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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드라마 왕국' 쟁탈전…지상파의 반격

지상파 '안방극장' 타이틀 안주 속
신선한 시도로 tvN 등 케이블 질주
넷플릭스 통해 블록버스터급 제작도
채널A·TV조선도 드라마 투자 강화
위기의 지상파, 넷플릭스에 문호 개방
글로벌 OTT 亞 진출로 경쟁 더 심화

  • 김현진 기자
  • 2019-06-13 11:36:51
  • 방송·연예 32면
[팝컬처]'드라마 왕국' 쟁탈전…지상파의 반격
tvN ‘아스달 연대기’ 포스터 /사진제공=tvN

1995년 선풍적인 인기를 끈 SBS 드라마 ‘모래시계’는 당시 방송을 보기 위해 집으로 향하는 시청자들이 많다고 해 ‘귀가시계’라는 별칭이 붙었다. ‘모래시계’의 최고 시청률은 64.5%에 달했다. 이후에도 KBS 1TV ‘태조 왕건’(2000~2002년), MBC ‘대장금’(2003~2004년) 등 시청률 50~60%에 육박하는 드라마가 계속 탄생하면서 지상파 드라마 왕국 시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케이블방송이 ‘모래시계’가 방영한 해 출범하면서 시장 판도는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초반 영향력은 미미했지만 2006년 엔터테인먼트 전문 tvN이 개국하고 2011년 종합편성채널까지 등장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들은 ‘안방극장’이란 타이틀에 안주해 관료화된 지상파에 대항해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작품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공룡처럼 몸집이 무거운 지상파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고 최근 드라마 시청률이 두 자릿수를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몰락했다.

TV 외에 즐길 거리가 많아진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드라마 경쟁력 자체가 점점 하락하는 중이다. 더구나 넷플릭스 출현으로 드라마 제작사도 점점 지상파를 외면하는 추세다. 지상파라고 해서 높은 시청률이 담보되는 게 아닌데다 넷플릭스와 동시 방영으로 자본을 더 쉽고 많이 끌어올 수 있는 케이블·종편에서 방영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케이블 드라마가 시청률은 물론 제작비마저 지상파를 압도하고 있다.

위기 속 지상파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질 높은 드라마 제작에 집중하면서 최근 들어 신작의 넷플릭스 동시 방영을 타진 중이다. 여기에 애플, 훌루 등 더 많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아시아에 진출을 앞둔 데다 채널A·TV조선·영화 제작사들까지 제작에 나서면서 드라마 시장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팝컬처]'드라마 왕국' 쟁탈전…지상파의 반격
tvN ‘응답하라 1997’ /사진제공=tvN

◇케이블·종편 질주, 잇따른 대작 드라마의 탄생= 최근 tvN ‘미스터 션샤인’, JTBC ‘스카이캐슬’ 등 케이블TV가 선보인 드라마들은 잇달아 대박을 터뜨렸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2012년 시작한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기선을 확 비튼 이후 전반적인 판세가 뒤집혔다”고 평했다. tvN은 이 시리즈를 시작으로 tv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도깨비(2016년)’와 ‘미스터 션샤인(2018년)’에 이어 현재 방영 중인 ‘아스달 연대기’까지 대작을 연이어 탄생시켰다.

tvN의 타킷 시청층은 20대부터 50대 이하다. 이들을 공략한 젊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tvN의 강점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케이블은 색다른 시도를 해야만 지상파와 차별화된 새로운 영역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다른 방송이나 영화에서 소개되지 못한 작품이나 소재를 많이 다루면서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2011년 개국한 종합편성채널 JTBC도 지난해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비지상파 역대 최고 시청률(23.8%)을 기록했으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미스티’ ‘눈이 부시게’ 등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팝컬처]'드라마 왕국' 쟁탈전…지상파의 반격
tvN ‘미스터 션샤인’ /사진제공=tvN

케이블·종편에서 대작이 등장한 것은 넷플릭스를 통해 막대한 자본력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점도 한몫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상파들은 동시 방영을 전제로 넷플릭스에 신작 드라마 방영권을 판매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피해왔다. 넷플릭스의 시장 잠식을 우려해서다. 자연히 넷플릭스는 자사 플랫폼에 동시 방영할 수 있는 콘텐츠에 투자했다.

