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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나랏빚, 이렇게 늘어도 괜찮은가요

  • 한재영 기자
  • 2019-08-31 13:03:40
  • 정책·세금
[뒷북경제] 나랏빚, 이렇게 늘어도 괜찮은가요

지난 29일 정부는 내년 나라 살림살이를 어떻게 꾸릴지 담은 ‘2020년도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513조5,000억원. 정부가 확정한 내년도 예산 규모입니다. 올해 본예산 469조6,000억원보다 43조9,000억원(9.3%) 늘어난 수준입니다. 정부는 올해 예산도 전년 대비 9.5% 늘렸던 터라 2년 연속 9%대 예산을 편성하는 셈이 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쳤던 2009년에나 예산이 10.6% 늘었으니, 9%대라는 증가율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2010년~2017년까지 증가율이 2~5%대였고,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첫 예산안인 2018년 증가율이 7.1%였습니다. 2년 연속 증가율 9%대 예산이니, ‘초(超)팽창’이라는 말이 나올 만합니다.

[뒷북경제] 나랏빚, 이렇게 늘어도 괜찮은가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에서 513조원이 넘는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짠 예산을 들여다보면 지금 당장 ‘적자 가계부’를 감수하고서라도 나랏돈을 투입해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읽힙니다. 균형재정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조차도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땐 재정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재정 수지, 즉 들어오고 나가는 돈의 균형이 어느 정도 방어돼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와 국민들이 떠안을 빚 부담이 얼마나 클 지입니다.

먼저 재정 수지입니다.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올해보다 9.3% 많은 513조5,000억원으로 잡으면서도 총수입은 1.2% 늘어난 482조원에 그칠 것으로 봤습니다. 딱 봐도 수입보다 지출이 31조5,000억원 많은 적자 예산입니다. 가계로 치면 벌이가 시원찮을 것을 알면서도 씀씀이는 늘리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총수입이 1.2% 찔끔 늘어날 것으로 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경기 둔화로 이익이 줄어든 기업들이 낼 법인세가 올해 79조원에서 내년 64조원으로 약 18% 급감하는 등 전체적인 세수가 0.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법인세를 비롯한 전체 국세(國稅) 수입이 쪼그라드는 것은 10년 만에 처음입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값을 통합재정수지라고 하는데, 최근 10년을 돌아보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7조6,000억원, 세입 여건이 악화했던 2015년 2,000억원 적자였던 적을 제외하고는 줄곧 대규모 흑자를 냈던 지표입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31조5,000억원 적자가 됩니다.

[뒷북경제] 나랏빚, 이렇게 늘어도 괜찮은가요

통합재정수지에서 각종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뺀 값을 관리재정수지라고 하는데요, 흔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재정 건전성의 척도로 삼습니다. 정부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3% 적자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혀왔고요. 지난해 11월 정부가 발간한 ‘재정전략보고서’에는 이렇게 적시돼 있습니다. “관리재정수지는 2020년부터 GDP 대비 -2%대를 기록한 후, -3% 이내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내세웠던 마지노선은 내년 예산을 기점으로 무너지게 됩니다. 내년 관리재정수지는 역대 최대인 72조1,000억원 적자를 내, GDP 대비로는 3.6% 적자를 기록하게 됩니다. 정부가 내놓은 ‘2019~2023년 재정운용계획’ 상으로 2023년까지 3.9% 적자가 예상됩니다. 불과 9개월 전 내놓았던 국가의 재정운용 전략이 헌신짝처럼 팽개쳐지는 것입니다.

내년 나라 곳간에 들어올 돈은 482조원인데 써야 하는 돈이 513조5,000억원이라면 그 부족분은 어떻게 마련할까요. 허리띠를 졸라매면(지출 구조조정) 되겠지만 그보다는 결국 빚 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내년에 올해보다 26조4,000억원 많은 60조2,000억원의 적자국채 발행 계획을 세워놨습니다. 한 해 발행하는 적자국채 규모로는 역대 최대입니다. 국가채무는 내년 805조5,000억원으로 800조원을 넘어서게 되고 2023년에는 무려 1,061조3,000억원까지 치솟게 됩니다.

‘40% 룰’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정부가 40% 이내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암묵적으로 여겨왔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어떻게 될까요. 내년 39.8%를 찍은 후 2023년 46.4%까지 올라섭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적정 국가채무비율을 40%로 삼는 근거가 뭐냐’고 했는데, 결국 마지노선이 허물어지는 셈입니다.

정부는 지금 당장 재정 수지가 적자를 내더라도 돈을 푼 효과가 경기 활성화로 되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씀씀이를 보면 전체 513조5,000억원 예산 가운데 3분의 1 가량인 181조6,000억원이 복지 예산입니다. 경기 활성화보다는 세금을 퍼부어 복지를 확대하는 데 무게중심이 쏠려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복지예산은 특성상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경직성 예산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선순환 구도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최근 만난 예산 당국의 한 고위 관료는 “솔직히 예산 불어나는 게 무서울 정도”라고 털어놨습니다. 이 관료는 “말이 1조원이지, 따져보면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큰 돈”이라고도 했습니다. 적극 재정이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이 돼 선순환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선심성으로 수 조원 규모의 돈만 풀고 미래세대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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