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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만파식적]美 국방물자생산법

미국은 2019년 5월 중국 화웨이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화웨이에 대한 미국산 제품·기술의 공급을 제한했다. 얼핏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불거진 미중 무역 갈등의 한 사례인 것 같지만 화웨이에 대한 의심은 사실 전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됐다. 미 국방부는 2011년 “화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화웨이 등 중국 통신 업체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주요 기반 시설의 사이버 보안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국방물자생산법에 근거해 내렸다. 전쟁 때나 필요한 줄 알았던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이 평화로운 때도 쓰인 것이다.





국방물자생산법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빨리 공급하기 위해 그해 9월 제정됐다. 이 법은 세 가지 주요 사항으로 구성됐다. 대통령이 국방에 필요한 물자 공급을 기업 측에 요구할 수 있고, 물자 생산 기업에 인센티브를 줄 수 있고, 물자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권한을 부여받는다. 물자 생산은 3단계로 진행된다. 연방 정부가 관련 원자재 수급 상황과 가격을 통제하고 물자 생산에 대한 규제를 집행하며 생산된 물자를 필요 분야에 일괄 공급한다. 국방물자생산법은 트럼프 대통령 때 다시 나왔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전시 대통령”이라며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등의 생산 확대를 위해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체인 GM은 자사 부품 공장에서 인공호흡기를 생산했고 3M은 마스크를 수출하지 못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존슨앤존슨의 자회사인 얀센이 개발한 백신을 다른 제약 회사인 머크도 생산하도록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통해 미국 성인 전체가 맞을 백신 물량인 6억 회분을 확보하는 시점을 애초 7월 말에서 5월 말로 앞당겼다. 선진국은 백신을 전쟁 물자로 생각하며 이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야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니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정부가 K방역을 자랑하는 대신 좀 더 분발해야 할 때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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