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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사회
[국정농담] '北삐라금지법'에 韓美 충돌, 민주동맹 맞습니까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대북전단금지법, 180석 범여권 단독 가결 후폭풍

송영길 "美 핵 5,000개, 어떻게 북핵 포기 말하나"

美의회 청문회 예고하고 유엔·국제단체 잇딴 항의

文에 서한도 전송...전문가들 "민주주의·동맹 훼손"

韓정부 "표현 자유 제한 적절"..."내정간섭" 반발도

트럼프 정부도 우려 전하자 최종건 "설명 잘해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외교통일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이 지난 14일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전격 통과시킨 가운데 야당은 물론 미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에서도 강력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미국 하원의원들과 전문가들, 유엔이 앞다퉈 비판 의견을 내놓는 가운데 미국 의회에서는 내년 초 관련 청문회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여당와 미국·국제사회가 강조하는 ‘민주주의’의 가치가 서로 엇갈리면서 국내외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내년 초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양국 간 한미동맹·북한 비핵화·북미대화 의견이 벌써부터 충돌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드는 반면, 한편에서는 미국이 남의 나라에 너무 내정간섭을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개념이 다르다 보니 같은 민주 진영인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도 균열이 일어나는 셈이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바이든 시대의 한미 관계도 순탄치만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관련기사> ▶[국정농담] 北김정은, 삐라 막는다고 '핵억제' 미사일 안 쏠까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뒤 박병석 국회의장의 감사 인사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삐라금지법, ‘180석 입법파워’ 범여권 단독 가결

국회는 지난 14일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종결 동의안을 두고 재석 의원 188명 가운데 찬성 187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174석)뿐 아니라 정의당, 열린민주당,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 등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됐다. 국민의힘이 태영호 의원 등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집단 필리버스터로 저항했지만 범여권은 6일 만에 이를 종료시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이어 대북전단살포금지법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남북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전단을 살포하거나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 합의서 위반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를 문제 삼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자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필리버스터에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은) 5,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북한과 이란에 핵을 가지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느냐”며 “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불평등조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북한 입장을 이해하자는 것이냐’고 비판하자 송 의원은 “북한의 안보 위협을 해소할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국회의사당. /연합뉴스


美의회 “한국이 북한처럼 되면 안 된다”... 청문회 예고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논란이 됐다. 미국과 유엔, 각종 국제단체들 사이에서 이 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미국 의회에서는 관련 청문회까지 예고했다.

우선 미국 크리스 스미스 하원 의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이 법이 통과되면 미 국무부가 인권 보고서와 국제 종교 자유 보고서에 한국을 비판적으로 재평가할 것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을 국무부 ‘워치 리스트(감시 대상)’에 올리겠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이 법을 “어리석은 법(inane legislation)”이라고 표현하며 “한국 헌법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상 의무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도 14일(현지시간) 미국 국영방송 미국의 소리(VOA)를 통해 성명을 내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며 “한반도의 밝은 미래는 북한이 한국과 같이 되는 데 달려 있지, 그 반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지한파 의원인 민주당의 제럴드 코널리 하원의원도 “북한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해서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 법안에 서명하기 전에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세계 인권 문제를 다루는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18일 VOA를 통해 한국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과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공화당 측 관계자는 내년 1월 새 회기가 시작되면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청문회의 증인으로 국무부 전·현직 관리, 북한인권단체 관계자,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 김여정. /연합뉴스


미국 전문가들 “文정부, 어렵게 이룬 韓민주주의 훼손”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은 건 미국 여야 의원들뿐이 아니었다. 정치인이 아닌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이를 견제했다.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의 가치관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나 그리튼스 텍사스대 정치학 교수는 1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서 “한국이 어렵게 이룬, 최대의 국제 자산인 민주주의를 이번 조치가 얼마나 훼손하는지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이해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법은 실질적으로 바이든 차기 행정부와 가치에 기반한 보다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추구하는 한국 정부의 역량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특전사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서신에서 한미동맹 핵심 가치 손상에 우려를 나타내며 “이 법의 강행으로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직면한 한국 내 첫 위기는 한미 간 가치와 인권의 차이가 될 수 있다”는 지적했다. 그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미국과 한국이 공유하는 자유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법치주의·인권 가치에 위배된다”며 “북한 정권을 달래는 것은 효과가 없고, 과거에도 그랬다”고 꼬집었다.

