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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하반기나 경기 회복···원리금 상환유예 연말까지 재연장 절실"

[서경이 만난 사람]

전체 99% 차지하는 중기가 영업익은 22%…납품단가 제대로 받아야

기업인 등골만 빼먹는 중대재해법 CEO 처벌 규정 등 보완 입법 필요

드론 띄우려면 주물산업이 필수…탄탄한 제조업 중기 생태계 구축을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요즘 김기문(사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흔들리는 중소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각종 법과 규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인, 고위 관료를 만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정부가 밀어붙인 초과유보소득에 대한 배당소득세 과세 입법안을 막는 데 성공했다.

쏟아지는 현안에 지칠 법도 하지만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집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김 회장은 “기업이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기업의 사기를 떨어뜨려서는 곤란하다”며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면서 기업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질적인 대기업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김 회장은 “납품 단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이윤 감소로 인한 투자 부족 등 중소기업의 미래 준비가 소홀해지는 것은 물론 근로자의 임금과 복지도 더 열악해지고 청년의 중기 외면으로 실업률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같은 제조 혁신이 가능하려면 뿌리 산업 등이 받쳐줘야 한다”며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경제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역량 있는 중소기업이 코로나19로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연말까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담=김홍길 성장기업부장 what@sedaily.com



‘9983’.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숫자다.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664만 개, 2018년 기준), 전체 고용의 83%(종사자 수 1,710만 명)를 맡고 있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의 비중이 이렇게 높은 나라는 없다. 그런데 올해 우리나라 경제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문제가 바로 ‘K자형’ 성장이다. 대·중소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이 노력한 만큼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양극화 문제의 뿌리도 대·중기 상생 이슈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0.1%의 대기업이 전체 이익의 64%(2019년 한국은행 기준)를, 99% 중기는 이익의 22%를 가져간다”며 “원·하청 구조에서 납품 단가를 제대로 맞춰주지 못하는 문제가 관행처럼 굳어지면서 중기 마진이 갈수록 줄고 이는 월 평균 대기업 직원 임금(501만 원, 2018년 통계청 기준)과 중기(231만 원) 간 격차가 더 벌어지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기중기 등에 쓰이는 부품을 만들어 미국 업체에 납품하는 부산의 한 업체는 납품 대금을 미국 업체로부터 다 받았는데 3개월 뒤 추가로 돈이 입금돼 알아보니 ‘납품 단가를 원자재 가격에 연동한 제도 때문에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추가 금액을 보내준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더라”며 “그만큼 비즈니스로 얽힌 협력 업체를 챙긴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번은 일본의 중기특별위원장을 지냈던 지한파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에게 납품 단가 문제를 꺼냈더니 ‘그런 대기업이면 납품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어 난감했다”며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산화의 경우도 일본 업체에 100원을 줬다면 어렵사리 제품 개발에 성공한 우리 기업에도 최소한 같은 가격을 쳐줘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아마 중소기업이라면 90% 이상이 이익공유제에 찬성할 것”이라며 “다만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제조 중소 업체는 10곳 중 4곳이 원·하청 구조에서 납품 단가 문제에 취약하고 유통 분야의 경우 플랫폼 업체에 무는 과도한 수수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오는 4월부터 중기중앙회에 납품 단가 조정 협의권이 부여되는 게 의미 있다”고 짚었다. 대·중기 신뢰 제고를 위해 대기업이 먼저 나서줄 것도 거듭 당부했다. 그는 “(대·중기 신뢰 회복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며 “대기업 구매 담당 부서는 윗선에서 ‘왜 납품 단가를 깎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추궁하니 중소기업에 가격부터 깎으려고 혈안이고 중소기업도 연쇄적으로 납품 가격을 부풀려 내놓는 곳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대기업이 대승적 차원에서 이런 풍토를 먼저 바꾸고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환경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 ‘고용’이 있어야 ‘노동’도 있는 게 아닌가요. ‘노동 보호’라는미명 아래 고용하는 사람들을 형무소 담벼락을 걷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힘든 시국인데 기업들이 자사 입장을 방어하기에만 급급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법을 대표적인 문제 입법으로 꼽았다. 중대재해법을 먼저 도입했다는 영국도 13년 만에 법을 만들었을 만큼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시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극도로 신경을 썼는데 우리는 이런 치열함이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사망 사고의 57%가 근로자 과실로 일어나는데 기업인이 방치해 사고가 일어난 것처럼 처벌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처벌 규정도 하위 규정이 아니라 법 체계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법이 시행되면 사고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기업인은 등골이 빠지고 보상금도 올라 로펌만 좋을 것”이라며 “최고경영자(CEO) 처벌 면제 규정 등 보완 입법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입법이나 정책 입안 과정에서 기업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환경 분야같이 인위적 규제가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노동시간 규제처럼 기업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면 사달이 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가령 인공지능(AI)이 보편화돼 산업 현장이 바뀌면 기업들은 하지 말라고 해도 먼저 근로시간을 줄일 것”이라며 “현실과 유리된 일률적이고 인위적인 개선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김 회장은 본격적인 경기회복 시점을 올 하반기로 지목했다. 그런 만큼 3월 말까지 유예되는 원리금 상환을 연말까지 재연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4월에는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신용 등급 재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금융권의 원리금 상환 유예가 3월 말로 끝나면 유동성 문제가 우려된다"며 “연말까지 만기를 연장해준다면 기업들이 다시 박차고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전용 신용평가기관 설립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방향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국제 기준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 평가 기준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우리나라처럼 중기의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 지금과 같은 위기가 발생했다면 이에 걸맞는 평가 체계 마련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계 제조 업체인 로만손(현 제이에스티나) 창업주답게 전통 제조 중기에 대한 애착도 드러냈다.

그는 “드론을 띄우려 해도 주물 산업이 있어야 하고 최고 명품 시계를 만들 때도 바늘이 있어야 한다"며 “첨단 산업이 융성하기 위해서라도 중기 중심의 산업 생태계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기업가 정신이 제대로 발휘되게끔 경영 환경을 조성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런 맥락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김 회장은 “과감하고 중요한 의사 결정은 오너의 몫"이라며 “오너가 제대로 일해야 투자도 하고 일자리도 생기는 만큼 이 부회장이 빨리 경영 일선에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이념적 갈등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도 표시했다. 김 회장은 “국민이 화합해야 하는 시점에 자꾸 편 가르기 식 정책이 나와 기업인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 경영과 관련해 앞을 예측할 수 있어야 모든 게 순리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리=이상훈 기자 shlee@sedaily.com 사진=성형주 기자

약력

△1955년 충북 증평 △청주농업고 △충북대 축산학과 중퇴 △충북대 경제학 명예박사 △1988년~ ㈜제이에스티나(구 로만손) 회장 △2006년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2007~2011년 제23대 중기중앙회 회장 △2011~2015년 제24대 중기중앙회장 △2019년~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 △2019년~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 위원 △2019년~ 제26대 중기중앙회장

/이상훈 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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