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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십니까] "어려운 때일수록 정부 역할 중요…대통령이 수출대책회의 챙겨야"

<조환익 한양대 특훈교수>
외환위기 극복 이끈 수출...정부가 드라이브 걸면 증가 가능
MB땐 워룸서 비상경제대책회의 열어 애로사항 바로 해결
美서 기술력 인정받은 원전, 탈원전정책에 일감만 확 줄어
한전, 전기료 인상 주장은 옳아...내년 선거 끝난뒤 올려야

  • 한기석 논설위원
  • 2019-12-02 00:05:02
  • 기획·연재
[어떻게 지내십니까] '어려운 때일수록 정부 역할 중요…대통령이 수출대책회의 챙겨야'
조환익 한양대 특훈교수는 “수출 경쟁력이 살아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며 “그때까지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욱기자

[어떻게 지내십니까] '어려운 때일수록 정부 역할 중요…대통령이 수출대책회의 챙겨야'

“수출이 참 걱정입니다. 지난 10월 수출만 해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7% 줄었어요.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조환익 한양대 특훈교수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수출 걱정부터 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울 때는 항상 수출이 나섰다”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벗어나게 한 것도 수출이었다”고 말했다. “대통령부터 나서서 지하 벙커에서 매일 수출대책회의를 열어야 합니다. 쇼라고 비난받아도 괜찮습니다. 다들 쇼인 줄 알아도 하다 보면 분위기가 바뀌고 실제 효과도 납니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면 수출이 최소한 5%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는 “지금은 수출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좋지 않다”며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자원부 차관을 거쳐 한국전력 등 공기업은 물론 주성엔지니어링 등 민간기업까지 두루 경험한 실물경제 분야의 베테랑이다. 우리나라 경제 현실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수출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습니까.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수출은 기업이 합니다. 그런데 지금 대기업을 보면 야성이 사라졌습니다. 모험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4차 산업혁명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지만 그쪽은 아직 돈이 벌리는 단계에 와 있지 않습니다. 고비용 구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정착했죠.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수출을 늘리기는 어렵습니다. 수출 시황도 좋지 않습니다. 세계 무역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환율이라도 좀 도와줘야 하는데 원화는 오히려 고평가돼 있죠.

-수출을 늘릴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해외 마케팅을 도와줘야 합니다. 전시장도 마련해주고 바이어도 초청해주고 수출금융도 넉넉히 도와줘야 합니다. 외환위기 때 통상산업부에서 무역실장을 했는데 정부가 역할을 해주면 수출을 늘릴 방법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 것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냥 하지 말고 열심히 해야죠. 이명박 정권 시절에 워룸이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점퍼 입고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었죠. 거기에서 어느 은행 때문에 수출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바로 은행에 연락해 해결해줬습니다. 어떤 바이어를 만나기가 어렵다고 하면 해당국 대사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게 해줬죠.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거 쇼 아닙니까.

△쇼라도 좋습니다. 쇼면 어떻습니까. 수출기업은 정부가 자신을 챙긴다는 생각이 들면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생깁니다. 정부가 보험 다 들어줄 테니 마음 놓고 한번 팔아봐라 이렇게 얘기해야 합니다. 외환위기 때 대우와 기아가 망하면서 자동차 부품사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때 정부가 기업들을 데리고 미국 디트로이트에 가서 온갖 멸시와 구박을 받으면서도 끝내 GM과 포드에 납품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정부에서 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에 이런저런 수단이 있습니다. 무역협회·무역보험공사·KOTRA 등 공기업도 많습니다. 이런 쪽에서 창의력을 발휘해 움직이면 수출이 살아납니다. 대통령이 어렵다면 산업부 장관이라도 매일 수출촉진회의를 열고 담당 국장을 불러 다그치면 분위기가 바뀝니다.

-본질적인 수출 경쟁력은 살아나기 어려운가요.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수출 경쟁력이 살아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시장점유율은 한 번 떨어지면 끌어 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영국 원전을 수주하지 못한 것은 많이 아깝습니다. 당시 선진국 리스크니 뭐니 하면서 건설 도중에 공사 중지라도 걸리면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많았죠. 그때 상황에서 보면 혹시 적자가 나더라도 수주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야 국내 원전 생태계가 살아납니다. 그게 사례(레퍼런스)가 돼 수주가 이어지는 거죠. 추운 겨울에는 공장 가동만 할 수 있으면 고마운 겁니다. 근근이 버티면서 기회를 노려야죠.

-탈원전정책은 방향이 맞습니까.

△처음부터 발이 꼬인 거죠. 발전은 원래 경제성이 우선입니다. 전기는 경제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거죠. 여기에 환경성이 들어가고 안전성까지 포함됐습니다. 안전성은 지금의 여당이 넣은 원칙인데 이때부터 원전 비중을 줄이자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거기까지는 괜찮은데 그랬으면 에너지전환정책이라고 하면 될 것을 탈원전정책이라고 명명하면서 엉켰습니다. 앞으로 60년에 걸쳐 원전을 없애겠다는 게 탈원전정책인데 60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습니까. 신규 원전 계획만 조금씩 줄이면서 원전 비중을 낮추겠다고 했으면 이런 난리가 나지는 않았죠.

