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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세편살] “내 연예인은 내가 찍는다”…아이돌계의 큰손 '직캠'

"가까이 보기 위해서" "현장감 느끼기 위해서" 탄생한 직캠
아이돌 운명 바꾸기도…방송국까지 적극 도입
"민폐" "저작권 침해" 등 논란도 있어
TV 영향력 감소·유튜브 확산 등에 따라 중요성 커져

  • 박원희 기자
  • 2019-08-10 06:53:56
  • 방송·연예

직캠 유튜브 EXID 하니 방탄소년단 아이돌 홈마

[#복세편살] “내 연예인은 내가 찍는다”…아이돌계의 큰손 '직캠'
이제 직캠은 아이돌 문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꼽힌다. 사진은 앨범 발매 쇼케이스에서 팬들이 카메라로 공연을 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오늘의 ‘떡밥(콘텐츠)’은 뭘까?”

모 아이돌 팬인 A씨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팬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 접속합니다. A씨는 일주일 동안 커뮤니티에 접속하지 못했다며 어떤 것부터 챙겨봐야 하는지 질문하는 글을 올립니다. 그러자 금방 “OOO써머페스티벌행사 직캠”, “OO백화점 싸인회 직캠”, “인천공항 출국 직캠”, “태국 콘서트 직캠” 등의 답글이 줄줄이 달립니다. A씨는 갖가지 직캠을 보며 그동안 밀린 떡밥을 소화합니다.

직캠의 시대입니다. 팬들은 싸인회나 행사에 직접 발걸음을 옮기지 않아도, 자신이 응원하는 연예인이 방송에 나오지 않아도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그들을 따라다니며 촬영하는 ‘찍덕’(촬영 덕후를 뜻하는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직캠은 아이돌 팬문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입니다.
[#복세편살] “내 연예인은 내가 찍는다”…아이돌계의 큰손 '직캠'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콘텐츠를 ‘떡밥’이라 부른다. 연예인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하는 자신들의 모습이 마치 낚시를 기다리는 물고기 같다는 데서 비유한 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녀)와 아이컨택”…직캠의 탄생

직캠이란 ‘직접 촬영한 동영상’의 약자로 주로 언론사나 방송사가 아닌 팬들이 직접 자신의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말합니다. 그런 의미로 ‘팬캠(fancam)’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이때 대상은 꼭 연예인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스포츠 경기나 치어리더들의 응원, 심지어는 대통령의 방문에서도 직캠이라는 말이 사용됩니다.

다만 직캠이라는 말이 대중화된 데는 아이돌 팬문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 사이트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본 결과 대략 2007년경에 직캠이란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당시 ‘직캠’이라는 제목을 단 영상은 주로 원더걸스·소녀시대·동방신기 등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담고 있었습니다. 직캠과 아이돌 문화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팬들이 직캠을 찍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2012년부터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 B씨는 직캠을 찍게 된 이유에 대해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이돌 걸스데이 중 유라만 좋아했던 B씨는 “음악방송으로 보면 내가 좋아하는 멤버의 얼굴이 잘 나오지 않았다”며 “내가 보고 싶은 사람만 계속 나오는 영상을 찍어 보자”는 마음에 촬영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팬들이 직캠을 보는 이유도 이와 비슷합니다. ‘우주소녀’ 멤버 중 보나의 팬인 C씨는 “보나만을 보기 위해 주로 직캠을 본다”고 말했습니다.

현장감도 직캠을 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현장감 때문에 여러 명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의 팬이 아닌 사람들도 직캠을 찾아봅니다. 아이유 팬인 D씨(30)는 “직캠을 보다 보면 현장에 내가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며 “그 속에서 스타와 나만 오롯이 마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직캠을 본다고 밝혔습니다.
[#복세편살] “내 연예인은 내가 찍는다”…아이돌계의 큰손 '직캠'
샤이니 팬들은 기자들보다 더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고퀄리티’ 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샤이니 ‘대포 여신’이라 불리기도 했다. 사진은 샤이니 ‘대포여신’ 중 가장 등급이 높은 ‘고수’가 갖춰야 할 카메라 사양.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숨겨져 있던 보석 발견”…‘하위 문화’에서 ‘주류 문화’로

팬들 사이에서 확산된 직캠 문화는 방송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방송국 최초로 2014년 유튜브 채널에 직캠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엠넷이 대표적입니다. 엠넷은 방송되는 화면 외에 각 멤버 별로 무대 공연을 촬영해 올렸습니다. 팬들이 찍는 것처럼 말이죠.

2014년 10월 8일은 ‘직캠 역사’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되는 날입니다. 당시 걸그룹 ‘EXID’의 멤버 하니를 찍은 직캠이 소위 ‘대박’을 터트린 것입니다. 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간 직캠은 게시된 지 한달여 만에 100만회를 돌파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덩달아 직캠에 나온 노래 ‘위아래’도 인기를 모았습니다. 발표 당시엔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던 노래는 결국 차트 1위까지 석권하며 역주행 신화를 만들어냈죠. 하나의 직캠이 연예계마저 뒤흔든 것입니다.

