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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전국
[로비의 그림]물방울이냐, 정자냐···충만한 생명력 속에 신화 탄생
서울시청 로비의 영구설치작품인 전수천의 '메타서사-서벌' /이호재기자




서울시청은 서울시의 상징답게 역동적이다. 밖에서 볼 때는 곡선형 유리 벽의 건축물이 넘실대는 파도를 떠올리게 한다. 파도는 힘과 에너지 그 자체이면서도 결코 무겁지만은 않고 절대 멈춰있지 않는다.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와 잘 어울리는 이미지다. 서울광장 쪽으로 열린 정문을 열고 들어가 만나는 시청의 속살 또한 역동적이다. 외관이 출렁이는 파도라면 내부는 솟아올라 반짝이는 생명력으로 충만하다. 시청 로비를 넘어 6층까지 관통하는 작품을 통해서다. 개념미술가이자 설치작가로 유명한 전수천(1947~2018)이 2012년 신청사 개청 때 선보인 역작 ‘메타서사-서벌’이다. 차지하는 공간만 40×24m 규모다.

작품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마주한다면 불투명한 흰색의 풍선들이 잔뜩 매달린 포도송이 같다고 할지 모른다. 마냥 위로 둥둥 떠오를 것만 같은 느낌. 그러나 이것은 말캉한 풍선이 아니라 단단한 전구다. 물방울을 닮은 그 흰 구(球) 수백 개가 천장까지 닿을 기세로 다닥다닥 붙어 오르고 있다. 위쪽에서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 알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정자처럼 배치돼 있다. 꿈틀거리다 휘리릭 달려나가는 그것이 무엇을 닮았다고 느끼건 간에 공통점은 하나, 생명력이다. 전수천 작가는 생전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 대해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뤄낸 서울의 기적에 주목했고, 서울시민의 의욕과 역동성이 어우러져 오늘의 서울을 만들었다는 생각으로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물방울처럼 보이는 것은 생명의 원천인 물방울인 동시에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정자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고, 물방울들이 회오리처럼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것을 통해 미래를 향한 희망적 움직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의도는 적중했다. 작가는 생명력의 절정에서 폭죽을 터뜨리듯 은빛 막대 25만 개를 꽃가루처럼 흩뿌렸다. 물론 그렇게 보이기만 할 뿐, 촘촘한 거미줄처럼 고정된 것들이며 실제 소재는 폴리카보네이트다. 풍선 같은 전구와 은빛 막대로 이뤄진 이 로비 작품의 묘미는 ‘빛’이다. 낮의 태양광이건 밤의 조명이건 항상 빛나는 이 작품에 대해 전 작가는 “빛을 받았을 때 반짝거리는 장치를 갖고 있는데, 그 빛은 희망을 상징한다”면서 “개개인의 희망이면서 서울시의 희망이기에, 희망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과 함께 ‘희망은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수천의 서울시청 설치작품인 '메타서사-서벌'의 세부 모습.


전수천의 서울시청 설치작품인 '메타서사-서벌'의 세부 모습.


넋 놓고 작품을 올려다보다가 가로수 만한 두께의 금속 파이프에 부딪힐지도 모른다. ‘파이프를 왜 노출시켰을꼬. 동파방지를 위해 은색 단열재로 감쌌나?’ 그것까지도 작품이니 세게 부딪혔다면 큰일 날 뻔했다. 200m 길이의 파이프가 바닥에서 솟아올라 에스컬레이터를 감싸고는 다른 쪽 바닥으로 꼬리를 감추는 모습이 승천하며 춤추는 용(龍)의 형상이다. 서울의 옛 이름인 ‘서벌’이라는 제목을 통해 도시의 역사를 얘기하고자 했던 작가는 전체 작품 중에서 특히 이 부분을 ‘신화의 길’이라고 불렀다. 전수천 작가는 “역사적으로 서울은 백제 이후로 수도로서의 2,0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신화를 창조해가는 우리의 모습부터 세계의 첨단을 움직이는 도시 서울의 여러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 전수천은 지난 1995년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미술제인 베니스비엔날레에 초청돼 특별상을 받았고, 그 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2005년에는 땅을 거대한 캔버스로, 열차를 붓 삼아 흰 천을 씌운 기차로 미국 대륙을 7박8일 횡단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움직이는 드로잉’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상상을 현실로 끌어낼 줄 아는 작가였다.

‘메타서사-서벌’은 서울시청 신축공사가 한창이던 2011년, 작품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은 63명의 작가 중에서 7명이 추려졌고, 최초의 시민 참여형 심사까지 수차례 거쳐 최종작이 결정됐다. 기쁨은 짧았고 고생이 길었다. 작가는 단단하고 깨지지 않으면서도 생명의 떠오르는 기운을 표현할 소재를 찾아 헤맸고, 투명하고 가벼운 느낌의 소재에 빛을 스스로 발하고 반사시키기도 하는 장치를 만들어 넣기 위해 고심해야 했다. 더욱이 완공되지 않은 건물이라 전체 공간을 상상만으로 가늠해야 했다. 수십 만개의 조각들을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계단·난간·에스컬레이터에 걸쳐지게 제작하는 일이었으니, 이 작업 이후 전수천 작가는 머리가 하얗게 새버렸다.

