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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마켓
“부채의 역습·회복속도 둔화 가능성”···그들은 왜 옐로카드를 꺼냈나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2021 전미경제학회 한눈에 보기





3일(현지 시간)부터 5일까지 ‘2021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가 열렸습니다. 매년 초 내로라하는 미국의 경제 석학들과 해외 학자들이 한데 모여 글로벌 경제를 진단하고 향후 전개 방향을 예측하는 행사인데요.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화상 회의로 열렸습니다.

코로나19 경기침체 이후 처음으로 열린 AEA 행사의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바로 부채의 역습과 회복속도 둔화 가능성인데요. 올해를 관통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장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2021 AEA 행사 주요 내용을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에버그린론' 얘기 나온 AEA..."파산 이어진다" 과잉 유동성 경고
2021 AEA의 핵심 한 축은 과도한 부채와 그에 따른 채무불이행입니다.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1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 둘째 날인 4일(현지 시간) “코로나19 위기로 당국은 제로 금리와 회사채 매입,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대출을 해줬고 기업들이 차입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지원은 어느 시점에 끝날 수밖에 없으며 앞으로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의 파산이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그는 코로나19 국면이 길어질 수 있고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바뀔 수 있어 중소 상공인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는 또 “문제는 대유행에서 살아남기 위해 너무 많이 부채를 늘린 업체가 있다는 점인데 이런 기업을 계속 지원할 수 있느냐 아니면 지금 문 닫게 하는 게 나으냐”며 “법원을 통한 구조조정은 경제 시스템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구조조정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에 동의했는데요. 그는 “지난해 주택담보대출과 임대료, 신용카드 대금 납부를 일시 유예 받은 가구가 많다”며 “유동성 사이에 숨어 있는 부실을 구별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신흥 시장에 얼마나 많은 부실이 있는지 불분명하다”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미국 은행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우리가 실제로 얼마나 아는지가 궁금하다”고 했는데요.

조셉 스티글리츠(맨 윗줄 오른쪽) 컬럼비아대 교수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4일(현지시간) 열린 2021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에서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온라인 화면 캡처


그는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때 문제가 된 ‘에버그린론(Evergreen Loan)’을 다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에버그린론은 물타기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돈을 못 갚을 것 같은 이들에게 이자를 포함해 대출을 더 해주는 것이죠. 그럼 겉으로는 연체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유동성이 많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대신 결국 못 갚게 되면 손실은 눈덩이가 되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역시 “기업 파산이 빠른 경제 회복을 방해할 것”이라고 우려했고 머빈 킹 전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08년 금융 위기 때보다 높다”며 “기업과 국가 간 채무 불이행 증가로 금융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 채무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금융위기의 역사를 연구해 온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오를 일이 결코 없다고 얘기하지 말라”며 “돈은 무한정 쓸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는데요. 저금리 상황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섬뜩할 정도로 모두가 부채 문제를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나라별로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넘쳐나는 돈에 좀비기업이 쌓이고 있고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의 습관이 바뀌어 중소기업 타격은 더 클 수 있다는 점 △코로나19 타격이 좀 더 길어질 가능성 등은 눈여겨 봐야 할 듯합니다. 경기가 회복하더라도 높은 부채비율과 연쇄 기업파산은 고용감소와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아주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입니다.

코로나 이후 경기회복 느려질 가능성...부채 문제와 맞물리면 피해 커져
2021 AEA의 또 다른 한 축은 경기회복 속도 둔화 가능성입니다. 물론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면서 미국만 해도 1·4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올랐죠. 하지만 석학들의 고민은 좀 더 중장기적인 부분입니다. 경기라는 게 잠깐 올랐다가 다시 가라앉을 수 있고 올해 전체적으로 봐서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습니다. 내년 이후의 상황도 그렇죠.

