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산업  >  바이오&ICT

"기업 '해보자는 정신' 퇴색…정부 혁신성장도 창업 발현에 부족"

[공학한림원 산업기술발전사 발간-석학들, 본지와 좌담]
훌륭한 기업가 이끌었던 산업
세계 수준에 오른 사례들 많아
산업기술 꽃 피우기 위해선
정권 관계없이 정책 연속성 필요

'기업 '해보자는 정신' 퇴색…정부 혁신성장도 창업 발현에 부족'
한국공학한림원 회원들이 3일 조선호텔에서 산업기술발전사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두 손을 맞잡고 웃고 있다. 장석인(왼쪽부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도훈 서강대 교수, 이형주 서울대 명예교수, 임승순 한양대 명예교수, 장승필 서울대 명예교수, 박항구 소암시스텔 회장, 최항순 서울대 명예교수(편찬기획위원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손욱 전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송달호 전 철도기술연구원장, 추지석 전 효성 부회장, 권욱현 서울대 명예교수, 김학민 서울대 교수, 송지용 인하대 교수. /사진제공=공학한림원

한국 산업계와 공대 등의 집단지성을 대변하는 한국공학한림원 석학들이 “기존 주요 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치권과 정부에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리더십 구축과 함께 산업혁신전략과 기업가정신 함양, 수평적 문화 확산과 창의성 있는 인재 양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3일 공학한림원이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국내 산업기술 70년사를 10대 산업별로 정리한 ‘한국산업기술발전사’ 출간 기자간담회에 이어 본지와 만나 “산업혁신과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산업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학한림원은 지난 4년간 500명가량의 전문가가 참여해 산업기술발전사를 편찬한 데 이어 반도체·통신 등 초격차 유지, 건설·자동차 등 산업구조 전환, 바이오·에너지 등 신산업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손욱 전 삼성종합기술원장(전 농심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와 관련해 “창의성을 어떻게든 살리고 수평적 조직문화와 생태계를 만들어 벤처가 우후죽순 일어나게 하는 게 살길”이라고 힘줘 말했다. 실제 지난 20여년간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 미국 페이스북과 구글 등이 수평적 조직문화로 창의력을 살리며 글로벌 기업으로 컸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모험정신을 갖춘 기업가정신도 강조했다. 권욱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과거에는 ‘기술력으로 돌파해보자’라든지 뭔가 해보자는 정신이 있었다. 지금은 사회적으로 평등이 앞서고 선택과 집중 전략이 없어지며 리더십에 대한 기대도 약해졌다”며 “정부의 혁신성장이 창업을 통해 발현돼야 하는데 창업가정신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변대규 휴맥스 회장과 이재원 슈프리마 사장 등 석·박사 지도학생 10명 이상을 벤처창업가로 키워냈고 이 중 7개사가 코스닥에 상장했다. 손 전 회장도 “훌륭한 기업가가 리드했던 산업이 세계적 수준에 오른 사례가 많다”며 농기계 분야에서 고(故) 김상만 대동공업 회장, 고 정인영 현대양행 회장 등을 꼽았다.

'기업 '해보자는 정신' 퇴색…정부 혁신성장도 창업 발현에 부족'



정권마다 바뀌는 정부 정책에 대한 질타도 있었다. 한국산업기술발전사 편찬위원장인 최항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부 정책이 너무 단기적이고 연속성을 잃어버렸다”며 “산업기술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이나 기업 계획이 장기적으로, 정권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미래를 담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이어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을 얘기하는데 각각 5년 동안 끝낼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위기 국면을 오히려 기회로 삼자는 제안도 나왔다. 박항구 소암시스텔 회장은 “화웨이가 처음에는 기술을 도용하다 미국에서 교육받은 고급 기술자를 많은 연봉을 주고 스카우트하고 정부 도움으로 기술력을 키웠다. 지금은 5G 실력에서 삼성과 대등한 수준”이라며 “다행히 미국이 견제해줘 당분간 삼성 등이 기를 펴게 됐으나 언제라도 반격당할 수 있다. 6G에서는 중국의 저력을 보면 우리나라가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 예측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의 산업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기술의 원천인 과학기술을 해외에서 가져왔고 선진국의 표본이 있어 시행착오는 많았지만 비교적 용이하게 배웠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부터는 자체 기술을 가져야겠다고 했으나 성과가 안 나타나는 게 문제”라며 “과학기술과 엔지니어링을 혁신해 시장에서 잘 팔리게 개발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손 전 회장도 “이면우 서울대 교수가 30여년 전부터 산학협동을 강조하는 ‘하이터치’로의 전환을 촉구했는데 연구개발(R&D)의 산업화에 역점을 쏟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산업별로 집적단지나 허브를 구축해 우수 연구자와 기업, 세계적 투자자금이 몰리게 해야 하는데 지역별로 너무 분산돼 있다고도 지적했다.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은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창의력을 토대로 한 신산업 발굴이 절실하다”며 “대학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10년이나 동결된 등록금을 풀고 과학기술의 산업화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체성 혼란에 빠진 25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정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달호 전 철도기술연구원장은 “출연연의 (산업이나 기술 등) 정책 기획능력이 과거보다 많이 약화됐는데 연구기능뿐 아니라 정책 기획능력이 부여돼야 한다”며 “공무원은 순환근무를 하고 산업계와 소통도 적어 전문성이 떨어지는데 반관반민 출연연의 정책 기능을 강화하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출연연 연구원들이 연구보다 정부나 기업에서 과제를 따는 데 더 바쁜 현실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