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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바카라




1764년 프랑스 루이 15세가 주교인 몽모랑시 라발에게 이례적 지시를 내렸다. 왕실의 화려함을 높여줄 찻잔 등 유리제품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주교는 파리에서 동쪽으로 약 400㎞ 떨어진 작은 마을 바카라에 창유리·거울·유리잔 등을 만드는 유리공장을 세웠다. 마을 이름에서 유래한 ‘바카라(Baccarat)’는 프랑스 왕실위원회에서 특별 주문한 테이블 세트를 시작으로 샤를 10세, 나폴레옹 3세 등에게 납품하며 명품회사로 자리 잡았다. 터키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에 설치된 세계 최대 규모의 샹들리에와 계단을 장식한 크리스털도 바카라의 제품이다.

바카라의 전매특허인 붉은 크리스털은 붉은색 염료가 아니라 금을 1,000도 이상으로 가열해 얻어내는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프랑스 왕들이 바카라의 붉은색을 부와 권력의 상징물로 삼으면서 ‘왕들의 크리스털’이라는 말이 생겼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는 바카라에 유리잔과 그릇 등을 주문해 ‘차르 글라스’라는 이름으로 애용했는데 한 번 사용한 찻잔을 그 자리에서 깨뜨려버렸다고 한다. 1855년 제1회 파리 만국박람회에서는 바카라의 샹들리에가 그랑프리를 차지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잉크병이나 메릴린 먼로의 벽시계 등 유명인사들의 애장품에 오르면서 오스트리아의 명품 크리스털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 견줄 만한 위상을 갖추게 됐다.



2017년에는 바카라가 중국 기업에 인수되면서 세계 명품시장이 요동쳤다. 중국의 자산관리 업체인 포춘파운틴캐피털(FFC)이 미국 투자펀드 스타우드캐피털 등으로부터 바카라의 지분 88.8%를 사들인 것이다. 당시 바카라의 인수금액은 1억6,400만유로에 달했는데 FFC의 총수 일가가 중국의 유명한 서예가인 왕희지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바카라가 최근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FFC가 잇따른 해외 기업 인수로 자금난에 처하면서 투자자들의 경영진 교체 압박에 직면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중국 당국의 엄격한 자본 규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듯하다. 25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바카라가 경영권 안정을 통해 옛 명성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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