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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만파식적] 슈퍼 마리오




유럽 재정 위기가 고조되던 2012년 7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당시 총재는 런던의 한 콘퍼런스에서 금융시장 역사에 남을 연설을 한다. 그의 “ECB는 유로를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 나를 믿어달라”는 말에 투자자들은 다시 유럽 채권을 사들였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위기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그해 드라기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1947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드라기는 15세에 부모를 잃고 고모의 도움으로 학업을 이어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고국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던 드라기는 1991년 재무부 국장으로 공직에 입문한다. 재직 동안 국영기업 민영화로 국가 부채를 감축하고 금융시장 지배 구조와 관련한 법제화 작업을 마무리했다. 국제적 명성을 얻어 2002년부터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부회장을 맡았고 2005년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에 지명된다.

2011년 ECB 총재에 오른 드라기는 그리스발 위기가 남유럽 전체로 번지자 대규모 양적 완화로 시장의 불안을 가라앉혔다. 시장은 8년 동안 위기와 싸워 이긴 그에게 유명한 게임 캐릭터에 빗대 ‘슈퍼 마리오’라는 별칭을 붙였다. 코로나19로 지난해 -9%라는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한 이탈리아 경제는 잠시 야인으로 지내던 그를 다시 불러냈다. 이탈리아 정치권은 지난 2월 좌우 이념을 떠나 압도적 지지로 비정치인이던 드라기에게 총리를 맡기며 소방수를 부탁했다.

드라기 총리가 최근 대대적 경제 부흥책을 꺼내 들었다. 주목할 부분은 300조 원 가까운 불황 대책과 별개로 행정·사법제도·조세·규제 등 구조 개혁을 펼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드라기 총리는 “국가 현대화를 위한 야심 찬 개혁 프로젝트”라고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두 차례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이탈리아를 제쳤다”고 자랑했다. 27일에는 1·4분기 1.6%의 깜짝 성장률이 발표됐다. 하지만 재정에 기댄 부분이 많고 경제 체질은 여전히 허약하다. 우리 역시 노동 개혁과 규제 혁파 등의 구조 대수술을 서두르지 않으면 이탈리아에 재역전되는 것은 물론 경제가 다시 추락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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