서울시청 로비는 전수천 작가의 '메타서사-서벌'과 초대형 실내정원인 '수직정원'이 어우러져 생명력과 생태의 공간을 이룬다. /이호재기자


이 같은 장소특정적 작품은 공간과 어우러져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생명력을 상징하는 작품 뒤에 진짜 생명들이 자라고 있으니, 시청 건물이 문 열 때 함께 조성된 실내정원 성격의 ‘수직정원’이다. 투명한 청사 바깥까지 초록 기운을 내뿜으며 1,516㎡의 벽면 전체를 뒤덮는 규모로 14종류 약 6만 3,000본의 식물이 살아숨쉬고 있다. 온·습도 관리와 공기정화 기능까지 전담하는 환경친화적 생태시스템일 뿐만 아니라 유리벽 너머의 서울광장과 거울처럼 마주 보며 ‘메타서사-서벌’을 떠받치고 있다. 저 앞 자연을 배경으로 태어난 생명이 희망의 빛으로 피어나 새로운 역사와 신화를 써나간다는 작품의 의미가 비로소 완성된다.

이것을 제외한 이 외의 서울시청 로비의 예술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SeMA)의 소장품이 주를 이룬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미술관의 작품이니 시민들의 것이라는 뜻. 그래서 ‘서울시청 SeMA컬렉션 라운지’라는 별도의 이름도 붙어있다. 지금은 물의 조형성을 탐구하고 물로써 철학적 사색을 유도하는 공성환 작가의 옥색과 푸른색 ‘물에서’ 연작 2점, 흰 화폭 위에 한 가지 색으로 식물을 그리는 ‘꽃의 화가’ 하상림의 ‘무제’인 꽃 그림 연작이 2점 각각 걸려있다. 사무공간 출입구 쪽에는 숲 속 집의 커다란 유리창을 뚫고 들어온 녹색빛이 화폭 전체를 감싼 하이경 작가의 ‘오후 햇빛’이 방문객을 맞는다. 시청 로비의 그림들은 전반적으로 투명성과 생명력, 생태의 가치와 일상의 소중함을 공통분모로 가진다.



공간디자이너 포스트스탠다드와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워크룸의 협업작품인 대형 스노우볼이 '함께 겨울'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시청 로비의 연말연시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이호재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풀죽은 올 겨울은 특별히 산타의 선물 같은 초대형 스노우볼이 로비를 밝히는 중이다. 커다란 투명 구슬 안에 간단한 색과 단순한 형태의 나무·산·눈사람 등이 들어앉아 떠나지 못하는 겨울여행의 목마름부터 꿈처럼 품고 사는 각자의 소망까지 담아내고 있다. 공간디자이너 포스트스탠다즈와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워크룸의 협업작품으로, 지난 12월에 설치된 한시적 작업이라 이달 중 철수될 예정이다.

서울산수를 주제로 한 이강욱의 회화(왼쪽)와 이매리의 사진설치작업이 서울시청 3층 복도갤러리에서 방문객 및 근무자들을 맞이한다. /이호재기자


서울시청 3층 복도갤러리에 걸린 권인경 작가의 작품들을 시청 직원이 바라보고 있다. /이호재기자


서울시청의 미술작품은 1층 로비 뿐만 아니라 각 층의 복도로 이어진다. 대회의실 등이 있어 외부 방문객이 가장 많은 3층에는 ‘서울산수’를 주제로 이강욱의 회화, 이매리의 사진 작업이 펼쳐진다. 한지 위에 고서를 오려붙이고 수묵채색화를 그리는 권인경 작가의 그림들은 상상이 그려낸 곳들임에도 마치 서울의 모습, 주변의 풍경인 듯 친숙하다. 8층 복도에는 ‘살풍경’ 연작으로 유명한 노충현 작가의 ‘한강의 눈’과 ‘테니스장의 눈’이 나란히 걸려있다. 바로 요맘 때 한강 변 어디쯤에서 포착했을 장면에서 도시인의 삶이 사색적으로 드러난다. 이곳 복도갤러리 그림 대부분은 대여작품이다. 다만 최근에 새로이 걸린 작품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젊은 예술인지원을 위해 서울시가 예산 15억원을 투입해 구입한 651명의 작품 중 일부다. 서울시청의 미술작품을 관리하는 김희원 주무관은 “서울시는 신청사 개청 이후 전시와 투어, 공공예술이 어우러진 문화청사를 조성하고 있다”면서 “방문한 시민들에게는 신선함과 행복감을, 일하는 직원들은 자유롭고 창의적 분위기를 누릴 수 있도록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림을 통해 서울의 역사와 시민의 삶과 시의 정책이 어우러지고 있다.

서울시청 8층 복도갤러리에 걸린 노충현의 '한강의 눈'(왼쪽)과 '테니스장의 눈' /이호재기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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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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