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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바이든 '화해·통합의 시대' 열 수 있을까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 교수

공화 지지자 64% 대선 승복 않고

트럼프 후광에 기댄 정치인 수두룩

바이든, 이민자 입국 금지 폐기 등

정책 뒤집기 강행 땐 충돌 가능성

통합 위해선 행정명령 남용 삼가야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 교수




미국 제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사회를 “더 나은 모습으로 되돌리겠다(Build Back Better)”는 슬로건을 걸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경기 부양, 인종 차별 문제 해결, 그리고 기후 변화에 대처하겠다는 국정 과제를 설정했다. 이러한 국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양극화와 분열에 신음하고 있는 미국 사회를 화해와 통합으로 치유하겠다는 것이다.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을 포용해 모든 미국 사람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 그리고 기후 변화와 같은 전 세계적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글로벌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화해와 통합의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넘어야 될 장애물들이 있다.

우선 아직도 상당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주시해야 한다. 트럼프는 임기 중 단 한 번도 50% 이상의 지지율을 얻어본 적이 없다. 그 어떤 사건 사고가 일어나도 40% 정도의 지지율을 항상 유지했다. 물론 지난 1월 6일 의사당 점거 폭동 사건 이후 29%까지 떨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지지층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 유권자 중 약 64%가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 나아가 11월 선거 이후 트럼프의 행보를 높게 평가하고 그가 의사당 점거 폭동에 책임이 없고 2020년 선거에서 이겼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정치권에 계속 남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 무려 29%나 된다.

또 미국 정계에 여전히 트럼프의 후광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미국 의회가 폭도들에 의해 농락당한 직후 행해진 표결에서 애리조나주 대통령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공화당 하원의원 수가 121명(상원의원 수는 6명)이나 되고,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결과의 재검토를 원하는 공화당 하원의원 수도 138명(상원의원 수는 7명)이나 됐다는 사실은 공화당 선출직 정치인들에게 트럼프라는 존재가 주는 무게감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가 압승한 지역구를 관리해야 하는 공화당 의원들은 그와 쉽게 결별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11월 주 단위 선거에서 공화당이 대단히 선전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주 혹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트럼프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일련의 행정명령을 발효해 미국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이중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 부양책과 효과적 방역을 위한 연방 정부 차원의 규제는 나름 초당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트럼프의 정책을 뒤집는 작업도 요구된다. 일부 이슬람계 국가들로부터의 이민자 입국을 금지하는 법의 폐기, 파리기후협약 및 세계보건기구로의 복귀, 환경보호와 소수자 권리 보호를 위해 이전 행정부가 계획한 송유관 건설의 백지화, 멕시코 국경에서 벌였던 장벽 건설 계획의 중단, 이란과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 등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면 트럼프의 입장과 대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이미지가 언론과 정치인들에 의해 악용된다면 화해와 통합의 리더십은 설득력 없는 구호가 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요한 입법 행위를 의회에 전적으로 맡겨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1월 5일 조지아주 연방 상원 결선 투표 결과, 민주당이 상원 의석 두 개를 더 확보해 현재 연방 상원 의석 배분이 공화당 50석 대 민주당 50석 균형을 이루고 있다. 상원에서 표결 결과가 50대 50이 되면 상원의장인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가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인 것은 맞다. 그런데 연방 하원과 달리 연방 상원에는 필리버스터 제도가 있고 이를 멈추려면 60명 이상의 상원의원 동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큰 쟁점이 안되는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필리버스터가 적용되지 않는 장관 청문회에서 민주당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적인 법안을 놓고서는 공화당이 여전히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에 덧붙여 정부의 정책 관련한 소송이 일어나는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가 임기 중 임명한 많은 수의 보수적인 연방 사법부 판사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도 안게 된다.

화해와 통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행정명령의 남용을 피하고 의회와 법원의 견제를 피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했던 양극화와 분열을 조장하는 정책을 되돌려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가깝게는 오는 2022년 중간선거, 멀게는 2024년 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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