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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만파식적]스모킹 건




1974년 7월 14일 뉴욕타임스 기사에 ‘스모킹 건(smoking gun)’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뉴욕타임스 기자였던 로저 윌킨스는 당시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사하던 미 하원 사법위원회의 최대 관심사가 ‘결정적 증거 확보’라며 “스모킹 건은 어디 있나(Where is the smoking gun?)”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리처드 밀하우스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꾀하는 비밀공작반이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을 말한다. 윌킨스가 언급한 ‘스모킹 건’은 그로부터 한 달 후 발견됐다. 1973년 닉슨 대통령이 수석 보좌관인 해리 로빈스 홀더먼에게 지시했던 육성이 담긴 녹음테이프였다. 닉슨은 “워터게이트 침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니 연방수사국(FBI)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라”고 명령했는데 대통령 스스로 도청을 인정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원래 ‘스모킹 건’은 영국 추리소설 작가 아서 코넌 도일의 작품 중 ‘글로리아 스콧’에서 유래됐다. 선상 살인 사건을 묘사하는 장면에 ‘목사가 연기 나는 총을 들고 서 있었다(The chaplain stood with a smoking pistol in his hand)’고 쓰여 있다. 목사를 살해범으로 지목한 것이다. 원작에는 ‘스모킹 피스톨’이라고 썼으나 이후 ‘스모킹 건’으로 대체되면서 결정적 증거를 일컫는 말이 됐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의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는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일선 경찰서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무마하려 했다는 주장에다 이 차관이 택시 기사에게 영상 삭제를 요구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 비리 혐의가 유죄 선고를 받은 데는 동양대 표창장과 허위 인턴 확인서가 ‘스모킹 건’으로 작용했다. 영원한 권력은 없고 ‘스모킹 건’은 정의가 살아 있는 한 세상 밖으로 나오는 법인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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