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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팩토리도, 합병도 "NO"…산업혁신 막아서는 '勞의 생떼'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
<1>3대 포퓰리즘에 휘청이는 기업-노동

  • 박성호 기자
  • 2019-06-12 17:30:09
스마트팩토리도, 합병도 'NO'…산업혁신 막아서는 '勞의 생떼'

# 지난해 11월 기아자동차는 250억원을 들여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 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973년에 세워져 국내에서 가장 노후화된 자동차 공장인 소하리 공장에 협동 로봇, 자동운전 지게차,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의 품질향상 시스템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아차의 계획은 노조의 반대에 시작도 하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달 단체협약 47조를 들며 스마트팩토리 전환과 관련해 사측이 함께하는 고용안정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 때문에 기아차의 첫 스마트팩토리 건설은 계획대로 진행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차로 시장재편 가속되지만

勞 “영향력 약해진다” 강력 반발

조선업 ‘고부가 선박’도 발목 잡혀



노조가 번번이 기업과 산업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 노동자 생존권을 앞세우고 있지만 정작 노조의 강경한 행동이 오히려 기업과 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가 기업 경영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과 개선보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떼쓰기’와 ‘실력행사’를 앞세우고 있지만 정작 이를 조정해야 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과정은 과거에 사로잡힌 노동운동이 미래를 위한 산업재편을 가로막은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시들어가는 국내 조선업을 살릴 유일한 방안으로 꼽힌다. 업황에 따라 늘 부침을 겪는 조선업계에서 거대 조선업체를 만들어 한국 기업 간 출혈경쟁을 멈추고 역량을 한데 모아 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들어내겠다는 현대중공업의 방향성은 대체로 옳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 과정에서 진행된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에 대해 주주총회장까지 점거하면서 극렬하게 반대했고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아예 합병을 위한 현대중공업의 현장 실사를 원천 봉쇄했다. 현대중공업의 계획상으로는 이달 중순까지 실사를 마무리해야 하지만 대우조선 노조는 실사를 막고 있다. 조용철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강영 전무 등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 10여명은 12일 거제 옥포조선소 정문을 쇠사슬을 걸어 봉쇄하고 있는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와의 대화를 시도했다. 지난 3일 실사를 시도하다 물러난 지 열흘 만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번에도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시도했던 한화컨소시엄은 실사에 거듭 실패한 가운데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수를 포기했다.

자동차 노조 역시 산업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부품 수가 현재 3만개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플랫폼을 기반한 생산이 활성화되면 공정도 단순화될 수밖에 없다. 공정의 단순화는 결국 기존보다 일자리가 감소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하지만 자동차 노조들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정년연장과 신규 인원 충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직된 노동 구조로 신음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년퇴직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원을 줄여 친환경 차량 시대의 생산체제를 대비하려고 하고 있지만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원이 줄면 노조원도 줄게 되고 이는 결국 노조의 힘이 약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한국 자동차 기업들의 가장 큰 과제이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흐름인데 노조의 요구는 이를 거스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5년간 도입을 추진했던 전력산업 경쟁체제는 발전노조의 반대로 답보 상태이며 최근에는 안랩 등 정보기술(IT) 업체 노조들까지도 사측의 경영 판단을 막고 있다.

기업과 대화땐 폭력적 실력 행사

중재 역할 할 정부는 수수방관만

문제는 노조가 기업과의 대화를 번번이 무시하면서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실력행사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이를 중재할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대중공업 주총을 불법 점거했던 노조가 집기를 부수고 정당한 기업의 실사를 훼방하고 있지만 합병이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고 했던 정부는 이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실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인수계약은 대우조선해양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 벌어진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사태도 마찬가지다. 타워크레인 노조의 파업은 무분별하게 도입된 무인 소형크레인 때문이다. 안전 문제는 물론 급격하게 늘어난 소형 크레인이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것이 타워크레인 노조의 주장이다. 문제는 안전 문제는 이전부터 제기됐던 것이고 정부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정부는 무인 소형 타워크레인의 확대를 방관하고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무인화는 ‘스마트 건설’과 관련해 정부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것”이라며 “하지만 정작 이번에 문제가 생기자 정부는 이를 현장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노동계의 지지에 힘입은 바가 큰 것도 사실이지만 더 이상 끌려다녀서는 기업이 먼저 죽을 수 있다”며 “노동자가 약자인 것은 맞지만 집단행동으로 불법 행동까지 눈감아 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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