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경제 · 금융  >  정책·세금

"경영개입 과하다" 비판에…국민연금 가이드라인 일단 보류

'연금 사회주의' 논란에 결론 못내
박능후 장관 "기업, 취지 잘못 이해
불안감 없앨 구체적인 내용 보완"
차기 기금위서 재논의후 의결할듯
재계선 "기업 길들이기 악용" 우려

  • 황정원 기자
  • 2019-11-29 17:24:33
  • 정책·세금
'경영개입 과하다' 비판에…국민연금 가이드라인 일단 보류
박능후(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8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중투표제와 이사 해임 등 과도한 경영개입 논란을 빚었던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이 일단 보류됐다. 기업 경영에 부담이 클 수 있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우려에 정부가 일단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하지만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재계의 우려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라는 입장인 만큼 결국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어 복지부가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코드)’의 후속조치로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심의했다.

논의 안건이었던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위탁운용사 의결권 행사 위임 가이드라인 △위탁운용사 선정·평가 시 가점 부여방안 중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은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기금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회의 후 “법령상 위반 등 ‘중점관리 사안’ 선정 과정이 분명하게 규정돼야 하고 주주권익 침해 우려 등 ‘예상하지 못한 우려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내용을 적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불필요한 우려를 없애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더욱 구체적으로 보완한 후 다시 의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지난 13일 공청회를 통해 공개한 가이드라인은 횡령·배임이나 사익 편취 등 범법행위가 있을 때는 이사 해임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주주권 행사 강화 방안이 담겼다. 특히 사법부 등 국가기관의 1차 조사결과에서 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과도한 경영개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헌법상 기본권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영개입 과하다' 비판에…국민연금 가이드라인 일단 보류

가이드라인에는 상법상 기업이 정관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한 집중투표제를 국민연금이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출할 때 표를 많이 얻은 순서대로 이사를 선출하는 제도라 재계의 우려가 쏟아졌다.

박 장관은 “재계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근본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알리고 불필요한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진하겠다는 게 방향”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안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복지부는 가이드라인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법과도 충돌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주주가치 훼손의 경우 형법에 적용되는 무죄추정 원칙의 적용 대상이 아닐 뿐더러 국민연금이 주주인 만큼 집중투표제를 허용하도록 정관 변경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 같은 경영 참여 수단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의사결정권을 틀어쥔 정부가 사기업의 경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금 사회주의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더욱이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2013년 기준 국민연금의 자국 내 시가총액 점유율은 6.4%로 일본 GPIF(4.6%), 네덜란드 ABP(4.2%), 캐나다 CPPIB(0.8%) 등 세계 주요 연기금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 올해 8월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시가총액 점유율은 7.0%까지 올라서 있는 상황이다.

재계는 국민연금의 이번 후속조치가 기업들의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당장 내년 주총 시즌부터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투자에 쓰여야 할 기업의 잉여가 경영권 방어로 쏠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선결적으로 확보한 뒤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이 자의적 판단과 모호한 잣대로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을 제도화하면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기자 김상훈기자 garde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