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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조선 군적부가 태안 섬집 벽지에서...니가 왜 거기서 나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주민 신고로 발견

수군 명단과 인적사항 상세히 기록돼

군역 대체용 포목 납부명단 민간에 나온듯

177년된 옛집...풍광예찬 한시 3편도 발굴

충남 태안군 신진도의 방치된 옛집의 다 떨어진 벽지 사이에서 19세기의 군적부가 발견됐다. /사진제공=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이내 쓰러질 것 같은 폐가였다. 집의 내력과 공사 일시 등을 적은 천장 쪽 상량문의 흐릿한 한자가 거의 200년은 됨직한 오래된 집임을 확인시켰다. 글씨는 너덜너덜해 뜯긴 벽지 틈새에서도 보였다.

‘수군(水軍) 김아지, 나이 정해생 15세, 키 4척, 거주지 내맹면, 아버지 윤희’

조선 후기인 19세기에 작성된 수군의 ‘군적부(軍籍簿·군역 장정 명단 문서)’였다.

충남 태안군 신진도의 177년 된 옛집 벽지에서 19세기 서해안을 지키던 수군의 명단과 특징이 기록된 군적부가 발견됐다. /사진제공=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충남 태안 안흥진성 인근 신진도의 고가 벽지에서 조선 후기 수군의 명단이 적혀 있는 군적부를 지역 주민의 신고로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발견된 수군 군적부는 이 오래된 집의 벽지로 사용된 상태였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측은 “발견된 수군 군적부는 조선 후기인 19세기에 작성된 것”이라며 “충남 유일의 수군방어영이던 안흥진 소속 60여 명의 군역 의무자를 전투 군인인 수군(水軍)과 보조적 역할의 병역의무자인 보인(保人)으로 나누어 이름, 주소, 출생연도, 나이, 신장을 부친의 이름과 함께 적어둔 고문서”라고 설명했다.

수군은 태안 앞바다 일대 신진도·마도 등을 연결하며 물길이 험하기로 유명한 안흥량(安興梁) 일대에 주둔했다. 고려 후기부터 조선 시대까지 극심했던 왜구의 침입을 막았고, 유사시에는 한양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군 역할도 했다. 항해가 어려운 안흥량 일대를 통행하는 조운선의 사고 방지와 통제 또한 수군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다.

낡은 벽지 속 군적부에 적힌 수군들은 모두 당진현 출신이었고, 당시 당진 현감의 직인과 자필 서명인 수결(手決)이 확인됐다. 연구소 측은 “세부 내용을 보면 수군 한 명에 보인 한 명으로 편성된 체제임을 알 수 있어 16세기 이후 수군편성 체계를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서”라고 분석했다.

충남 태안군 신진도의 오래된 옛집 상량문을 통해 1843년에 건축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제공=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상량문의 기록을 따르면 이 집은 ‘도광(道光) 23년 7월 16일’에 완공됐다. 청나라 도광제의 연호를 계산하면 1843(헌종9)년이다. 177년이나 된 이 집은 1970년대 말 주인이 바뀐 이후 줄곧 방치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국가가 관리하던 군사 문서가 왜 수군 주둔지역의 민가에서 발견된 것일까. 연구소 측은 “이 군적부의 용도는 작성 형식이나 시기로 미루어 수군의 징발보다는 18~19세기 일반적인 군역 부과 방식인 군포(군복무 대체용으로 납부하던 포목)를 거두어 모으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충남 태안군 신진도의 오래된 집 벽지에서 발견된 한시 중 일부. /사진제공=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벽지에서는 판독이 가능한 수준의 한시 3편도 함께 발견됐다.

‘새로 잔치를 베풀어 열었다는 소문으로 사방에 선비들이 많이 돌아왔다(聞新說開鶯宴四方爲士多歸之)



문장 능한 많은 선비들로 성대하게 열리게 되어(文章多士成大開)

부모에 자식 된 사람들은 현사들을 본받게 되었네(父母爲子賢士效)

먼 길에서 만나고 맞으며 구름같이 모여(千里逢迎雲如集)

초당에 빈객들이 위아래로 늘어서 있네(草堂賓客上下列)/

물품은 진진하여 이같이 많고(物物陳陳如此多)

사방에 선비들은 서로 다투어 오네(四方士士爭相來)

요순 세월 같은 앞바다 섬에는(堯舜日月近海島)

예부터 내려오는 유풍이 이때까지 성하구나(自來遺風此時盛)…’

군적부와 이들 한시를 품은 벽지가 발견된 신진도 수군진촌에는 능허대(凌虛臺) 백운정(白雲亭)이 있는데, 예로부터 ‘능허추월(凌虛秋月)’이라 하여 안흥팔경 중의 하나로 알려진 곳이다. 중국의 능허대와 모습이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하며, 옛날 중국 사신들이 안흥 앞바다에 체류할 때 이곳을 소(小)능허대라고도 칭했다고 한다. 연구소 측은 “시객들이 몰려들어 시를 짓던 곳이라, 새로 발견된 한시 3편은 이 지역의 문학적인 맥락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면서 “출토된 군적부를 계기로 삼국 시대 이후 전략적인 요충지였던 안흥량 일대에 넓게 분포한 수군진 유적과 객관(客館·국외 사신을 영접하던 관청 건물) 유적의 연구와 복원 활용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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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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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8 05:45:20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