중요한 것은 부채와 경기성장 둔화는 서로 맞물려 있으며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경제가 살아나면 부채 문제는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기업이익이 늘어나고 빚을 갚아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버그린론이 노리는 부분도 이것이죠. 하지만 생각보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부채 시한폭탄은 더 빨리 터질 수 있습니다.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저축률 증가 가능성을 거론하며 “2008년 때처럼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유명 경제학자 도미니크 살바토레 포드햄대 교수 역시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 회복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며 6가지 리스크 요인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깊은 침체 △계속되는 고령화 △노동생산성 둔화 △국제무역 규모 감소 △과도한 부채 우려 △경제주체 및 선진국·후진국 간 불평등 심화 등이 그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 회복 둔화 요소


살바토레 교수의 지적에서 알 수 있듯 과도한 부채는 경기회복과 직결됩니다. 그의 우려 요인도 하나하나가 중요한데요. 살바토레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해 지난해 2·4분기의 침체의 골이 더 깊어 회복이 늦을 수 있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을 보면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를 빼고 나머지는 성장속도가 느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선진국은 2005년을 피크로 노동생산성이 내려가고 있는 중”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때 크게 타격을 받은 이후 이번에도 코로나19로 국제무역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국가와 지역이 고령화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오직 아프리카만 역동적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코로나19 이후의 원격근무는 불평등을 키울 것이며 팬데믹 이후 급증한 총부채는 유지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세계은행(WB)이 5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4.0%로 하향 조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걱정에 일리가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라인하트 W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EA에서 “경기회복의 기준은 1인당 소득이 코로나19 침체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언제냐로 봐야 한다”며 “2008년에는 5년이 걸렸다. 이번 코로나19 위기의 깊이, 서비스 분야의 타격을 고려하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 불평등도 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금리인상 없겠지만 일시적 높은 인플레 가능성 주목해야
AEA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이 왔다는 점을 분석한 부분도 참고할 만합니다. 거시경제학자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증권투자회사 도지앤콕스의 호세 우르수아 이코노미스트 등은 “팬데믹이 경제활동 감소와 인플레이션 상승을 초래했다”고 했는데요.

연구진은 스페인독감으로 3년간 3,900만 명이 숨졌으며 사망률은 2.0%로 봤습니다. 이 경우 전 세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 1인당 소비가 8.1% 감소했죠. 반면 인플레이션율은 최대 20%포인트 높아졌는데요. 2%의 독감 사망률을 0.5%로 잡으면 인플레이션 추가 상승 폭이 20%포인트가 아닌 5%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코로나19 이후 스페인 독감 때처럼 두자릿수 이상의 인플레가 찾아온다는 뜻이 아닙니다. 올해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시장의 전망은 높아야 2.5% 정도입니다(물론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일 수 있습니다).

벤 버냉키(윗줄 왼쪽 두 번째)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라지 체티(아랫줄 오른쪽) 하버드대 교수가 3일(현지 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2021 전미경제학회(AEA)에서 팬데믹의 경제적 영향과 정책적 대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온라인 화면 캡처


연구진도 당시의 상황을 현재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게 아닙니다. 당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으로 높았다가 이후 떨어졌다고 합니다. 우르수아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독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주는 의미에 대해 “지금은 명백히 예전 같지 않지만 독감이 인플레이션 측면에 영향을 줬다”며 “결과만 보면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주식과 국채의 실질 수익률이 떨어졌다”고 전했는데요. 구체적인 숫자보다는 과거 팬데믹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줬으며, 이번에도 어느 정도 그럴 수 있지 않겠느냐 같은 시사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를 웃도는 인플레를 상당 기간 용인하고 완전고용이 될 때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인플레가 찾아와도 금리 인상은 없을 겁니다. 다만, 우르수아 이코노미스트의 말처럼 주식과 채권의 실질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겠죠.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하나 더 있습니다. 라지 체티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록다운(폐쇄)이 고용과 소득뿐만 아니라 교육 격차까지 벌리고 있다고 했는데요. 최상위층의 온라인 수학 수업 완료율은 지난해 12월 현재 1월 대비 -1.8%지만 최하위 계층은 -19.9%였다는 겁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학교 폐쇄 뒤 소득수준별로 가정에서의 관리와 사교육 여부가 극명하기 갈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깊고 오래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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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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