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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정책·세금
[뒷북경제] 경제 위기 때마다 소득 양극화…이번엔 어떨까

높을수록 불평등한 5분위 배율 5.18→5.41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높아져

위기 닥치면 저소득층 일자리부터 타격

4월 임시·일용직 급감에 불평등 심화될 듯





통계청이 ‘2020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발표한 지난 21일 정부는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함께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소득분배 상황을 긴급 점검했습니다.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위기 과정을 겪으며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전례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입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소득 양극화를 경고했습니다. 같은 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사스·메르스·에볼라 등 과거 사례를 보면 감염병 유행은 소득불평등과 빈부격차를 심화시켰으며 이번 코로나19로 세계 빈곤 시계를 2015년 수준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페이스북에도 “경제활동이 위축되면 저소득층 소득 여건이 더 크게 영향 받아 분배지표가 악화되기 쉽다”고 적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결과’ 관련 주요 내용으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재부


정부가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이번 통계청 조사에서 소득 불균형 수준을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5.41배로 지난해 1·4분기 5.18배 대비 0.23배 포인트 늘었기 때문입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5분위) 소득을 하위 20%(1분위) 소득으로 나눠 구하는데, 5.41이면 5분위 소득이 1분위 소득보다 5.41배 많다는 의미입니다. 값이 클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5분위 배율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는 것은 과거 경제 위기 때마다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상이 관찰되기 때문입니다. 5분위 배율은 외환위기 당시 1997년 3.80에서 1998년 4.55로 심화됐고, 이 수치는 금융위기 때도 2008년 4.88에서 2009년 4.97로 악화됐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과거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전염병이 발생하고 5년이 지나면 지니계수가 1.5% 가까이 상승하는 현상도 관찰됩니다. 지니계수는 높을수록 소득 분배가 불평등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215A06 분기별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




최근 나타난 소득 불평등 결과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한 경제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 시각입니다. 코로나19로 임시·일용직 중심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저소득층이 영향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임시·일용직 취업자 수는 올해 1·4분기에만 26만9,000명이 감소했습니다. 이에 1분위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6.9% 줄었습니다.

경제 위기 때마다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지는 이유는 저소득층이 위기 상황에 더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저소득층은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고 가장 뒤늦게 고용됩니다. 고소득층과 달리 저축률이 낮고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도 없기 때문에 실업은 생계에 큰 타격입니다. 반면 고소득층은 영향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소득이 늘어나는 모습도 보입니다. 1·4분기 5분위 근로소득은 2.6%, 4분위 근로소득은 7.8% 증가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이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아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다만 소득 양극화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소득불평등 심화 배경과 대응관계’라는 보고서에서 “소득불평등이 경제위기 등으로 단기간에 악화됐다기보다는 구조적·정책적 요인에 따라 지난 20여년 동안 꾸준히 악화돼 왔다”고 분석했습니다. 산업구조 변화, 노동시장 안정성 저하,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 기업의 보수적·안정적 경영행태, 교육수준과 일자리 간 미스매치, 소득재분배 기능 악화 등 구조적 원인에서 불평등이 기인한 만큼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당분간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저소득층 소득을 추산할 수 있는 임시·일용직 취업자 수는 4월 들어 78만3,000명이나 급감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소득분배 악화를 막기 위해 고용시장 안정에 주력한다는 방침입니다. 김 차관은 토마 피케티 저서 ‘21세기 자본’을 인용해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며 경제적 불평등이 오히려 완화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가 오면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잘못된 상식’을 깰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소득 양극화는 외환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한층 더 심해졌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사회는 소득 불평등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까요?
/세종=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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