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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유동성 축소' 준비 없으면 더 큰 시스템쇼크 맞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서울경제 주최로 열린 금융전략포럼에서 “확대된 유동성의 질서있는 퇴장, 즉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팽창으로 발생한 자산시장 거품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출구전략을 선제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시중 통화량은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할 만큼 과도하다. 시중 유동성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는 8월 기준 3,101조6,000억원에 달한다. 전년동기보다 9.5% 급증한 것으로 4월 이후 5개월 연속 9%대 증가율이다. 가계대출은 9월에도 9조6,000억원 늘어나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8월에 이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자영업대출은 올 들어 8월까지 34조원 늘어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액을 넘었다.

유동성이 거침없이 팽창하는데도 정부는 코로나19의 위세에 눌려 이를 제어하기 위한 조치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가계대출 연체율은 급등하고 한계기업도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기업 중 36.6%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경쟁력을 상실한 곳에 대한 구조조정은 말뿐이다.

문제는 유동성 팽창 국면이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의 기세로 완화적 통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유동성을 줄일 수밖에 없다. 시장금리는 벌써 장기적 흐름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지난주 10개월 만에 상승했다. 이는 유동성 축소 국면이 본격화할 때 금리 상승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으며 사전에 대비하지 못하면 경제 전반에 ‘신용절벽’이 도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테이퍼링에 따른 연착륙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무방비 상태로 유동성 축소를 마주할 경우 예상보다 훨씬 큰 시스템 쇼크에 직면할 수 있다. 금융회사 전체의 건전성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부실기업 옥석 가리기에 속도를 내야 한다. 경제 전반의 체질개선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아마추어 행정을 견뎌낼 정도로 우리 경제는 튼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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