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

경제 · 금융통상·자원
[뒷북경제] '그린 뉴딜', 결국 문재인 판 '녹색성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채 종식되기 전, 한국 사회에 갑자기 ‘뉴딜’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진앙은 정부입니다. 코로나 19 대책으로 기존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산업 육성 등을 중심으로 한 ‘한국판 뉴딜’을 내놓더니, 얼마 안 가 ‘그린 뉴딜’이 시급한 국정 과제라고 콕 집었습니다. 아직 한국판 뉴딜, 또는 그린 뉴딜이 뭔지 정체가 불분명한 상황이지만, 정부가 조만간 공식 발표하면 ‘뉴딜 시리즈’가 베일을 벗을 전망입니다. 그런데 그린 뉴딜 하면 무엇인가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으시나요. 그린 뉴딜처럼 경제와 환경의 선순환을 표방했던 경제 정책, 바로 이명박(MB)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오+20 정상회의 개막 후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GGI) 설립 협정 서명식’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녹색성장은 MB 정부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당시 사실상 전 정부 부처가 정책이나 사업에 마치 트레이드 마크처럼 ‘녹색’자를 붙이다시피 했다”(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고 할 정도니까요. 그렇다고 녹색성장이 MB 정부의 정책 홍보에만 활용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녹색성장은 당시 한국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에 대한 극복 방안으로 도출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4년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책임연구원으로 수행한 ‘녹색성장 경험과 교훈’ 연구 보고서는 녹색성장이 도출된 배경으로 ‘자원은 한계가 있고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인해 야기된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변화를 요구했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친환경적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MB 정부 출범과 더불어 등장한 녹색성장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죠. MB 정부 출범 1년 후인 지난 2009년 7월 발표된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계획’을 보면, 당시 정부는 녹색성장을 추진한 배경으로 △지구 온난화로 환경위기 심화 △에너지·자원 고갈 위기 △중화학·전자 산업 등을 탈피한 신성장 동력 창출 필요성을 꼽았습니다. 이에 따른 녹색성장 추진 계획으로 온실가스 감축, 탈석유·에너지자립 강화, 녹색산업 육성 및 산업구조 고도화 등을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기업·정부·국민이 합심하면 코로나 산업위기를 극복하고 디지털경제 시대의 강자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참석한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에게 말했다. /연합뉴스


그런데 그린 뉴딜의 ‘출생 배경’도 녹색성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실제 지난 3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던 ‘2050 그린뉴딜 비전’은 정부의 그린 뉴딜을 짐작해볼 수 있는 단서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탄소 제로 사회’라는 장기 목표 하에 탈(脫)석탄·신재생에너지 확대, 친환경 신산업으로 수소차·수소연료전지 등 수소경제 활성화, 2040년까지 미세먼지 농도 선진국 수준으로 감축 등의 로드맵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린 뉴딜이나 녹색성장이나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는 것은 이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점을 인정하기는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서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왔다. 외환위기에는 IT(정보기술)산업을 일으켰고, 글로벌 경제위기 때는 녹색산업을 육성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MB 정부 시절이었으니 문 대통령이 녹색성장의 영향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죠.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전날 “그린뉴딜은 녹색성장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며 “녹색성장을 갈아엎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 성장의 대안으로 그린 뉴딜을 채택하기도 한 바 있는 만큼, 정부의 그린 뉴딜이 어떤 모습일지 두고 볼 일입니다.



지난 2016년 6월 13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 도동나루터에 녹조현상이 관찰된 모습. /연합뉴스


그런데 구호만 거창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실제 MB 정부는 녹색성장을 통해 150만명에 가까운 대규모 고용유발 효과를 내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4대강 사업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일자리를 일시적으로 늘리는 데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MB 정부의 미국 카운터 파트였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 그린 뉴딜을 핵심수단으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전기차 산업 육성,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 등 정책을 추진했는데 말이죠. 녹색을 표방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늘어나 외국 환경단체들이 한국을 ‘기후악당’이라고 낮춰 부르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명칭에 걸맞은 실행 방안과 실천이 관건이라는 것이죠.

경제와 환경의 선순환을 표방하지만, 자칫 경제보다 환경에 더 초점이 맞춰질 경우 그린 뉴딜이 결국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합니다. 코로나 19로 위축된 경제를 살리자며 마련한 대책이 외려 규제를 늘린다면 곤란하겠지요. 문재인 정부는 MB 정부의 녹색성장이 받았던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요 뉴스
2020.06.04 16:27:05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