드라마 제작사들도 예산에 인색한 지상파보다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케이블·종편 채널로 넘어갔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가 아시아에 본격 진출하며 국내 드라마 수요가 높아지자 케이블과 종편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며 “넷플릭스가 드라마 제작비 중 50~ 80%를 보전해주자 케이블·종편 드라마의 제작비 사정에도 여유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실제 넷플릭스는 4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tvN ‘미스터 션샤인’의 방영권을 약 280억 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팝컬처]'드라마 왕국' 쟁탈전…지상파의 반격
넷플릭스 로고

[팝컬처]'드라마 왕국' 쟁탈전…지상파의 반격
JTBC ‘스카이캐슬’ 포스터 /사진제공=JTBC

◇드라마 왕국 자리 뺏긴 지상파도 변화 몸부림= 위기의식을 느낀 지상파는 최근 대대적인 변신에 나섰다. SBS의 경우 한시적으로 월화 드라마를 없애고 예능프로그램을 편성하는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SBS 측은 “월화 드라마를 아예 없애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시청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달부터 밤 10시에 방송되던 월화·수목 드라마를 밤 9시로 옮겨서 방송 중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MBC와 SBS의 이런 선택은 현재 너무 많은 드라마가 생산되고, 그 경쟁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며 “많은 투자가 필요한 드라마의 같은 시간대 경쟁은 큰 출혈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그동안 지상파는 보편적 시청층을 상대하는 만큼 새로운 소재 발굴이나 시도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MBC의 경우 영국드라마 ‘루터’를 리메이크한 ‘나쁜 형사’는 선보였다. MBC는 이 드라마에서 ‘19세 이하 관람 불가’도 불사하며 장르적 특징을 살리기 위해 애썼다. 감옥과 병원을 소재로 한 KBS2 TV ‘닥터 프리즈너’도 지상파에서 보기 힘든 내용과 장르로 눈길을 끌었다. SBS ‘열혈사제’는 다혈질 가톨릭 사제와 형사라는 신선한 조합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아 최고시청률 22%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장 큰 변화는 지상파도 넷플릭스에 문을 열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SBS 단막극 ‘사의 찬미’를 시작으로 방영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지상파 드라마도 넷플릭스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지상파 3사는 방송사별로 넷플릭스에 1년에 2편 이내의 작품 판매를 허용한다고 협의했다. 이에 지난달부터 방영 중인 MBC ‘봄밤’이 지상파 드라마 중 처음으로 방송 1시간 후 넷플릭스에 공개되고 있다. 9월 방송을 앞둔 SBS ‘배가본드’도 넷플릭스에 공개될 예정이다.

[팝컬처]'드라마 왕국' 쟁탈전…지상파의 반격
MBC ‘봄밤’ /사진제공=MBC

◇경쟁 더욱 치열해지는 드라마 시장= 지상파도 넷플릭스에 신작 방영을 결정한 만큼 제작비 조달이 수월해지면서 대작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령 MBC ‘이몽’의 경우 200억 원 가량 투입됐지만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되는 tvN ‘아스달 연대기’의 경우 540억원이 투입됐다. 제작비가 많다고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상파 드라마도 예산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 채널A와 TV조선 등 다른 종편까지 드라마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경쟁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팬엔터테인먼트가 채널A와 맺은 드라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공급 계약 공시에 따르면 드라마 회당 투자액은 5억 원 이상으로 지상파 드라마 회당 투자액과 비교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채널A에서 7월부터 방영되는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에는 박하선·이상엽 등이 출연한다. 게다가 영화 제작사들도 드라마 제작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영화관 운영, 영화 제작, 투자 및 배급을 주로 하는 롯데컬처웍스도 이달부터 방영 중인 TV조선 ‘조선생존기’로 TV 드라마 사업에 진출했다.

글로벌 OTT 시장 변화도 예정돼 있다. 최근 넷플릭스 외 훌루·애플·디즈니 등의 아시아 진출이 가까워진 상태다. 그만큼 한국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드라마 제작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또 넷플릭스가 단순히 제작된 드라마의 방영권을 가져오기보다 ‘킹덤’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적극적인 만큼 넷플릭스가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가능성도 크다. /김현진·한민구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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