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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책점 더한다 말할때 류현진은 뺐다

['투수무덤' 콜로라도전 쿠어스필드서 첫 무실점]
평균자책점 1.74→1.66 낮추고
'천적' 에러나도 3타수 무안타 제압
亞 최초 사이영상 질주모드 돌입
느린 슬라이더·커터·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으로 6이닝 막아
시즌 12승 불발...팀은 5대 1 승

  • 양준호 기자
  • 2019-08-01 13:18:37
  • 스포츠
모두가 자책점 더한다 말할때 류현진은 뺐다
다저스 류현진이 1일 메이저리그 콜로라도전에서 늠름한 표정으로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덴버=USA투데이연합뉴스

모두가 자책점 더한다 말할때 류현진은 뺐다
다저스 류현진이 1일 메이저리그 콜로라도전에서 3회 개럿 햄슨의 기습번트 타구를 잘 처리하고 있다. /덴버=AP연합뉴스

‘1.66’. 시즌 초 기록이 아니라 8월 현재 기록이다. 시즌 전체 일정의 68%를 소화한 시점, 거기다 ‘투수 무덤’ 쿠어스필드를 두 번이나 거친 뒤의 평균자책점이다.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비디오게임에나 나올 법한 ‘짠물 투구’를 이어가며 아시아선수 최초의 사이영상(최고투수상)을 향한 ‘질주모드’에 돌입했다. 1일(한국시간)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 경기(5대1 다저스 승)에 나선 류현진은 6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으로 무실점 했다. 올 시즌 쿠어스필드에서 6이닝 이상 던지며 실점하지 않은 원정팀 투수는 콜 해멀스(7이닝 무실점·시카고 컵스)에 이어 류현진이 MLB 전체에서 두 번째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의 잠재적 경쟁자 중 하나였던 잭 그레인키가 트레이드 마감일인 이날 애리조나에서 아메리칸리그 휴스턴으로 이적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이날 0대0일 때 마운드를 내려가 12승째를 챙기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MLB 전체 1위를 달리는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1.74에서 1.66(11승2패)까지 떨어졌다. 2005년 쿠어스필드에서 완봉승을 따냈던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모두가 평균자책점이 어느 정도로 올라갈지 주목하는 경기에서 류현진은 반대로 낮춰버렸으니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의 사이영상 대항마로 꼽혔으나 현재 부상자명단에 올라있는 맥스 셔저(워싱턴)는 올 시즌 쿠어스필드 등판 없이 평균자책 2.41을 기록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평균자책 2위(2.37)의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도 콜로라도 원정에는 등판하지 않았다. 고지대에 위치한 쿠어스필드는 공기저항이 적고 변화구의 각도도 무디게 만들어 큰 타구가 많이 나온다.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와 비교해 평균 10m나 더 날아간다.

기교파에 속하는 류현진은 지난 6월29일 쿠어스필드 등판에서 4이닝 3피홈런 7실점 했다. 이번 등판을 앞두고는 동부에서 서부로 긴 이동을 했고 낮 경기라 사실상 나흘도 채 못 쉬고 던져야 했다. 류현진은 악조건뿐인 상황에서 역대 쿠어스필드 등판 중 가장 잘 던졌다. 6차례 경험(1승4패) 중 무실점은 처음이다. 종전 최고 호투는 데뷔 시즌인 2013년의 6이닝 2실점이다.

80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컷패스트볼(커터·26개)과 체인지업(23구)을 앞세워 스트라이크존 경계를 찌르며 경쾌한 투구를 이어갔다. 3루수 맥스 먼시가 1회 2사 뒤 상대 놀런 에러나도의 빗맞은 내야안타성 타구를 잘 처리하는 등 수비 도움도 받았다. 3회 2사 2루에서는 찰리 블랙먼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으나 우익수 코디 벨린저가 2루 주자를 홈에서 잡았다. 류현진 등판 경기에서 실책이 나오지 않은 것은 10경기 만이었다.

류현진은 ‘에러나도 공포증’에서도 벗어났다. 에러나도에게 상대타율 0.609(23타수 14안타), 4홈런, 10타점으로 철저하게 당하고 있던 류현진은 이날은 3타수 무안타로 깔끔하게 봉쇄했다. 1회 체인지업으로 3루 땅볼을 유도했고 4회에는 커터로 우익수 뜬공 처리했다. 6회에는 슬라이더를 던져 유격수 땅볼로 막았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일정상의 어려움과 짧았던 휴식일, 불펜의 여유 등을 생각해 류현진에게 일찍 휴식을 줬다.

다저스는 0대0이던 9회 홈런 2방으로 5점을 뽑아 쿠어스필드 원정 3연전을 위닝시리즈(2승1패)로 넘겼다. 주전 포수 러셀 마틴의 부상으로 마스크를 쓴 신인 윌 스미스가 영화 ‘알라딘’의 램프 요정처럼 요술을 부렸다. 앞선 세 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돌아선 뒤 9회 1사 1·2루에서 결승 스리런을 터뜨렸다. 올 시즌 5홈런 중 3개가 9회 결승포다. 최근 시애틀에서 이적해온 크리스토퍼 네그론은 투런포로 쐐기를 박았다.

류현진은 “한 이닝, 한 이닝씩 실점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옛날처럼 느린 슬라이더도 던졌다. 안 던지던 구종을 던진 게 통했다”고 했다. 2015년 어깨 수술 이후 잘 던지지 않던 82~83마일의 느린 슬라이더를 고비마다 꺼내 타자들을 유혹한 것이다. 류현진은 마치 포스트시즌 같은 철저한 준비 끝에 징크스를 깼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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