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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동향
불 붙은 ‘단건 배달 전쟁’...고객은 좋지만 라이더·업체는 ‘글쎄’[백주원의 리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배민라이더스 노동자들이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번쩍배달'로 인한 수입감소 해결과 지방 라이더 콜 보장을 회사에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한 명의 배달 라이더가 한 번에 한 집만 배달. 일명 ‘단건 배달’을 무기로 2019년 5월 국내 배달 업계에 문을 두드린 ‘쿠팡이츠’는 불과 1년 사이에 기존 배달 생태계에 균열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배달 시간만 1시간가량을 기다려야 하는 기존 배달 업체들과 달리 주문 후 평균 30분이면 도착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높았죠.

하지만 배달 라이더들은 “더는 이렇게 배달할 수 없다”고 반발합니다. 지난 2일과 25일 쿠팡이츠 라이더들이 배달 콜을 받지 않는 단체 휴무를 했었고, 다음 달 2일에도 쿠팡이츠와 배달의 민족 라이더들이 ‘속도 경쟁을 중단해달라’며 노동자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합니다. 기존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는 “이러다 ‘쩐의 전쟁’이 본격화되겠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죠. 음식이 식지 않아 소비자에게는 좋은 ‘단건 배달’이지만 업계의 고충은 깊어만 갑니다. 왜 그럴까요?

라이더는 수익 감소, 플랫폼은 프로모션 부담


지난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연 기자회견에서 '쿠팡이츠의 일방적인 배달 수수료 삭감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기사에게 지급하는 기본 배달 수수료를 다음 달 2일부터 건당 3,100원에서 2,500원으로 줄이겠다고 최근 공지했다./연합뉴스


우선 배달 라이더들의 입장에서 한 번 살펴보죠. 기존에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의 배달 콜들을 수행하는 라이더들은 본인의 동선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적게는 2건, 많게는 5건씩 묶음 배달을 해왔고, 플랫폼들은 인공지능(AI) 추천 배차 등을 통해 이것이 효율적인 동선이 되도록 지원해왔습니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음식이 식고, 배달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라이더들은 이동 거리 대비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죠.

하지만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이 화두가 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습니다. 단건 배달은 묶음 배달보다 시간당 수익이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한 번에 한 건만 배달하니 기본 배달비가 적으면 최저임금도 벌기 힘듭니다. 이달 초 쿠팡이츠가 최저 배달비를 한 건당 3,100원에서 2,500원으로 낮추자 배달 라이더들이 집단 휴무에 들어가며 반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단건 배달 기준 한 시간에 평균 3~4건의 배달을 수행한다고 가정할 때 최저임금을 겨우 벌거나, 또는 장거리 콜이라도 걸리면 그조차도 못 벌 수 있는 거죠.

여기에 단건 배달은 묶음 배달보다 더 많은 배달 라이더가 필요합니다. 충분한 라이더 수급이 경쟁력의 핵심인 상황에서 만약 다른 플랫폼보다 배달비를 적게 지급하면 라이더를 다른 플랫폼에 뺏길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의 배달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라이더 프로모션 비용을 지출해야 하죠. 일명 ‘쩐의 전쟁’이 불가피해진 겁니다.

쿠팡이츠 ‘폭풍성장’ 거스를 수 없는 대세






하지만 이러한 업계의 고충에도 불구하고 단건 배달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고 말았습니다. 플랫폼 충성도가 낮은 배달 업계의 특성상 소비자들이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 거죠. 쿠팡이츠는 지난 1년간 그야말로 ‘폭풍 성장’ 했습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지난달 월활성이용자수(MAU)는 390만 명으로, 지난해 1월 26만 명보다 약 15배 많아졌습니다. 배달의 민족(1,728만 명)과 요기요(697만 명)의 뒤를 빠르게 쫓고 있죠. 일각에서는 단건 배달이 뿌리내리기 시작한 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지에서는 쿠팡이츠의 주문 건수가 배달의 민족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실제 배달 라이더 커뮤니티에는 이와 관련된 글이 자주 올라오곤 하죠.

올 초부터 수도권을 넘어 전국 확장에도 속도를 내면서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더욱 증가할 전망입니다. 부산, 대구, 대전 등 주요 광역시에 진출한 데 이어 쿠팡이츠는 이달 중 호남 지역으로도 서비스 지역을 넓히고, 다음 달에는 강원도와 제주도까지 단건 배달 영역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신규 서비스 지역에서는 라이더 수급을 위해 건당 1,000~2,000원을 추가 지급하고, 신규 배달 파트너에게도 1~2만 원을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죠.

기존 배달 업체 ‘쩐의 전쟁’ 나설지 주목


이러한 쿠팡이츠의 성장세에 기존 강자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도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서 단건 배달 업체 ‘도어대시’가 약 10년간 1위를 지키던 ‘그럽허브’를 밀어내고 단숨에 1위에 오른 사례만 보더라도 쿠팡이츠의 공격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실제 배달의민족은 강남 일부 지역에서 고객이 음식을 주문하면 45분 내에 배달해주는 ‘번쩍 배달’을 시범 도입한 상황입니다. 요기요 역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배달 시간을 20분으로 줄인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지난해 말 전국으로 확대 운영하기 시작했죠.

어느 산업이든 안 그렇겠느냐마는 배달도 결국 자본 싸움이 되고 말았습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은 대규모 자본을 배달 라이더 프로모션 비용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맞서 딜리버리히어로(DH) 품에 안긴 배달의민족이 본격적으로 ‘쩐의 전쟁’에 나설지, 요기요는 또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단건 배달. 소비자 입장에서는 너무 편한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플랫폼 업체가 ‘쩐의 전쟁’으로 치닫고, 그 결과 배달비 인상과 소비자 부담으로 연결된다면 그 또한 고민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백주원의 리셀(Resell)’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유통 업계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쏙쏙 재정리해 보여드리는 코너입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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