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문화 · 스포츠  >  문화

[책꽂이-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가짜뉴스가 확산시킨 '가짜 민주주의'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부키 펴냄
우크라 침공·트럼프 대통령 당선
러 퍼뜨린 가짜뉴스 배후로 지목
민주주의를 가장한 新권위주의
불확실성 커진 현대사회에 퍼져

  • 최성욱 기자
  • 2019-10-18 18:44:02
  • 문화
[책꽂이-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가짜뉴스가 확산시킨 '가짜 민주주의'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1989년 ‘역사의 종언’을 고하면서 공산주의의 붕괴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30년이 채 지나지 않아 경제성장은 둔해졌고, 불평등은 퍼져갔다. 세계화의 부작용은 시민을 위협하고 있다. 도처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승리가 허상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신간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부터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권위주의가 어떻게 다시 전 세계에 확산했는지를 기록하고 있다. 권위주의 확산은 민주주의의 위협을 말한다. 그 배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는 러시아가 자리하고 있다. 2010년대 전 세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민주주의를 가장한 권위주의가 어떻게 확산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시작은 러시아의 신흥재벌 ‘올리가르히(Oligarch)’의 탄생과 푸틴의 등극이다. 이들은 구소련의 국가 자산을 불법으로 차지하며 러시아를 장악한 핵심세력이다. 그들이 부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탄생시킨 지도자가 바로 푸틴 대통령이다. 푸틴은 올리가르히의 지지를 등에 업고 헌법까지 바꿔가며 3선째 대통령직을 이어가고 있다. 푸틴은 파시즘 철학자 이반 일린의 사상을 활용해 소수 부유층의 지배를 정당화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유라시아 구상’ 역시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다. 바로 권위주의 부활의 출발이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동유럽의 신권위주의가 서유럽으로 진출하는 신호탄이 됐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은 가짜뉴스와 사이버공격의 파급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말레이시아 민항기 격추사고 등을 우크라이나 내전이라고 포장한 가짜뉴스는 서구 언론은 물론 우크라이나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데 성공한 전쟁 역사상 가장 정교한 전술이라는 평가다. 러시아의 다음 목표는 유럽연합(EU)이었다. EU의 분열을 위해 러시아는 독일에서 러시아계 소녀가 난민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연간 50만 명의 난민을 독일에 받아들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었다. 이는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이 1933년 이후 처음으로 의석을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러시아는 민주주의의 심장인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미국에서 대선이 한창이던 2015년 6월 러시아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겨냥한 가짜 뉴스들을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퍼뜨렸다. 힐러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결국 트럼프의 이득으로 돌아갔다. 러시아 사이버전이 미국 대선에서 실제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쳤는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시대에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교란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내 보인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2012년 푸틴의 장기 집권 수립부터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16년 브렉시트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통해 오늘날 민주주의를 가장한 신(新)권위주의가 어떻게 권력을 손에 넣었는지를 보여준다. 책은 “선거가 이뤄지지만 투표는 조작되고, 정당은 존재하지만 껍데기일 뿐이다. 침공은 이뤄지지만 전쟁은 부인하고, 언론은 실재하지만 국가가 통제한다. 이것이 러시아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신권위주의를 팽창시킨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역사학자인 저자 티머시 스나이더는 전작 ‘폭정’을 통해 트럼프 당선 이후 우려되는 민주주의 한계와 위기를 경고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세계가 민주주의에서 권위주의로 변해가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필연의 정치학’과 ‘영원의 정치학’이라는 이론을 제시한다. 대중들은 민주주의가 승리했고, 참여와 번영이 증대하는 사회로 당연히 나아가리라는 근거 없는 확신, 즉 필연의 정치학에 매몰될 때 영광스럽다고 기억되는 과거에 대한 갈망과 동경을 이용해 국가를 지배하는 영원의 정치학에 너무도 쉽게 이끌린다는 논리다.

저자는 “오늘날처럼 정교한 가짜 뉴스가 사방에서 몰아치며 진실을 가리고, 현재의 불평등과 미래의 불확실성이 엄습할 때 우리는 민주주의로 가장한 권위주의에 이끌리기 쉽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그것에 현혹되는 것은 ‘사회는 진보하고 번영은 계속된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경고한다. 2만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