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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세모탈]지옥철 대안? '한강 수상택시' 타고 잠실-여의도 출근해보니
잠실나루 승강장에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한강 수상택시의 모습/정민수 기자




지하철 잠실역에서 여의나루역까지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지하철 2호선에서 5호선으로 한 번 환승하는 방법과 2호선에서 9호선으로 갈아탄 후 다시 5호선을 이용하는, 총 두 번 환승하는 방법. ‘카카오지하철’ 앱에 따르면 두 번 옮겨 타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경우 출근 시간을 8분 단축할 수 있다.

/‘카카오지하철’ 앱 화면 캡처


환승 없이 버스만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 경우 34개에 달하는 정거장을 거쳐야 한다. 교통체증까지 겹치면 1시간 30분 가까이 꼼짝없이 도로 위에서 보내게 된다.



그러나 ‘한강’을 활용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하철처럼 노선 간 환승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꽉 막힌 도로 사정과는 달리 늘 시원하게 뻥 뚫려있다. 실제로 한강 수상택시는 2007년 10월 운항 시작 당시 “교통 체증 없는 15분 주파”를 내세웠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수상 택시 하루 평균 이용객은 단 5명. 출퇴근 수상택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수상택시 사업자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가 떠안은 적자는 올해만 12억여 원. 수상택시 도입 12년, 수상택시는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지난주, 기자는 잠실역 근처 ‘A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이 되어 지하철과 수상택시를 이용해 비교 출퇴근을 해봤다. 여의도에 위치한 ‘B 회사’ 입구까지 지하철·수상택시 탑승 시간과 도보 이동 시간을 기록해 비교했다.

■ 수상택시, 예약부터 난관…요금 실랑이까지

먼저 출퇴근 수상택시를 예약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출퇴근 노선 도입 초기엔 예약 없이 이용 가능했지만 이용객이 줄면서 예약 제도로 변경됐다. 그런데 관광택시·출퇴근 택시 둘 다 예약 페이지에 ‘업데이트 중’이란 문구가 떠 있었다. 전화로 문의하니 누적된 적자 문제와 이용객 감소로 출퇴근 택시 운행은 현재 잠정 중단 상태라고 했다. 다만 관광택시는 전화로 예약이 가능했다.

/한강수상택시 홈페이지 캡처


다행히 관광택시의 경우 코스를 원하는 대로 지정할 수 있었다. 잠실에서 여의나루까지 출퇴근 노선 그대로 이동하기로 했다. 시간대는 선장의 근무 시간에 맞춰 실제 출근 시간이 아닌 오후 3시로 잡았다. 예약 과정은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다. 시간대를 정하는 도중 바쁘다며 전화가 끊기기도 했고(다음날 연락을 준다고 했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는 오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정해진 요금대로 갈 수 없다는 실랑이 아닌 실랑이도 선장과 벌여야 했다.

■ 아파트 단지에서 선착장까지 도보 13분…생각보다 가까워





수상택시 예약 당일. 탑승 시간보다 30분 빨리 잠실역에 도착해 기준점으로 삼은 ‘A 아파트 단지’의 중문으로 이동했다. 중문은 한강과 가장 가까운 입구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스마트폰 만보기 앱을 켰다. ‘네이버 지도’ 앱에서 측정한 예상 도보 시간은 17분으로 횡단보도를 2회 건너야 한다고 나와 있었다.

5분쯤 걸으니 한강으로 이어지는 터널이 나왔다. 터널을 지나면서부터 바람이 급격히 세지기 시작했다. 칼바람이 부는 한강 공원은 시민들의 발길이 끊겨 텅텅 빈 상태였다.


잠실나루 수상택시 승강장은 이랜드크루즈 선착장 옆이었다. 멀리서부터 대기 중인 수상택시와 선장의 모습이 보였다. 괜히 마음이 급해져 걸음을 조금 재촉했다. 수상택시 바로 앞에 도착해 만보기 앱을 확인하니 이동에 걸린 시간은 13분, 총 걸음 수는 1,426걸음이었다. ‘네이버 지도’ 앱의 예상보다 4분 적게 걸렸다.

승강장 앞에 위치한 파란 기둥 꼭대기에는 자그마한 수상택시 모형이 달려있었다. 아래 적힌 ‘수상택시 승강장’이란 빛바랜 글씨는 그간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했다.


수상택시가 정차한 승강장의 모습. 현장의 관리자는 선장 한 명이었다.


기자가 이날 타게 된 수상택시는 7인승 정원의 단동선. 실제로 마주하니 작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수상택시의 출입문도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선장의 안내에 따라 내부로 들어서니 목재로 이루어진 운전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승객들이 앉는 좌석은 베이지색 가죽으로 되어 있었다. 출퇴근용으로 이용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였다.

수상택시 내부는 운전석과 승객석의 공간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선장이 건넨 승선신고서를 작성하는 사이 배는 출발했다. 멀미를 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흔들림이 적었다. 선실 벽과 지붕이 바깥 공기를 완벽히 차단하고 있고, 히터도 빵빵하게 가동 중이어서 외부와 단절된 기분까지 들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니 그제야 물 위에 있단 게 실감이 났다. 겨울 강바람은 매서웠지만 물살을 가르는 배 위에서 바라본 한강은 아름다웠다.

수상택시에서 바라본 한강의 모습.


■ 요금 현실화가 가장 큰 문제…인프라도 턱없이 부족

시원스런 한강 풍경과는 다르게 배를 운행하는 선장의 표정은 시종일관 어두웠다. “요즘 수상택시를 찾는 손님은 좀 있냐”며 말을 꺼내자 한숨 섞인 대답이 터져 나왔다.

