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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오색인문학] '400살 천연기념물' 웅장한 자태에 입이 쩍

■나무로 읽는 역사이야기- 전북 진안군 천황사 전나무

강판권 계명대 교수·사학

전나무로는 국내 유일 천연기념물

주변의 지극정성이 장수 비결일것

천황사 입구서 만난 목잘린 전나무

상당한 둘레에 뿌리도 아주 튼튼

풍상 겪기전 모습 상상에 만감교차

천황사 남암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전나무




꿈은 언제나 현실을 딛고서야 이룰 수 있다. 현실에 기초하지 않은 꿈은 한갓 망상에 불과하다.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모든 국민이 나름대로 꿈을 꾼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단군 이래 가장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도 꿈은 꿔야 한다. 꿈을 꾸지 않으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생명체는 어떤 조건에서도 꿈을 꿔야 한다. 하지만 망상은 경계해야 한다. 코로나19를 맞은 지 거의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망상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망상에 빠진 사람들은 늘 현실을 탓한다. 그러나 현실을 아무리 탓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전라북도 진안군 정천면 갈용리 천황사(天皇寺) 남암(南庵)에 있는 전나무는 400년 동안 매 순간 현실을 직시한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다. 이곳의 전나무는 현재 전국 유일의 전나무 천연기념물이다. 그래서 천연기념물 제495호 천황사 전나무는 위대한 문화재다. 소나뭇과 늘푸른큰키나무 전나무는 유럽에서 가문비나무와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로 즐겨 사용한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전나무에 불을 밝히는 것도 북유럽의 전설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전나무는 이 나무의 한자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나무다. 전나무를 의미하는 한자는 회(檜)와 종(종나무목+종 )이다. 오해를 낳는 한자는 ‘회’다. 다산 정약용의 ‘아언각비(雅言覺非)’는 ‘회’의 출처를 가장 자세하게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는 사람들이 회를 낙우송과 늘푸른큰키나무 삼나무로 오해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정약용 자신도 ‘회’를 전나무로만 이해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중국에서 ‘회’는 전나무가 아니라 측백나뭇과의 늘푸른큰키나무 향나무다. 중국에서 회가 향나무를 의미하는 사례는 ‘시경(詩經)’과 공자를 모시고 있는 산둥성 취푸(曲阜) 공부(孔府)의 ‘선사수식회(先師手植檜)’이다. 공자가 직접 심었다는 공부의 회는 전나무가 아니라 향나무다. 그래서 성균관을 비롯해 우리나라 성리학 공간에 향나무를 심었다. 중국에서 향나무를 의미하는 ‘회’는 우리나라에서는 전나무를, 일본에서는 히노키, 즉 측백나뭇과의 늘푸른큰키나무 편백나무를 의미한다. 이처럼 중국에서 향나무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각각 전나무와 편백나무로 바뀐 것은 나무의 ‘문화변용’에 해당한다. 향나무의 문화변용 사례 중 하나는 퇴계의 제자인 한강(寒岡) 정구(鄭逑)를 모신 경북 성주군의 회연서원(檜淵書院)이다.

전나무가 살고 있는 구봉산(九峰山) 천황사는 통일신라의 승려 무염국사(無染國師)가 창건하고, 고려의 승려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이 중창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천황사 전나무를 만나고 싶었지만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2019년 9월 6∼8일 태풍 링링 때 경남 합천 해인사 학사대 전나무(천연기념물 제541호)가 죽은 후 더욱 천황사 전나무를 간절히 만나고 싶었다. 그러던 중 2020년 가을 진안군 백운면에 특강하러 가는 길에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 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레고 두렵다. 처음 만난다는 점에서 설레고, 위대한 존재를 만난다는 사실에 두렵다. 처음 찾은 천황사는 그간 내가 방문한 사찰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사찰은 산자락에 위치하면서도 마을을 지나야만 하고, 마을 입구의 길은 겨우 승용차 한 대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좁았기 때문이다. 나는 천황사 입구의 풍경을 보자마자 사찰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고 아주 고즈넉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마을과 거의 맞닿아 있는 천황사는 예상대로 찾는 사람이 아주 드물기도 했지만, 정말 소박한 절간이었다.

/천황사 대웅전과 은행나무


마을을 지나자마자 만난 낙우송과 갈잎큰키나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는 천황사 입구의 허한 부분을 보완하는 비보숲이자 사찰을 신비롭게 만드는 ‘살아 있는 화석’이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를 지나면 은행나무의 노란 잎이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몇 걸음 만에 상당한 둘레의 전나무와 마주하면서 은행나무의 존재를 금세 잊어버렸다. 그만큼 전나무의 웅장함에 압도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처음에는 이곳 전나무가 천연기념물인 줄 알았다. 그동안 내가 만난 전나무 중에서 가장 둘레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 전나무는 목이 잘려 있었다. 뿌리를 보니 아주 튼튼한데도 목이 잘린 것은 아마도 어느 해 태풍 때문이었을 것이다. 전나무 앞에 서서 목이 잘리지 않았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벅찼지만, 잘려나갔을 때의 순간을 상상하니 마음이 시렸다.

윗부분이 부러진 천황사 앞 전나무




내가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천연기념물 전나무는 남암 앞에 살고 있다. 나는 팻말을 보고 시간에 쫓겨 뛰어갔다. 그러나 금세 숨이 차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전나무는 천황사에서 200m 정도 위치에 있어 강연 가는 데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나는 암자 입구에서 전나무를 보자마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우뚝 선 모습이 정말 당당했기 때문이다. 2008년 우리나라에서 전나무로는 처음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천황사 전나무가 400년 동안 살고 있는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 높이 35m, 흉고 둘레 5.7m, 동서 16.6m, 남북 16.0m의 전나무 모습은 우리나라 전체 나무 중에서도 아주 보기 드물다. 게다가 뿌리를 얕게 뻗는 전나무가 언덕에 혼자 사는 것은 정말 경이롭다. 이런 조건에서도 전나무가 살아남은 것은 태풍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계곡에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찰 스님과 문화재청의 지극정성 덕분이다.

위대한 나무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발걸음이 지혜롭다. 천연기념물 나무는 언제나 마음의 등불이고, 힘든 어깨를 일으켜 세우는 그리운 스승이기 때문이다.

강판권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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