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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진박’ 공천 학습효과...‘진짜’에 집착하면 진다

김광덕 논설위원
편협한 공천은 실패, 광폭은 성공
새누리, 공천 파동으로 총선 참패
민주당 일각, 친위부대 공천 우려
'진문' '진황' 매달리면 미래 없어

  • 김광덕 논설위원
  • 2019-06-19 17:31:58
  •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진박’ 공천 학습효과...‘진짜’에 집착하면 진다

스포츠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팀워크다.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준우승 쾌거를 거두게 한 힘은 ‘원팀 정신’이었다. 그것은 지도자의 리더십 덕분에 가능했다. 정정용 감독은 선수들과 늘 소통하고 고르게 선수를 기용하면서 팀 사기를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의 4강 진출 신화를 만들어낸 거스 히딩크 감독도 그랬다. 그는 연고를 떠나 선수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줬다. 그들의 리더십을 보면서 ‘태산불사토양(泰山不辭土壤) 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고 큰 강과 바다는 개울물도 거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진시황에게 포용 정치와 폭넓은 인재 기용을 진언한 이사의 이 같은 주장은 천하통일의 밑거름이 됐다. 이사는 진나라에서 봉록을 받는 타국인들을 추방하라는 진시황의 외국인 배척령에 반대하면서 천하의 인재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상소를 올렸다.

정치에서도 인재풀이 성패를 좌우한다. 우리 선거사에서 편협한 공천의 대표적 사례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공천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친박 핵심세력은 ‘배신의 정치’ 타파를 외치면서 ‘진박(眞朴) 공천’을 밀어붙였다. 임기 말 안정적 국정운영과 친박 주도의 재집권을 위해 충성심이 강한 ‘진짜 친박’ 부대 만들기에 집착한 것이다. 이에 비박계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옥새’를 숨기고 부산으로 내려가 버리는 파동까지 겹쳤다. 어느새 새누리당은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각인돼버렸다. 과반 의석을 노렸던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참패했고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반면 광폭 공천을 한 정당은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신한국당은 1996년 15대 총선 당시 홍준표·김문수·이재오 등을 새 인물로 영입해 임기 4년 차임에도 선방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젊은 피’ 수혈로 진보정권 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 15대 총선에서 정동영·추미애 등을, 16대 총선에서 임종석을 비롯한 민주화운동 86세대를 대거 공천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포석은 어느 쪽으로 기울까. 민주당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공천 작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양 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측근이기 때문이다. 본지가 최근 전문가 2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복수응답)에서 민주당 공천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인사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14명), 문 대통령(10명), 양 원장(9명) 등 세 사람이 꼽혔다. 양 원장이 서훈 국정원장에 이어 광역자치단체장들을 잇따라 만나자 ‘당 대표급 뉴스메이커’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양 원장이 공천을 주도할 경우 물갈이 폭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진문(眞文) 공천’ 시도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참모 출신을 비롯해 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 수십명이 벌써 공천장을 거의 받은 것처럼 뛰는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진박 공천’의 학습효과를 무시하고 진문 공천을 밀어붙이면 친문계와 비문계 간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민주당의 공천 룰은 정치 신인에게 심사 과정에서 10~20%의 가산점을 주도록 돼 있어 ‘진문’으로 포장된 신인들이 덕을 볼 가능성이 높다. 양 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이심전심”이라고 표현했다. ‘이심전심’이라는 네 글자가 어떤 공천으로 드러날지 주목된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지역구별로 ‘친황(親黃)’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후보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내가 학교 동문”이라고 흘리고 다른 후보는 “황 대표와 같이 일해본 경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진짜 친황’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권력자의 친위부대를 만들려는 공천을 하면 협치는 물 건너가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진박 공천’의 실패에서 봤듯이 ‘진짜’에 너무 집착하면 선거에서 진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당에 미래는 없다.

김광덕 논설위원 k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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