“9호선 급행 들어오곤 뭐, 다 망했어요. 아무도 이용을 안 해.”



선장은 뜻밖에 9호선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도 좀 있었던” 출퇴근 수상택시 이용객이 9호선 급행열차가 들어서면서 “씨가 말랐다”고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실제로 9호선 개통 이후 한강 수상 택시 이용객이 처음 감소했다. 2009년 4만6,210명에 달하던 수상택시 이용객은 2010년 들어 2만7,992명으로 60% 넘게 줄었다.

그는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요금 현실화가 시급한 것 같다”고 답했다. 출퇴근 요금이 12년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며 지금으로서는 선장들 급여 지급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강 수상택시 출퇴근 요금은 2007년과 동일한 5,000원. 요금이 수익성을 보장해주지 않다 보니 도선장 내 편의시설 운영·보트조정면허 및 면제교육기관 지정 등 부대 수익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영업실적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선장은 인프라 부족도 수상택시 사업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서울시엔 제대로 된 선박 수리센터 하나 없다”며 “고장이라도 나면 수상 택시를 인천 아라뱃길까지 끌고 가야만 수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배만 띄워 놨는데 어떻게 잘 다닐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선착장에서 회사 입구까지…심리적 거리감 멀어

수상택시 출퇴근 노선을 기록한 다음지도 캡처. 총 길이는 16km에 달한다.


수상택시가 여의나루에 승강장에 도착하기까지는 33분이 걸렸다. 출퇴근 노선의 총 길이가 16km니, 평균 시속 29km로 달린 셈이다. 선착장에 내려 또다시 만보기 앱을 켜고 걷기 시작했다. 기준점으로 삼은 ‘B 회사’ 입구까지 걸린 시간은 11분. 걸음 수는 1,073걸음이었다. 이번에는 앱에서 제시한 것과 같은 시간이 소요됐다. 횡단보도를 3번이나 건너다보니 신호 대기에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상택시로 출근하는 데 걸린 시간은 총 57분. 이 중 도보 이동 시간은 24분으로 걸음 수는 1,499 걸음이었다. 중간에 환승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없었지만 한강공원을 가로질러 이동하면서 계단을 여러 번 오르내리다 보니 실제보다 훨씬 많이 걸은 것처럼 느껴졌다.

■ 또 한 번 출근, 이번엔 지하철로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한 아침 7시 20분 경. 도로엔 이미 출근 행렬이 들어서있었다.


다음 날 아침 기자는 다시 한 번 잠실을 찾았다. 이번엔 지하철 출근 체험을 위해서였다.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한 아침 7시 20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버스로 출퇴근한다면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다. 혹시 몰라 버스 정류장에 가보니 역시나 아무도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B 회사’까지 가는 360번 버스는 정차 없이 문만 잠시 열었다 쿨하게 지나쳐갔다.

‘A 아파트’에서 ‘B 회사’까지 가는 360번 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장은 텅 비어있었다. 이 버스를 탈 경우 소요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다.


다시 걸음을 옮겨 ‘A 아파트’ 정문으로 이동했다. ‘A 아파트’ 정문에서 잠실역 6번 출구까지는 2분(247 걸음)이 걸렸다. 정문이 아닌 샛길을 이용할 경우 30걸음이면 지하철 출구에 닿는다. 6번 출구로 내려가 지하철 승강장 문 바로 앞까지 걷는 덴 3분(360 걸음)이 소요됐다. 도보만 따졌을 때 여의나루 수상택시 승강장으로 이동할 때보다 3배 정도 덜 걸린다.

출근 피크 타임이 되자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로 출구가 붐비기 시작했다. 광역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환승하는 사람도 많았다.


지하철은 한양대역까지는 크게 붐비지 않았다. 이따금 운 좋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는 경우도 보였다. 다만 왕십리역에서부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구간엔 ‘콩나물시루’ 현상이 나타났다.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니었지만 선 자리에서 크게 이동하는 건 불가능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B 건물’로 이동하는 덴 9분, 걸음 수로는 1,081 걸음이 걸렸다. ‘라스트마일(최종 목적지까지의 마지막 이동 거리)’에선 수상택시를 이용했을 때보다 시간은 2분 덜, 걸음 수는 8걸음 더 걸렸다.

2호선 출근 지하철은 9호선 급행 열차만큼 ‘지옥철’은 아니었지만,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이 들어찼다.


목적지인 건물에 도착해 찍은 만보기 앱 화면


■ 지하철·수상택시 소요 시간은 동일…요금·도보 따지면 수상택시 敗





‘그래도 지하철이 더 빠르겠지’했던 당초 예상과 달리 수상택시와 지하철 이동에 걸린 총 시간은 같았다. 그러나 수상택시를 탈 경우 10분 더 걸어야 하고 요금도 3,550원 비싸다 보니 이용객의 입장에서 지하철을 두고 굳이 수상택시를 이용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어온 한강까지의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출퇴근용으론 확실히 한계가 있었다.

수상택시 선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자의 모습


“수상택시가 대중화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근데 한 번 살려보려고 해도, 그게 참 어려워요.”

두 번의 출근길 체험을 마치고 진짜 출근하는 길, 선장의 탄식 섞인 한 마디가 귓가에 맴돌았다. 문득 네이버 뉴스 탭에 ‘한강 수상택시 적자’를 검색해보니 12년간 나온 기사는 고작 167건뿐이었다. 서울시가 일관된 정책 없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수상택시 사업은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었다.

한편 정수용 한강사업본부장은 지난달 14일 열린 한강사업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속되는 적자와 관련 “한강 이용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한강이용인구가 수상택시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았다.
/정민수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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