하니 팬인 E씨는 직캠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하니가 없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는 “직캠으로 하니를 알게 됐다”며 “직캠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멤버를 발견하게 해준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직캠은 방송국 카메라에서 드러나지 않은 가수의 매력을 발견하는 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복세편살] “내 연예인은 내가 찍는다”…아이돌계의 큰손 '직캠'
지난해 11월 EXID(이엑스아이디) 멤버 혜린, LE, 솔지, 정화, 하니가 싱글앨범 ‘알러뷰’ 쇼케이스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는 모습. EXID는 직캠이 아이돌의 운명을 바꾼 대표적 사례다. /서울경제DB

걸그룹 ‘여자친구’도 2015년 8월 인제에서 찍은 직캠으로 인기를 모은 경우입니다. 공연하던 여자친구는 무대가 미끄러워 몇 번이나 넘어졌음에도 꿋꿋이 무대를 이어갔고 이 모습이 화제가 되어 팬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댄스팀이었던 밤비노 또한 직캠으로 유명해져 가수로 데뷔를 하기도 했습니다. 팬들이 찍은 영상이 연예인의 운명을 바꿔놓은 사례들입니다.

◇“저작권 침해”, “다른 사람에게 민폐”…직캠 논란

직캠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직캠 만을 찍으러 다니는 전문 ‘직캠러’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홈마’라고 하는 새로운 형태의 직캠러도 나타났습니다. 홈마란 ‘홈페이지 마스터’의 준말로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자신이 촬영한 사진이나 직캠, 이를 활용해 만든 굿즈를 판매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홈마의 등장은 직캠의 큰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하지만 직캠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먼저 직캠이 불법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저작권이 있는 노래를 촬영해 게재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입니다. 사인회나 입국 현장에서 아이돌 모습을 촬영하는 행위도 초상권 침해일 수 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립니다. 직캠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볼 수 있어 좋긴 하지만 다른 팬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콘서트장에서 촬영할 경우 카메라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선을 가리기도 합니다. 특히 사람이 많은 공항 등에서 촬영하러 애쓰는 직캠러의 행동이 팬이 아닌 사람들, 더 나아가 연예인도 위험에 빠뜨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복세편살] “내 연예인은 내가 찍는다”…아이돌계의 큰손 '직캠'
입국 직캠 동영상 제목들. 무대 영상뿐만이 아니라 입국 현장, 팬미팅 등에서의 연예인 모습도 직캠으로 돌아다닌다. 때로는 이렇게 많은 직캠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튜브 캡처

◇이제는 필수 ‘떡밥’이 된 직캠

하지만 직캠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LG유플러스가 10대·20대 아이돌 팬 8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팬들은 기존 음악방송보다 자신이 ‘최애’하는(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의 직캠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기존 방송국이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데서 기인합니다. 매번 연말 시상식마다 반복되는 ‘발카메라’ 논란은 팬들의 불만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최근 열린 한 음악방송 시상식에서 트와이스의 공연을 찍은 직캠엔 “팬캠이 그들의 카메라 워크보다 낫다(Your fancam better than their camerawork)”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유튜브가 발달하는 등 매체 환경의 변화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합니다.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웹진 ‘ize’ 칼럼에서 팬들이 더 이상 매스미디어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콘텐츠를 찾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아이돌 그룹은 TV 음악 프로그램이나 예능에 나와 얼굴을 알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TV보다 손안에 든 스마트폰이 더 가까운 시대에 SNS나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언제든 자신을 홍보할 수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이러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자체적으로 꾸준하게 뿌린 ‘떡밥’은 전 세계에 ‘아미’(방탄소년단 팬을 지칭하는 말)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직캠의 중요성은 커집니다. 팬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직캠 또한 하나의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소속사가 ‘저작권 침해’, ‘초상권 침해’ 등의 이유로 직캠을 버릴 수 없는 이유입니다. 실제 직캠 등을 규제하는 데 나섰다가 팬들의 외면을 받은 사례가 왕왕 있었습니다.
[#복세편살] “내 연예인은 내가 찍는다”…아이돌계의 큰손 '직캠'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모습. 방탄소년단은 현 매체 환경에 적극 대응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과거 인기 가수들에겐 ‘부틀렉’이라는 게 따라다녔습니다. 부틀렉이란 뮤지션이나 음반사 등 정식 루트를 거치지 않고 팬들이 공연에서 몰래 녹음한 일종의 ‘해적판’ 음원을 뜻합니다. 엄연한 불법이었으나 가수의 노래를 더 듣고 싶은 팬들의 욕구를 채워줬습니다. 때론 해당 뮤지션이 부틀렉을 기반으로 노래를 정식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직캠 또한 이와 닮았습니다. 아이돌에게 있어 얼마나 더 많은 영상콘텐츠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한 시대. 직캠은 새로운 형태의 ‘부틀렉’으로서 팬과 연예인에게 필수 콘텐츠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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