-세계 최고라는 원전 기술이 사장되는 게 제일 안타깝습니다.

△미국에서 원전 설계 인증을 받은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그 인증을 받기 위해 한전의 최고 에이스들이 십 몇 년간 그 일만 했습니다. 정근모 박사가 정말 많은 일을 한 겁니다.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여 인증을 받았는데 할 일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국내에서는 탈원전이라고 하면서 해외에 나가 우리 원전이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입니다. 결국 이산화탄소 배출만 늘어났습니다.

-지금이라도 탈원전정책을 바꾸면 어떨까요.

△내년 선거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경남만 해도 원전 플랜트 등 원전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죠. 정부가 탈원전정책 대신 에너지균형화정책으로 바꾸면 그 안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습니다.

-전기요금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전이 할인 특례 폐지 등을 얘기하며 전기요금 인상을 주장하는데 맞습니다. 인상 요인이 있습니다. 한전은 한국의 전기 안전과 안정을 책임지는 회사입니다. 인상 얘기를 하지 않으면 무책임한 겁니다.

-정부는 인상 요인이 없다고 합니다.

△정부가 인상 요인이 없다는 것은 탈원전으로 인한 인상 요인이 없다는 겁니다. 정부의 설명처럼 원전가동률은 탈원전 이전 수준으로 올라갔습니다. 원전가동률을 지난해 60%대까지 내렸다가 여론이 악화하니까 올해는 많이 올렸습니다. 하지만 탈원전과 관련한 신재생 에너지 의무할당제(에너지사업자에 공급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하도록 의무화한 것), 탄소배출권 부담금 등 간접적인 분야에서 인상 요인이 있습니다. 환율, 석탄 가격,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등 다른 인상 요인도 많습니다.

-전기요금을 올리는 게 국민에게 어느 정도 부담이 될까요.

△한전의 전기요금 수입이 1년에 70조원 정도 되는데 2%만 올려도 1조4,000억원이죠. 이 돈이면 전기와 관련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난여름에 덥다고 제아무리 에어컨을 틀었어도 한 가정의 전기요금이 월 5만원을 넘지는 않았을 겁니다. 2% 올리면 1,000원 정도 되는 돈이죠. 요즘에는 아이들도 모두 스마트폰을 써서 통신요금이 상당히 많이 나가죠. 수십만원씩 나가는 통신요금과 비교하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셈이죠. 내년 선거가 끝나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안전에 문제가 생깁니다. 2011년 9·15 대정전 사고가 있었죠. 그런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됩니다.

-인공지능(AI) 같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한전 사장으로 있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습니다. 한전은 일종의 전기 도매상인데 이걸로는 비즈니스 모델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기를 팔지 않는 다른 솔루션을 만들자고 생각했고 그래서 연구한 결과물이 데이터한전입니다. 한전이 1년에 생산하는 기술적·상업적 데이터는 3조7,000억개 정도 됩니다. 발전 기술과 송전 기술에 관한 것도 있고 전기를 누가 제일 많이 쓰는지에 대한 데이터도 있습니다. 전봇대에 센서를 달면 보안과 관련한 데이터들이 양산됩니다.

-그 데이터로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현재 전 세계 인구의 20%는 전기를 쓰지 못합니다. 15%만 전기를 충분히 쓰고 있습니다. 데이터로 전기전략에 관한 솔루션을 만들어 전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급해주는 거죠. 한전은 당장 절전 솔루션 분야에서 보면 세계적인 초격차 기업입니다. 절전 솔루션을 이용해 변전기·발전기·개폐기 등을 바꾸면 10~15%의 전기를 당장 절약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도 AI에 관심이 많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투자의 방향에 문제가 있습니다. AI는 연산능력이 우수한 천재가 만들면 됩니다. AI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클라우드입니다. 클라우드는 데이터의 산맥입니다. 클라우드가 데이터를 장악하고 확보해 빅데이터를 만들어내면 이것을 활용하는 게 AI죠. 미국의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3개 회사가 클라우드를 통해 전 세계 데이터의 7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따라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데이터자원에 투자하고 클라우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유튜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젊은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입니다. 취업에 성공하고 나면 조직에서 살아남는 게 또 고민이죠. 그런 부분에 대해 직장 생활을 오래 한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고 싶어 고교 동창 2명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어떤 조언이 있을까요.

△지금 젊은 세대는 역사상 유일하게 이전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못사는 세대가 될 거라고 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유일하게 이전 세대에게 도움을 받는 세대가 되는 겁니다. 마흔 살 될 때까지는 부모에게 신세를 져도 괜찮습니다. 여유 있게 생각하고 자기 계발하는 데 충분히 시간을 쓰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100세까지 살아야 하니까요.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he is …

195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뉴욕대와 한양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를 각각 취득했다.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상공부 미주통상과장을 시작으로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실 부이사관,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국장 등을 거쳤다. 산업자원부 차관,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한국전력 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특훈교수, 전남대 석좌교수, 녹현리서치 대표로 있다. 저서는 ‘한국, 밖으로 뛰어야 산다’ 등 3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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