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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서 울려펴진 "리사 수!" 왜 게이머들은 그를 찬양하나[오지현의 하드캐리]
AMD CEO 리사 수가 2017년 2월 라이젠 테크데이 행사에서 특유의 포즈로 라이젠 프로세서를 소개하고 있다. /AMD




AMD의 최고경영책임자(CEO) 리사 수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갓사 수’, ‘빛사 수’로 불립니다. 그뿐일까요. ‘겜덕(게임 팬)’, ‘컴덕(컴퓨터 팬)’들은 이분의 이름을 떠올리기만 해도 “그저...”라는 외마디 외침과 함께 말문이 막히며 눈물이 차오른다고 하는데요. 리사 수를 향한 관심은 최근 개최된 글로벌 최대 규모 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에서도 계속됐습니다. 대체 이역만리 반도체 회사의 수장이 어쩌다 이런 뜨거운 사랑을 받게 된 걸까요?



리사 수는 대만계 미국 기업인으로 현재 반도체 제조 기업인 AMD(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의 CEO와 엔지니어를 겸하고 있습니다. 그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해 웨이퍼 제작 분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 IBM 반도체 R&D(연구개발) 부서에서 게이밍용 차세대 프로세서 개발을 진두지휘했습니다. 프로세서란 컴퓨터의 ‘두뇌’를 담당하는 부품을 뜻합니다.



리사 수가 AMD에 합류한 것은 2014년의 일입니다. 당시 AMD는 점유율 70%의 인텔에 밀려 폐업 직전까지 내몰렸던 상황이었습니다. 야심차게 내놓은 불도저 마이크로아키텍처(CPU 아키텍처)가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주가는 폭락했고, 핵심 인력들은 줄줄이 회사를 탈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등판한 게 바로 리사 수입니다.

‘잘해봐야 본전’인 환경 속에서 리사 수는 AMD를 구하기 위한 각종 고육책들을 내놨는데요.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라데온 Rx 200 시리즈 그래픽카드(GPU)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AMD가 암호화폐 채굴 붐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인기를 끄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리사 수는 R&D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지금에야 AMD가 각종 벤치마크 테스트 기준으로도 인텔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준다지만 당시 시장은 인텔 독주 체제였죠. 드디어 2017년, AMD가 명운을 걸고 개발한 젠(ZEN) 마이크로아키텍처 기반의 ‘라이젠(RYZEN)’ 시리즈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엄청난 가성비를 자랑하는 라이젠 시리즈는 그야말로 초대박을 치며 AMD는 단숨에 수렁에서 빠져나와 인텔을 위협하는 존재로 거듭났습니다.

게이머들은 리사 수에 대한 애정을 다양한 합성 사진으로 표현한다. 사진은 리사 수의 얼굴이 뿜어져 나오는 후광으로 인해 가려진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리사 수가 어떻게 게이머들을 구원했냐구요? 간단합니다. 게이머들이 저렴한 가격에 고성능 PC로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줬기 때문입니다. 리사 수를 슈퍼스타로 만든 라이젠의 특징은 소비자의 고성능 컴퓨팅에 초점을 맞췄다는 데 있습니다. 더 많은 코어 수와 스레드 수를 지원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하고, 모든 프로세서에서 오버클럭(강제로 클럭 속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한 라이젠에 게이머들은 열광했습니다.

2017년 2월 상급형 제품인 라이젠7 발표를 앞두고 AMD의 주가는 600% 뛰었고, AMD는 같은해 2분기 실적발표에서 라이젠7과 라이젠5 판매로 매출이 59%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라이젠5 판매가 본격화된 2017년 4월 CPU 시장에서 AMD의 점유율은 불과 2개월만에 0.8%에서 25%까지 치솟았습니다. 라이젠3는 1080p의 해상도에서 ‘오버워치’, ‘도타2’ 등 주요 게임 구동에서 인텔 코어 i3 7300을 10%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사 수 AMD CEO가 지난해 10월 4세대 라이젠 9 5900X 프로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AMD


리사 수의 진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2019년에는 3세대 ZEN 2를 발표하는데, 인텔이 14nm(나노미터) 공정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7nm 공정을 적용해버렸습니다. 가격당 성능 역시 인텔을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았죠. 이때까지만 해도 발열이나 호환성 등 면에서 일부 이슈는 존재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ZEN 3가 출시됐는데 리사 수는 패기롭게도 라이젠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게이밍 성능을 들고 나왔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에서 중시되는 단일 스레드 성능마저 인텔을 능가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거죠. 이로써 ZEN 3를 바탕으로 한 라이젠 5 5600X 제품은 동급의 인텔 i9 10900K를 모든 영역에서 완벽하게 추월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그래도 게임은 인텔”이라는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인텔의 위기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재무통인 밥 스완 최고경영자(CEO)의 교체 발표로 이어졌다. /서울경제DB


리사 수는 “영원한 1등이 없다”는 교훈을 실리콘밸리에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90% 가까이를 독점하던 인텔에 오직 제품력 하나만으로 승부수를 던졌고, 새로운 경쟁이라는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AMD와 엔비디아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부상하면서 기술 경쟁이 촉진돼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더 좋은 컴퓨팅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올해 CES에서는 인텔이 AMD 프로세서와 보안 성능을 비교하고 이를 내세우는 장면까지 연출됐습니다. 그야말로 상황이 역전된 거죠.

리사 수가 게이밍 성능까지 따라잡는 데 성공하면서 AMD의 CPU는 이제 가성비를 넘어 하이엔드 수요까지 잡아내게 됐습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리사 수는 2019년 한해동안 5,850만달러(약 724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기도 했는데요. 이는 글로벌 CEO 중 가장 많은 금액이었다고 하네요.

리사 수 AMD CEO가 지난 12일(한국시간) CES 2021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AMD


리사 수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지난 12일(한국시간) CES 2021 기조연설자로 나선 그는 ZEN 3 코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는 AMD 라이젠 500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와 데이터센터·클라우드 등을 위한 서버용 3세대 AMD 에픽 프로세서를 선보였습니다. AMD는 2월 해당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을 출시하고, 1분기 중으로 에픽 프로세서에 대한 세부 정보를 발표한다고 합니다.

리사 수는 고성능 컴퓨팅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새해 목표를 밝혔습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반 환경으로의 전환이 점차 빨라지는 가운데 AMD가 소비자들의 생산성, 학습, 엔터테인먼트를 지원하는 제품과 서비스 제공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AMD는 주요 파트너사와 협업을 통해 PC, 게이밍, 데이터센터, 클라우드의 가능성을 지속해서 확장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어떤 혁신적인 제품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 리사 수의 다음 발걸음에 전 세계 게이머들의 눈길이 쏠립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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