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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일반
[여명] 막연한 코로나 종식 믿음과 국민 위로 지원금 논란

文, 지난 해 재난지원금 지급 앞두고

“재정 여력 최대한 비축 필요” 강조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앞두고

벌써부터 국민위로 지원금 시사로 논란 자초

런시먼의 ‘오만한 안주’ 경고 새겨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민 위로 지원금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지원금,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위로 지원금 지급 시기와 규모에 대한 언급 없이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국민 위로 지원금이라는 신조어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처음으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꺼낼 때만 해도 단어마다 고심의 흔적이 엿보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8일 열린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긴급 재난지원금을 국민에게 지급하는 ‘초유의 결정’도 했다”고 말했다. 급기야 4·15 총선을 하루 앞둔 4월 14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말하면서 헌정 사상 최초의 지급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초유의 결정’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정도로 나랏돈을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가득했다.

문 대통령은 이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차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을 내리기 이전에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실제 지난해 3월 30일 열린 비상경제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를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 원의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모든 국민이 고통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면서도 “정부로서는 끝을 알 수 없는 경제 충격에 대비하고 고용 불안과 기업의 유동성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재정 여력을 최대한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전 국민 지급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4월 총선을 앞둔 여당 지도부의 강력한 요구가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은 결국 ‘국민 사기 진작’을 명분으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와 올해의 발언을 끄집어낸 것은 문 대통령이 ‘나랏돈’을 푸는 것에 대한 인식이 무뎌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100조 원을 풀자고 선제적으로 나올 당시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반대 이유로 재정 여력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번 4차 재난지원금 규모 결정을 앞두고 국가 부채가 1,0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종식 이후 소비 진작이라는 명분 아래 국민 위로 지원금 카드를 불쑥 꺼내 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이라는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야당이 국민 위로 지원금에 대해 “선거를 앞둔 매표 행위”라고 몰아세우자 여당에서는 “대통령을 모독한 발언”이라며 날을 세우는 등 불필요한 정치 공방으로 불길이 확산되는 실정이다. 전 국민 코로나19 예방 접종이 끝나고 집단 면역 체계가 구축된 후 내놓아도 될 ‘국민 위로 지원금’ 지급 발언이 또 다른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 위로 지원금 발언이 4·7 보궐선거 이후 나왔다면 야당이 이처럼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지도 않았을 일이다.



영국의 정치철학자 데이비드 런시먼은 자신의 저서 ‘자만의 덫에 빠진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의 함정으로 ‘오만한 안주’를 경고한다. 런시먼은 오만한 안주를 미래에 대한 ‘믿음’ 때문에 바로 오늘 필요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미래에 대한 믿음으로 오늘 필요한 ‘재정 건전성 제고’라는 반드시 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가 다가오자 벌써부터 코로나 종식이라는 미래에 대한 믿음을 맹신하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프랑스 정치철학자 토크빌이 민주주의를 역사를 따라 흐르는 강으로 묘사하면서 지적했듯이 눈앞의 강물 흐름에 배를 맡겨 종착지인 바다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우를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상용 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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