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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제도
[여명] 반성 없는 집값 정책, 한계 도달한 부동산 민심

■ 이종배 건설부동산부 부장

집이 있든 없든 시장에 분노하는데

정권은 “매매 안정화 자화자찬”만

정책 신뢰도 바닥…거만할 때 아냐

뼈를 깎는 사죄로 민심부터 달래야





식자의 소견이 아니더라도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 됐다. 이웃 동네 아저씨와 아줌마들조차 집값 대책이 뭐가 잘못됐는지 다 알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아직도 부동산 정책이 문제없다는 굳은 ‘신념’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다. 바로 정책을 만들고 시장을 왜곡시킨 입안자들이다. 그들은 요즘도 ‘저금리 탓이다’ ‘전 정권 잘못이다’ 등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사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그리고 서울과 지방 거주자, 다주택자와 1주택자 등이 느끼는 체감과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론과 숙의가 필요하고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부동산 정책이 모든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과거 사례에서 예외 없이 나타났다.

지금이 딱 그렇다. 다주택 보유자들은 상상을 초월한 세금과 죄인 취급하는 정책에 분노하고 있다. 1주택자들은 청약 규제와 대출 규제 등으로 더 넓은 평형, 더 좋은 곳으로의 이동이 막힌 것을 하소연하고 있다. 무주택자들은 껑충 뛴 전세가를 피부로 느끼며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실감하고 있다. 서울 외곽 및 수도권에서조차 30평형이 10억원을 넘어선 단지가 속출하자 좌절감은 깊어 가고 있다. 2030세대의 경우 그나마 ‘영끌’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세대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장이 안정됐던 지방도 부동산 정책 실패의 희생양이 돼가고 있다. 지방에서도 노른자와 비 노른자 간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광역시·대도시는 집값이 훨훨 나는데 중소도시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전세난은 지방 거주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수도권 위주의 주택 정책이 만들어 낸 현주소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지방은 인구가 계속 줄면서 주택값도 하락곡선을 그렸다.

진보진영도 비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정부에 우호적이던 이들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보수 단체보다 더한 집값 정책 실패 자료를 쏟아내면서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을 정도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책을 입안했던 여당이나 정부 관료들은 여전히 자화자찬이다. 전세난에 대해 사과했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김 장관 등은 여전히 매매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으며 정책 효과가 발휘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누가 뭐라고 하면 ‘저금리 탓’으로 돌리는 구태도 계속 반복하고 있다.

더 화나게 하는 것은 시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고도 ‘진솔한 반성’조차 없다는 점이다. 청와대나 여당, 그리고 정부 고위관료 모두가 그렇다. 그들에게는 전세난으로 난민이 된 세입자들도 그냥 일개 현상에 불과한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당당하게 정책이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에서라도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 내려면 우선 시장에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땅으로 떨어진 정책 신뢰도를 높이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이를 위한 첫 단추는 바로 정책 입안자의 ‘진솔한 반성’이다. 반성 없이는 시장의 신뢰도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이든 여당이든 정부든 누군가라도 시장을 달래 반성문을 내놓았으면 하는 심정이다.

제발 집값 정책에 대한 민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꼭 파악해보기 바란다. 민심을 안다면 이렇게 거만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온 나라가 부동산으로 난리인데 여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집값 정책에 분노하지만 그래도 야당이 싫다는 숨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하지만 민심의 인내도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집값이 조정국면에 들어서면 입안자들은 ‘대책 때문이다’고 말할 것이 뻔하다. 수억원 올려놓고 말이다. /ljb@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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