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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오철수칼럼] 우린 운명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가

■서울경제 논설고문·백상경제연구원장

미국 부활 꿈꾸는 바이든 화두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동맹 강화

이럴때 남북문제 매몰땐 고립 초래

전략적 입지강화 위한 대안 모색을

오철수 백상경제연구원장




바이든 시대의 막이 올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바이든 정부 앞에는 만만찮은 과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안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기 침체, 내부 분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밖으로는 세계 질서 리더로서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다. 이는 우리의 운명과도 직결된 문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시대와는 다른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우선주의 대신 국제사회에서 미국 위상을 되찾기 위한 작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다자주의 부활과 동맹 강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한 바 있다.

이제 미국의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재점검해야 할 때가 됐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우리 정부가 기존의 잘못된 정책을 수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한 것만 봐도 그렇다. 지난 3년 8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어온 인물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는 것은 청와대가 앞으로도 남북 협력을 최우선시하는 기존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 그동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성과를 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3년 8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부 출범 초기 국제 무대에서 모처럼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북한의 핵 개발 능력만 강화됐다. 북한 정권 눈치 보기에 바빠 제재 완화에 매달리다 초래된 현상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대화·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대회에서 한국·일본을 겨냥한 전술핵 개발을 강조한 가운데서도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남북 협력, 평화, 대화 등 공허한 말만 되풀이했다.



주변국들에 대한 대응은 또 어떤가. 정부는 사드가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눈치만 보다가 ‘사드3불 약속’을 덜컥 해주는 바람에 오히려 중국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신세가 됐다. 일본과는 위안부 배상 문제를 둘러싸고 관계가 최악인 상황이다. 지금 국제정치 여건이 과거사에 매달려 있을 만큼 한가한지 묻고 싶다.

여기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제정치 환경은 또다시 변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 강화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 장관 내정자는 “대북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반도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미국 정책이 과거와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준다. 이는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우리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 만일 지난 4년처럼 북한의 핵 강화나 인권 탄압에 눈감고 독재 정부를 옹호하는 데 급급하면 한미 간 마찰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대안이 있는가. 중국의 압력이 거세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미국과의 동맹 관계도 파탄 나면 무슨 힘으로 국가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지난 1871년 독일 통일을 이룩한 철혈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신이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는지 항상 유념하고 신의 옷자락을 움켜잡고 끌려서라도 가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역사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정치가의 임무라는 뜻이다.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보노라면 역사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말로만 평화를 외칠 뿐 현실에서의 위협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이제라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 출발점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원칙과 철학을 다시 정립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아무런 원칙도 없이 주변국 눈치만 보면서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하는 것은 우리의 입지만 위축시킬 뿐이다. cs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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