벤자민 실버스타인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연구원은 15일 트위터에서 “북한 당국이 사회 통제 유지를 위해 외부 세력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사례는 중국의 감시카메라 시스템 판매와 국경 통제 외에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며 이는 “한국 정부의 수치스러운 법”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단체인 헤리티지 재단의 올리비아 이노스 선임정책분석관은 14일 트위터에서 “한국의 새 금지법이 전단에 국한된 게 아니라 북한에 정보를 촉진하는 다른 노력까지 금지한다”며 “이런 금지법은 문재인 정부에서 유일한 사건이 아닌 하나의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14일 법안 통과 소식을 리트윗하며 “더 이상 한국을 민주주의 국가로 불러야 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 5월31일 경기 김포 월곶리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 전단 50만장,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SD카드) 1,000개를 대형풍선 20개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내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에 선물” 유엔·국제단체들도 ‘항의 행렬’ 동참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한 비판 여론은 미국 내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유엔을 비롯한 주요 국제인권단체들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는 등 앞다퉈 한국 정부에 항의성 의견을 표출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은 16일(현지시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시행하기 전 이와 관련된 기관들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그는 특히 “이번 개정안은 국회에서 민주적인 논의를 거쳐야 했다”고 비판했다. 킨타나 보고관이 지적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의 문제는 △과도한 형량 △형사처벌에 대한 정당한 이유 부재 △법률의 부정확성 등이었다. 킨타나 보고관은 “법 위반 형량을 최대 3년 징역으로 결정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을 훼손한다”며 “금지된 행동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규정하지도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엔총회는 같은 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동의)로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공동제안국에는 빠지고 컨센서스에는 동참했다.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는 47개 인권 단체를 대표해 한국이 북한 인권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다시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문 대통령에게 보냈다. 한국이 북한의 인권 증진을 위해 지도력을 발휘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인 협상을 위해 인권 문제를 무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과 같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9월 북한군의 한국 공무원 피격 사건도 인권 문제에 포함했다.

휴먼라이츠 파운데이션(HRF)은 법안 통과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주민에겐 재앙이자 비극이고, 김정은 정권에는 선물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탈북민을 2등 시민으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표현의 자유 제한할 수 있다” 통일·외교부 일제히 반박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한국 정부는 단호하게 이를 반박했다. 정부 지지층 사이에서도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크리스 의원의 성명을 두고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정부는 인권을 타협할 수 없는 가치로 존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5일에는 설명자료를 내고 “‘북한 눈치 보기 법안’이라는 주장은 왜곡”이라며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사실과 다른 프레임을 씌워 비난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2008년 18대 국회 때부터 대북전단을 규제하기 위한 입법이 지속적으로 추진됐다”며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의 도발을 초래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안전·재산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키므로 헌법이 정하는 (표현의 자유)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 인권 개선에도 도움이 안 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17일에는 킨타나 보고관을 향해 입장문을 내고 “민의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민주적 논의·심의를 통해 법률을 개정한 것을 두고 ‘민주적 기관의 적절한 재검토 필요’를 언급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킨타나 보고관은 ‘다수’의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 안전 보호를 위해 ‘소수’의 표현 방식을 최소한으로 제한했다는 점을 균형 있게 보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교부 역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의원들의 성명에 대해 “개인적 입장 표명”이라고 선을 그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6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출연해 “표현의 자유는 너무나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다만 최근 김여정의 비난에도 “매우 빠르게 퍼지는 바이러스라 재빨리 봉쇄한 국가에서도 확산한다는 것을 볼 때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북한의 공식 입장은 믿기 어렵다”는 입장은 꿋꿋하게 유지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 17개 단체는 18일 공동성명을 내고 “대북전단 살포를 정치적으로 후원해온 미국의 관련 단체들과 정치인들이 합세해 법률 통과를 비난하는 등 내정간섭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협력의 비전을 훼손하는 내정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의 닭한마리 식당을 방문해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등과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도 “우려”... 최종건 “미국에 설명 잘 해야”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이견을 낸 건 트럼프 행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17일(현지시간) ‘한국의 새 전단살포금지법이 워싱턴의 반발을 촉발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법안 통과 직전인 지난 8~11일 한국을 방문해 미국 행정부의 우려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장관 면담을 진행한 외교부, 통일부 어느 곳도 알리지 않은 사실이었다. 비건 부장관은 방한 기간 강경화 장관,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이인영 장관 등을 만났다. 통일부는 10일 이 장관과 비건 부장관 조찬 이후 “(비건 부장관이) 인도주의 협력을 포함한 남북협력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언급했다”는 등의 내용만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외교 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 사항은 말씀드리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반박 의견을 내고 있지만, 최종건 1차관은 미국을 설득해야 할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미국의 도움 없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북미대화, 종전선언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 차관은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법안의 정당성을 설파하면서도 “정부 대 정부 간 외교도 중요하지만 미국 의회, 상대국 의회, 상대국 시민단체까지 저희 외교관들이 설명을 참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미국과 국제 사회가 대북전단 문제를 우리 정부 예상보다 더 크게 걸고넘어지면서 한미 관계에 새로운 뇌관이 될 기미가 보이는 분위기다. 미중 갈등이 극대화되며 세계가 민주주의·전체주의 진영으로 나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북한·인권 문제로 불필요한 외교 마찰을 더 확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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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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