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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 검찰은 어쩌다 조국의 '눈엣가시'가 되었나

'죽은권력 무는 하이에나·괴물'…일관된 검찰관
1993년 사노맹 사건 연루돼 옥살이 경험
검찰권 분산 인식에 영향…靑서 조정안 주도
尹검찰총장과 입장 조율도 개혁과제 관건

  • 오지현 기자
  • 2019-08-10 11:00:07
  • 청와대

조국, 법무부장관, 검찰개혁, 청와대, 윤석열, 탈검찰화

[서초동 야단법석] 검찰은 어쩌다 조국의 '눈엣가시'가 되었나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법무부 장관 지명에 대한 소감을 밝힌 뒤 엘리베이터에 탑승해있다. /권욱기자



“한국 검찰이 ‘죽은 권력’을 무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과 싸우는 ‘해치(시비와 선악을 판단하는 상상의 동물)’로 국민에게 비춰졌더라면 특검제의 도입은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고시계, 1999년)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그의 소신에 관심이 쏠린다. 조 후보자가 검찰을 일관되게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하는데 영향을 미친 계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법조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검찰개혁 ‘대업’ 어깨에 진 조국=조 후보자의 장관 지명 이후 ‘첫 메시지’는 역시 검찰개혁이었다. 그는 9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첫 출근하며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서해맹산은 바다와 산에 굳게 맹세한다는 뜻으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남긴 말이다. 검찰개혁 완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충무공의 정신’을 빌어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청와대 역시 조 전 수석을 지명하면서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강한 추진력을 가지고 기획조정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법학자로 쌓아온 학문적 역량을 바탕으로 검찰개혁, 법무부 탈검찰화 등 핵심 국정과제를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법무장관 조국’ 구상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던 문 대통령은 북 콘서트에 조국 교수를 초청해 “법무부 장관에게 임기 5년 내내 장기적으로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청중에게 “(법무부 장관으로) 조국 교수가 어떠냐”고 묻기도 했다.

[서초동 야단법석] 검찰은 어쩌다 조국의 '눈엣가시'가 되었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99년 월간말에 게재한 수기 ‘한 법학 교수가 체험한 한국의 감옥’ 표지.

◇국보법 위반으로 감옥살이 경험이 가치관 뒤흔들어=잘 알려졌듯 조 후보자는 법학자로서 검찰개혁을 오랜 연구과제로 삼았다. 그의 검찰관(檢察觀)은 과거 저서나 발언에서 명징하게 드러난다. 조 후보자는 검찰이 형사사법체계에서 우월적인 권한을 지나치게 독점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분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특히 그의 검찰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계기는 1994년 ‘월간말’에 기고한 ‘한 법학 교수가 체험한 한국의 감옥’이라는 글에서 추측해볼 수 있다. 울산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그는 1993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산하 ‘사회주의과학원’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피고인, 수인의 처지를 경험했던 기억을 회고한다. 조 후보자는 “말로만 듣던 대공분실에 들어가보기도 했고, ‘전력’을 자랑하는 대공수사관들로부터 수사를 받아보기도 했고, (중략) 검찰청의 ‘비둘기방(수용자를 불러놓고 종일 대기시키는 방식으로 자백을 유도하는 데 활용됐던 검사실)’에 웅크리고 앉아 하염없이 호출을 기다려보기도 했다”며 “경찰과 검찰 수사단계에서는 형사피의자·피고인의 권리에 대해 (중략)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으며, 내가 연구하고 가르쳐온 이론들에 대해 되씹어보는 계기가 됐다”고 적었다. 이는 조 후보자가 이후의 연구에서 국가보안법, 사형제, 여성 상대 범죄, 체포·구속제도 등 인권 보호와 형사사법 체계 아래 권력 분산을 주된 연구주제로 삼는데 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1999년에는 고시계에 게재한 ‘특별검사제-살아있는 권력의 통제와 검찰에 대한 신뢰의 위기 극복을 위한 충격요법’이라는 글을 통해 “한국 검찰은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이나 권력형 부정비리 사건의 경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에 서서 공정한 수사를 전개하지 못하고 권력의 눈치를 보았던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보 사건 축소수사 의혹 △‘옷 로비’ 사건 △12·12 군사반란 및 5·18 내란 관련 검찰 입장 번복 등을 예시로 들며 특검제 도입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국가의 형사소추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하지 못하고 고위공직자가 관련된 권력형 부패와 비리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해내지 못해 국민의 검찰에 대한 불신, 나아가 국가권력 자체에 대한 불신이 증폭돼 왔다”는 대목에서는 그의 검찰관이 여실히 드러난다.

[서초동 야단법석] 검찰은 어쩌다 조국의 '눈엣가시'가 되었나

◇“검찰은 괴물” “반발하면 ‘나가라’”…강성인식 독 될까=대담집인 ‘진보집권플랜(2010)’에서는 검찰개혁에 대한 생각이 보다 분명해진다. 조 후보자는 참여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김성호 전 장관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법무부 장관에게는 법안제출권이 있습니다. 검찰을 쪼갠다고 하면 검사들이 반발하겠죠. 그러면 ”너 나가라“고 하면 되는 거예요. 검찰을 쪼개는가 마는가의 문제는 검찰의 권한이 전혀 아니거든요. 법무부 장관이 수사에 개입하는 것은 금지해야 하지만, 제도적으로 검찰을 바꾸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설사 검찰의 반발에 맞닥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듬해 출간된 저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에서는 검찰을 ‘괴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민주사회에서 통제받지 않는 괴물을 방치해둘 순 없다. 이 괴물의 권한을 분산시켜 힘을 줄여야 한다”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일하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안 입안을 주도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개혁 강성론자인만큼, 함께 사정라인을 이루게 된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개혁에 있어 어떻게 의견을 조율하고 조화를 이뤄나갈지는 미지수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이나 현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 등 상황에서는 조 후보자가 윤 총장과 반드시 부딪힐 것”이라며 “윤 총장이 임명 전에야 검찰개혁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했지만, ‘총론 찬성 각론 반대’의 형태로 발을 뺄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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