침실을 찾아가 비서에게 안부를 묻고 편안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뻐했다. 정오와 저녁이 되면 첫닭이 울었던 때 했던 대로 반복했다. 이때 아버지가 편하지 않다고 하면 희창은 얼굴에 수심이 깃들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다가 나아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제정신을 차렸다. 이를 중국의 대표적인 효자의 행실을 모아놓은 ‘이십사효별록(二十四孝別錄)’에서 ‘침문삼조(寢門三朝)’라고 부른다. 왕계가 왕이고 희창은 세자 신분이라 자신이 직접 혼정신성을 하지 않았지만 침문삼조로 혼정신성의 취지를 살리고자 한 것이다. 이처럼 자식이 부모와 함께 살면서 혼정신성을 하지 않고는 아무리 값비싼 선물을 한다 하더라도 불효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은 자식이 부모와 같이 사는 경우가 드물다. 같이 살 만한 큰 집을 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직장을 따라 주거지를 구하다 보니 부모와 자식이 떨어져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효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혼정신성마저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혼정신성을 하지 않는다고 불효라고 할 수는 없다.

부모와 자식이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영상 통화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 보는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이 현대판 혼정신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안부(安否)’라는 말은 단어가 아니라 편안하게 잘 지내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뜻하는 문장이다. 이렇게 보면 안부를 물어 안과 부를 확인하는 것이 혼정신성의 취지와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변형된 혼정신성부터 하는 것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효도의 시작이지 않을까. 선물은 혼정신성 다음에 따라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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