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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시론] 삼성의 ‘준법경영’ 선언에 부쳐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대기업들 윤리경영 본격화할듯

기업가정신·국부창출 북돋우려면

정부·시민사회 채찍 함께 격려를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




지난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시민사회 소통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한 마디로 ‘준법경영’ 선언이다. 그동안 삼성그룹 선대 회장들의 선언은 한국 경제·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1983년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의 ‘도쿄선언’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본격적 투자와 추격자 혁신의 계기가 됐다.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1993년 ‘신경영선언’은 한국 경제의 혁신 능력을 ‘신지식 창조’ 단계로 업그레이드하는 상징이 됐다. 그리고 3대째인 이 부회장에 이르러 준법경영 선언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삼성그룹의 ‘선언 역사’는 한국 기업사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이번 이 부회장의 준법선언으로 대기업들의 윤리 및 사회기여 경영이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대기업들의 탐욕과 정치·사회의 미성숙이 동시에 존재해왔다. 그 사이 사회정의 실현이 늦어지고 중소기업의 성장에 장애가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선언도 시민사회의 비판과 함께 재판부의 요구와 준법감시위원회의 압력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우리 사회가 경제적 이익을 좇는 거대집단에 대한 견제가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인들은 세계 최대 자본주의를 이룬 미국 경제의 뿌리에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 ‘철도왕’ 커널리어스 밴더빌트가 실천한 기업가정신이 있음을 인정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그러나 그들도 처음에는 악덕 자본가로 지탄의 대상이었다. 예외 없이 정치결탁, 뇌물, 기술탈취, 노조 파괴, 복잡한 사생활의 대명사였다. 그들의 탐욕을 자제하고 자선과 기부로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만든 것은 법과 여론의 ‘채찍’이었다.

둘째, 우리는 채찍도 약했지만 ‘존경’에도 인색했다. 기업활동은 경제적 이익을 위한 탐욕으로 굴러가지만 그 과정에서 창출되는 일자리와 재화는 국부의 원천이 된다. 이 때문에 지속 가능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채찍과 존경의 균형을 절묘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인들은 일본 경제를 일군 기업인 세 명을 ‘경영의 신’으로 신격화한다. 혼다자동차의 혼다 소이치로, 교토세라믹의 이나모리 가즈오, 마쓰시타전기의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그들이다.



한국 대기업은 세습경영으로 존경받지 못한다는 비난이 있지만 기업인을 천시하는 사농공상의 문화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삼성그룹 하나가 선대의 ‘혁신선언’으로 이뤄낸 성과는 일본 3대 경영의 신이 일궈낸 업적을 합친 것보다 크다. 2006년 소니 TV 추월을 시작으로 한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등 많은 부문에서 ‘퍼스트무버’ 국가가 됐다.

셋째, 준법경영 선언의 무게다. 선대 삼성 회장들의 혁신선언은 반도체 산업을 일으키고 세계 일등의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수십 년 묵은 잘못을 사죄하는 선언을 했다. 그렇다면 이제 삼성의 혁신은 원동력을 잃은 것일까. 세계적 혁신은 소규모 조직은 물론 창의적인 개인과도 상생하는 거대생태계를 꾸리고 플랫폼의 역할을 다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때 준법과 윤리는 성공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준법경영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한국 기업사에 남는 혁신선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준법선언이 또 다른 국부창출의 원동력이 되려면 당사자만 잘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가정신이 한국 자본주의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채찍과 격려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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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1 04:35:53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