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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학종 설계자, "수능 확대·고교학점제 엇박자…입시 혼란 10년 간다" [청론직설]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수능중심 정시 40%확대, 20년 교육개혁 역주행

점수는 객관적 수치일뿐…공정성 담보 자신 못해

차기정부 출범 1년만에 입시·내신 전면 개편 부담

자소서 폐지는 누군가의 기회 박탈…축소·보완을

김경범 서울대 교수가 “보수·진보 정부를 막론하고 교육개혁은 줄 세우기 폐단을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됐다”며 “정시 확대는 고교 교육과정과 입시제도를 따로 움직이게 해 두고두고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호재기자




전국의 대학가에서는 요즘 2021학년도 대입 수시전형 입학사정이 한창이다. 면접까지 마친 대학도 더러 있다. 올해 입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예년과 의미가 다르다. 첫번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치른다는 것이다. 이 바람에 수능 시험도 예년과 달리 2주가량 늦춰진 오는 12월3일 실시된다. 두번째는 조국 사태로 촉발된 입시의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뒤 첫 입시라는 점이다. 당장 내년부터 수능 중심의 정시 비중이 40%로 확대된다. 입시 공정성 논란의 중심에 학생부 종합전형이 있다. ‘학종의 설계자’로 불리는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를 지난 23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수시전형을 주도해온 서울대의 입학사정관제와 지역균형선발제를 만드는 등 학종의 틀을 짰다.

-코로나19 사태로 고3 학생의 불안감이 크다.

△여러 대학이 재학생의 불이익이 없도록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낮췄다. 내년 입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한시적으로 낮춰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걱정되는 것은 계층과 지역별 교육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 차원의 온라인 학습 콘텐츠와 플랫폼을 구축해 언제 어디서나 비대면 학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고3 수험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1·2 학생은 학생부에 기재할 게 별로 없다. 자칫 수능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조국 사태 이후 수능 중심의 정시 비중이 40% 이상으로 확대됐다.

△20여년 동안의 교육개혁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다. 학교 교육 위주로 대학 입시제도를 만들자는 1995년 ‘5·31 교육개혁’ 조치 이후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줄 세우기 식 입시를 어떻게든 줄여왔다. 지금의 학생부 종합전형도 ‘5·31조치’가 뿌리가 돼 입학사정관제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오랫동안 수시를 늘리라면서 재정 지원까지 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대학이 정시를 늘리지 않으면 큰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1월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시 비중 확대 등이 담긴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를 위한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서울경제DB


-정시확대는 옳고 그름을 떠나 문재인 대통령 말 한마디에 따라 이뤄졌다. 교육 당국도 처음에는 정시 비율 조정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했다.

△현 정부는 교육 정책에 대한 현실적 고민도 없었고 미래 교육에 대한 지향점이나 철학이 없는 것 같다. 현 정부는 수능의 절대평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부 출범 불과 몇 개월 만에 사실상 뒤집었다. 입시제도를 공론화하면서 국민들을 싸우게 했다. 조국 사태 이후에는 학종의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그냥 여론을 추종했다. 사실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고(高)스펙’은 이미 과거에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게 한 상태였다.

-정시 확대로 지방대가 학생 충원에 애를 먹을 텐데.

△지방 사립대는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 수시전형에서 100%를 뽑아도 줄줄이 이탈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흔히 ‘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대학가에서는 생존선이 대전이냐 천안이냐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국민들은 학종보다는 수능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조국 사태로 국민들의 피해 의식이 커졌다. 그래서 점수로 뽑는 게 낫다는 국민의 반응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공정성과 객관성은 구분해야 한다. 점수로 선발한 결과가 반드시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정시가 확대되면 수능 성적이 좋은 집단이 이득을 본다. 수능 결과를 보면 현역보다 재수생이 좋고 지방보다 서울, 서울에서도 강북보다 강남이 좋게 나온다. 일반고보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더 높게 나온다. 이런 점수 차이는 사교육의 차이가 크게 작용한다. 출발선부터 차이가 난다면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미국은 대학에서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점수를 반영할 때 10%의 오차를 둔다. 하지만 정시에서 당락은 소수점 차이로 갈린다. 이건 공정한 것인가.

