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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게 터졌다"...시장 급성장에 부실 CB·BW까지 쓸어 담아

['라임쇼크' 사모펀드 초긴장] <상> 메자닌펀드의 역습
라임 年1조 넘는 자금유입으로 덩치 커지자 무차별 편입
코스닥 출렁이자 주가 하락에 민감한 사채 시장 직격탄
사모펀드 수익·성장에만 집중...준법감시 소홀해 禍 자초
투자자 조기상환 풋옵션 행사 가능성에 시장 혼란 우려

  • 이완기,김기정 기자
  • 2019-10-09 17:52:56
  • 펀드·신상품
'터질게 터졌다'...시장 급성장에 부실 CB·BW까지 쓸어 담아

전환사채(CB) 편법거래 및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 등에서 비롯된 이른바 ‘라임 사태’의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에서 라임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커지자 최근 일주일 사이 운용자산이 2,000억원가량 빠져나갔고 라임 펀드들이 투자한 자산의 유동화가 쉽지 않자 급기야 라임은 투자자들이 환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까지 내렸다. 투자자들은 환매중단 조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원금 손실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수익과 성장에만 집중하고 내부 준법감시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사모펀드 업계가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9일 금융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투자자문사로 업계에 발을 디딘 라임은 2015년 전문 사모운용사 전환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라임은 헤지펀드와 대체투자펀드를 통해 고수익을 기록했고 프라이빗뱅킹(PB)과 고액 자산가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덩치를 빠르게 키워나갔다. 또 국내 증권사의 투자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양질의 딜에 참여하기도 했다. 라임은 금호터미널의 금호고속 인수 금융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설정해 시장을 놀라게 했으며 해당 펀드는 1년 반 만에 11.9%의 우수한 수익률로 청산된 기록도 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라임은 사모운용사 설립 1년 만에 운용자산이 1조5,0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으며 올해 7월 운용자산은 6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자금 유입세가 가팔라지면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2~3년간 매년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쏠리자 비교적 부실한 자산까지 펀드에 담은 것이다. 그런 가운데 라임이 집중 투자한 분야였던 메자닌에서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메자닌 열풍으로 코스닥 기업들이 CB 등을 대거 발행하면서 표면이자율을 0%로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코스닥시장이 출렁이자 주가 하락에 따른 리스크가 겹쳤다. 미공개정보 활용 의혹 등도 함께 제기되자 주 판매처였던 우리은행과 대신증권은 판매중단을 결정했다.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2개 펀드 역시 메자닌에 대한 우려와 궤를 같이한다. ‘플루토 FI D-1호’는 사모채권을, ‘테티스 2호’는 CB와 BW를 편입하는 펀드다. 특히 테티스 2호가 담은 CB·BW는 대부분 코스닥 기업에서 발행한 것들로, 대개 1년에서 1년6개월 후 전환가격 대비 주가가 상승했을 때 주식전환 후 매도가 가능하다. 7월 이후 코스닥시장이 약세로 돌아서자 사채를 발행한 기업들 역시 주가가 빠지면서 상환이 어려워졌다. 라임은 현시점에서 회수에 돌입할 경우 펀드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환매를 중지했다. 이들 2개 모펀드의 규모는 약 1조1,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환매중단 대상 펀드의 설정액은 약 6,200억원이다. 라임의 한 고위관계자는 “7월 이후 코스닥시장의 전반적인 약세와 관련 기업의 주가 하락으로 전환을 통한 현금화가 어려워졌다”며 “자산을 무리하게 저가로 매각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인다. 라임뿐 아니라 다수의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빠른 성장을 위해 준법감시 기능과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부실채권 등을 문제의식 없이 편입하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준법감시는 펀드매니저가 편법 또는 위법적인 수단으로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핵심장치로 언급된다.

투자자들은 특히 이번 환매중단 조치로 펀드들의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라임 관계자는 “투자자산 매각 및 유동화 등을 진행해 최대한 손실이 없도록 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운용사의 의지와 달리 투자자들은 자신의 자금을 정확히 언제 받을지 알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투자자들이 좌불안석이라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최악의 경우 CB를 발행한 회사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하거나 재무상황 악화를 겪으면 이번 사태는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라임 사태’가 확대되자 판매사들의 긴장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독일 국채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상품의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에 이어 사모펀드의 원금이 손실을 볼 경우 금융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라임이 운용하는 펀드를 판매한 곳이 30곳에 이른다”며 “최근 은행권의 대규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고객들의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DLF와 달리 금리 등과 연동되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리고 있다”고 했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대규모 ‘펀드런’ 사태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금화가 쉽지 않은 메자닌으로 자금을 끌어모은 운용사들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일제히 환매 요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이완기·김기정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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