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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받은 편지에 담긴 옛 문인들 '삶의 체취'

고간찰연구회 창립20주년 특별전
8월4일까지 삼청로 학고재갤러리

주고받은 편지에 담긴 옛 문인들 '삶의 체취'
면암 최익현이 흑산도에 유배중이던 1878년 이성준이란 동문에게 쓴 편지로 근래의 소식을 묻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제공=한국고간찰연구회

“…소란스러웠는데 요즘은 어떠한지요? 마땅히 지조를 굳게 지키셔야 합니다. 혹시라도 저처럼 유약하여 뜻을 굳건히 세우지 못해 옳지 못한 죄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情)은 솟아나지만 말을 줄입니다.”

면암 최익현(1833~1906)은 1895년 을미사변 이후 항일운동을 전개하던 중 일흔에 쓴 편지글에서 이처럼 겸허했다. 나이 어린 상대가 보낸 서찰도 ‘수명(手命)’이라며 높여 불렀고, 앞 수레가 넘어지면 뒤 수레가 조심한다는 ‘전거(前車)’의 비유를 썼으며, 등골뼈를 뜻하는 ‘척량(脊梁)’이라는 표현으로 절개를 강조했다. ‘정은 솟으나 말을 줄인다’는 마지막 문장은 강직함 속에 감춰둔 따뜻한 마음을 비춘다. 서신 한 장이 마치 전신사조(傳神寫照·인물화에 정신까지 그려 담다)로 그린 초상화만큼이나 ‘사람’을 잘 드러낸다.

주고받은 편지에 담긴 옛 문인들 '삶의 체취'
화가 채용신이 그린 ‘면암 최익현 초상’은 보물 제1510호로 지정돼 국립제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최익현의 편지는 한국고간찰연구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획한 특별전 ‘옛 문인들의 편지’에 선보였다. 전시는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오는 8월4일까지 열린다.

한국고간찰연구회는 옛사람의 편지를 읽으면서 초서를 공부하는 연구모임으로 1999년 3월에 결성됐다. 한문학·국문학·역사학·서지학·불교학·미술사 등 다양한 전공의 27명 회원으로 구성됐고 지난 2012년 11월 문화재청 소속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연구회의 유홍준 이사장은 “옛사람의 간찰은 대개 초서로 쓰여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지만, 간찰이란 편지이기 때문에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의 사이에서 일어난 삶의 체취가 살아 있다”면서 “그야말로 생활사의 생생한 자료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필체와 그 시대에 유행했던 서체를 보여주는 서예사의 한 분야다”라고 말했다.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초빙교수의 해제에 따르면, 경북 포항 쪽 흥해군수이던 성대중은 당대 최고 화가인 단원 김홍도에게 그림 한 점을 청하며 “연꽃 여러 대궁을 부서진 파초 잎 하나가 덮은 단원의 그림을 얻어서는 앉은 자리 모서리에 걸어두어 더위에 지친 병을 씻고자 한다”고 적었다. 퇴계 이황이 “괴롭게도 감기에 걸려 벗어날 계책이 없고, 마음에 품은 일은 어긋나는 일이 많아 날로 고민되지만 필설로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것이나 율곡 이이가 “벼슬하느라 고생하고 병이 많아 사람 도리를 모두 폐하였으니 안타깝다”고 밝힌 등의 문장은 대가다운 표현법에 인간적 면모를 함께 보여준다. 연구회는 그간 분석한 간찰 중 60여 편을 추려 신간 ‘내가 읽은 옛 편지’(다운샘 펴냄)에 담았고 이들 대부분이 전시에 나왔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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