2020학년도 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지난해 12월4일 서울 영등포여고 3학년 학생들이 수능 점수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조국 사태 이후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학종의 비교과 영역을 선발 요소에서 제외했다. 그러면 내신으로 뽑는 학생부 교과전형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학생부 반영 요소를 줄이면 내신 줄 세우기가 강화된다. 여기에다 정시 확대로 수능 줄 세우기도 강화된다. 이건 과거 방식으로의 후퇴다. 그만큼 학생이 대학 가는 기회가 좁아진다고 봐야 한다. 내신에 반영되는 과목 선택의 유불리가 작용할 뿐 아니라 과목 선택권이 많은 학교일수록 유리하게 된다. 대학도 학생을 선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2024학년도부터 자기소개서가 폐지된다는데.



△‘자기소설서’라는 논란과 사교육 조장 등의 폐단이 있지만 간소화해야지 없앨 것은 아니다. 적어도 학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대학이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자소서는 모든 학생에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탁월한 자소서를 쓴 학생은 면접을 통해 검증을 통과하면 합격에 분명 도움이 된다. 서울대의 경우 내신등급이 낮아도 자소서 잘 쓴 학생이 합격하는 사례가 꽤 된다. 자소서 폐지는 누군가의 기회 박탈이다.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데 일선 학교의 여건이 갖춰졌는가.

△기본적으로 정시 확대와 고교학점제 시행은 엇박자다. 그래서 일선 학교에서는 어떻게 준비할지 혼란에 빠졌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자유롭게 배울 과목을 선택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자면 내신성적이 절대평가가 돼야 하고 수능의 영향력도 줄어야 한다. 그런데 정시를 더 뽑는다고 하면서도 내신을 지금처럼 상대평가로 놔둔다면 학교가 이리 갈 수도, 저리 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수시 입시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강연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입시 제도도 전면 개편해야 하는데.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고교 1학년이 대학을 가는 2028학년도 입시부터 달라져야 한다. 현 정부도 입시제도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결정은 차기 정부의 몫이다. 2028학년도에 적용할 입시제도는 ‘입시 4년 예고제’를 역순으로 하면 2024년 2월에 확정해야 하고 그에 앞서 2023년 8월에 그 내용을 발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차기 정부가 2022년 5월 출범한 지 불과 1년 3개월 만에 새로운 대입제도를 내놓아야 한다. 물리적 시간이 매우 촉박해 차기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다. 입시제도 변화뿐 아니다. 차기 정부는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내신과 수능의 평가 방식까지도 한꺼번에 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이루 말할 수 없을 텐데.

△그렇다.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내신이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현행 학생부 교과전형은 무력화할 수밖에 없다. 내신의 변별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상위권 대학일수록 학생부 교과전형을 채택하지 않을 것이다. 학종 역시 내신 요소를 반영하기 때문에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극단적으로 수시전형을 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대학 입시가 개편되는 2028학년도는 지금의 초등학교 5학년이 해당한다. 입시제도가 3년 동안 유지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초등 3·4학년까지 영향권이다. 앞으로 최소 10년 동안 혼란이 예고된 셈이다.

2021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실시된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앞에서 학부모들이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수험생들을 기다리고 있다./서울경제DB


-고교 교육과정과 입시제도의 엇박자가 문제인 것 같은데.

△문제의 뿌리는 2015년 교육과정 개편이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추진한 교육과정 개편에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넓히는 방안이 있다. 지금의 고교학점제와 비교하면 선택권 범위의 차이밖에 없다. 이를 시행하려면 내신과 수능 평가 방식에 개편이 뒤따라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 당시 그 결정을 미뤘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미뤘을 뿐 아니라 수능 확대라는 역방향으로 갔다. 교육과정과 대입제도, 수능이 따로 움직이는 구조가 돼버렸다. 차기 정부는 엉클어진 것을 재융합해야 하는데 그 괴리가 더 커지게 됐다.

-현 정부는 고교 서열화 방지를 위해 자사고와 특목고를 폐지했는데 찬성하는가.

△학교의 형태만 달라질 뿐 서열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다. 과거처럼 강남 8학군이 부활할 것은 불문가지다. 문제의 심각성만 따지자면 영재고와 과학고가 더 심하다. 이들 학교에 진학하려고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 정석을 푼다. 가난해도 영재성이 있으면 국가가 영재교육을 시켜야 한다. 좋은 학교를 키우는 데 에너지를 쏟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자사·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면 일반고에 대해서도 자사·특목고 이상의 자율권이 보장돼야 한다. 그런 전제조건이 보장된다면 찬성이다.

/권구찬 선임기자 chans@sedaily.com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대에서 스페인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종대 겸임교수를 거쳐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로 옮겼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를 맡아 서울대 수시전형의 틀을 짰다. 교육부 정책자문위원·교육과정 심의위원과 현 정부의 국가교육회의 2기 위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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