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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인문학] 박혁거세 탄생신화 품은 전설의 어머니

나무로 읽는 역사이야기- 경북 경주 나정의 소나무 숲

유적지 숲 유적만큼 중요한데

문화재로 인정에 인색한 우리

나정의 소나무 모두 사라지면

전설의 원형도 가치 잃게될 것

강판권 계명대 교수·사학





경주 탑동에 위치한 나정(蘿井)은 신라의 배꼽이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삼국사기’는 박혁거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고허 촌장 소벌공(蘇伐公)이 양록나정(楊麓蘿井) 곁 숲속에서 말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가서 보니, 말은 보이지 않고 큰 알만 있었다. 알을 쪼개니 어린아이가 나와서 거두어 길렀더니, 10여살 즈음 용모와 재주가 뛰어나고 숙성했다. 육부의 사람들이 알에서 나온 것을 신이(神異)하게 여겨 함께 높여서 이를 임금으로 모셨다. 진한 사람들은 표주박을 박(朴)이라고 하였는데, 혁거세가 난 커다란 알의 모양이 표주박 같이 생겨서 성을 박으로 했다.’

양산재 전경


현재 나정에는 우물이 없지만 최근 발굴에서 우물의 터가 확인됐다. 나정 옆에는 전설에 등장하는 양산재가 있다. 박혁거세의 왕비인 알영부인도 우물에서 태어났다. 현재 알영정의 터는 오릉과 숭덕전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이처럼 시조와 시조 부인의 탄생이 우물과 관련한 것은 물이 생명의 탄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나정은 신라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그래서 사적 제245호다. 그러나 나정을 찾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경주시 중심지와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관광객이 즐길 만한 다른 공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나정의 소나무숲


필자가 나정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소나무 숲 때문이다. 현재 나정은 우물터에 대한 유적 안내 표지판을 제외하면 전부 소나무 숲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유적지의 숲을 문화재로 인식하는 데 아주 인색하다. 이는 문화재를 여전히 인문생태 차원에서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적지의 숲은 유적만큼이나 중요하다. 인문생태는 자연생태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숲은 그 가치가 한층 높아졌다. 코로나19의 발생 배경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생태계의 교란이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숲의 감소가 생태계 교란의 핵심 요인이라는 사실이다. 190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인간이 차지한 땅은 15%에서 70%를 넘었다. 이 과정에서 숲은 엄청난 규모로 사라졌고 숲속에 살고 있던 동물이 죽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각종 바이러스와 마주하고 있다.



나정에서 본 오릉 숲


나정의 소나무 숲은 단순히 나정을 지키는 수호신이 아니라 국민의 생존에도 중요하다. 특히 소나무 숲은 우리나라 나무 중에서도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배출한다. 나무는 자신을 해롭게 하는 박테리아·곰팡이 등을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살생 효능을 가진 휘발성 화학물질을 배출한다. 소나무는 이런 물질을 가장 많이 가진 나무라 그 아래에는 다른 식물들이 살기가 아주 어렵다. 요즘 피톤치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숲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국에 이른바 ‘치유의 숲’이 해마다 늘고 있다. 산림청에서도 산림복지를 지향하면서 치유의 숲을 많이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숲을 단순히 인간을 위한 치유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데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이 같은 숲에 대한 인식에서 당장 벗어나야 한다. 나무가 사라지면 인간의 생존이 어렵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인간의 숲에 대한 성찰, 즉 숲에 대한 생태적 인식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나정의 소나무 숲도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줄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재선충이다. 현재 나정에는 재선충으로 잘린 소나무의 흔적이 남아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나정과 나정의 소나무를 같은 가치로 인식하지 않는 데 있다. 나정의 소나무를 문화재로 인식하지 않는 근거는 나정 어디에도 소나무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정의 소나무 숲은 나정의 문화적 가치를 한층 높인다. 전설의 내용에도 언급되고 있듯이 박혁거세의 전설은 숲과 더불어 등장한다. 이처럼 숲은 전설의 어머니다. 당시의 숲이 소나무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나무의 숲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의 소나무 숲은 나정의 전설을 품고 있는 신화의 어머니와 같다. 나정의 소나무가 사라지면 나정 전설의 원형도 그 가치를 잃을 것이다.

나정은 죽은 박혁거세의 탄생지이지만 나정의 소나무 숲은 살아 있는 존재다. 나정의 소나무 숲 보존은 나정이 사적지라는 가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재 나정의 소나무 숲은 나정만이 아니라 한국인의 미래까지 지켜주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금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나무를 자신처럼 동등한 생명체로 인식하는 생태의식이다. 이 같은 생태의식을 갖지 않으면 코로나19 같은 엄청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생태계를 건강하기 만들지 않으면 인간이 마주한 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나정의 소나무 숲은 건강한 생태계의 중요한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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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독자부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기자는 사회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진실을 향하고 거짓을 고발하는 게 기자의 사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쓰고 이를 책임지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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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5 17:21:09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