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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통일·외교·안보
트럼프 "김정은, 모든 것 잃을 수도"···北 "우린 더이상 잃을 게 없다"

北美 2년전 '화염과 분노' 시기 방불 거친 설전

김영철, "망령 든 늙다리" 트럼프 인신공격도

리수용 "金, 트럼프 자극표현 없어..막말중단돼야"

기싸움 속 내주 방한 비건, 北 접촉할지 주목

"트럼프 양보땐 역풍…북미대화 난망" 지적도





대미 강경파인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하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를 보낸 데 대해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라고 맞받아쳤다. 북한이 전날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며 북미 비핵화 협상의 ‘레드라인(금지선)’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예고한 것을 두고 북미가 설전을 벌이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에 선 북미, 출구 없는 극한대치=포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윗을 통해 열었다. 그는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고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며 “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밝혔다. 재선에 목숨을 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성과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과 핵실험 중단을 과시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의 ICBM 도발은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 위원장)는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로 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내년)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ICBM 도발이 자신의 재선 가도에 여파를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김영철 위원장에 이어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연이어 대미 강경발언을 이어가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은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김영철 위원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트럼프의 트윗에 대해 “참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대목”이라며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녕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인신공격하는 등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수위에 달했던 2017년 ‘화염과 분노’ 시기를 연상케 하는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리 부위원장도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얼마 안 있어 연말에 내리게 될 우리의 최종판단과 결심은 국무위원장이 하게 된다”며 “국무위원장의 심기를 점점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트럼프의 막말이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리 부위원장의 담화가 나온 시점이 워싱턴 등 미국 동부기준으로 아침 출근 시간대인 점을 고려하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체제 훼손과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직접 발신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화재개 고려해 절제된 표현도=다만 북한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극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수위를 조절했다. 김영철 위원장은 충돌을 멈춰 세울 의지와 지혜가 있다면 그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계산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며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미국의 양보를 거듭 촉구했다. ‘대북 무력 사용’ 등 과격한 화법을 썼던 트럼프 대통령이 절제된 표현을 쓴 점도 북미 비핵화 협상의 극적인 반전을 조금이나마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실제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 담당국장은 이날 폭스뉴스 기고를 통해 익명을 요청한 백악관 고위당국자가 탄핵 문제가 끝나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협상에서 유연성을 보일 가능성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김 위원장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상응 조치가 있을 것임을 북측에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부 부장관에 임명된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 /연합뉴스


다음주로 예상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의 방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인 대북 온건파로 분류되는 비건 대표가 방한할 경우 북측에서도 파국을 막기 위해 미측과 접촉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트럼프의 선택 폭 넓지 않아=하지만 미 조야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 제재완화에 대한 반감이 강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도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조금이라도 대화의 여지를 줘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그런 정황이 없다”며 “북한이 ICBM 도발을 상징하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문제까지 건드린 상황에서 무조건 북한에 양보했다가는 국내 정치적으로 역풍을 받게 되고 시간적 여유도 별로 없다”고 북미 접촉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달 하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길’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연내에 ICBM 발사까지는 나가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박 교수는 “ICBM을 쏘면 유엔의 대북제재가 더 강화되고 결정적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측면 지원해줄 명분이 사라진다”며 “북한은 지금까지 새로운 길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명분만 확보되면 얼마든지 국내 정책 기조를 밝히면서 비핵화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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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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