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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정책
[단독] “은마 30년 살면 투기꾼인가요”... 탄원서·국민청원 조세저항 커진다

與, 양도세 장특 공제 축소 추진

비과세 기준 상향에도 고가주택은 ‘중과’

1주택 고령자들 “빨래 짜듯 짜내냐”

“13년째 주던 혜택 단칼에 자르나”

부동산 민간 모임, 민주당에 탄원서 제출

김부겸 국무총리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은마아파트에 30년 동안 1주택으로 살아온 사람이 투기꾼입니까?”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주택자 장기보유 특별공제율 축소는 악법입니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서울에 거주 중이며 은퇴를 앞둔 평범한 직장인이자, 한 가족의 가장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지금 여당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이용해 국민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편가르기 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1991년 은마아파트 가격은 2억원 내외였다. 지금은 20억대 중후반까지 20억원 이상 올랐다. 1991년에 은마아파트 31평을 구입해서 30년을 살아온 4인 가족이 있다. 그는 “만일 장기보유 특별공제율을 50%로 낮출 경우 남는 돈으로 취득세와 부동산 중개수수료 등을 빼고 나면 서울 중위권 아파트도 구입하지 못한다”면서 “은퇴해서 소득도 없어 보유한 아파트를 처분한 돈으로 변두리나 시골가서 살고자 소박한 꿈을 꾸었던 사람이 그들이 말하는 적폐세력인지요?”라고 호소했다.

양도차익이 크다고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의 양도소득세 혜택을 축소하겠다는 여당 당론에 대해 조세저항이 불거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고령자를 중심으로 “한 집에 20~30년 사는 1주택자가 죄인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20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여당은 1세대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금액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면서 ‘부자 감세’ 비판이 일자, 과세 형평성을 명분으로 장특공제 상한을 설정했다. 10년 이상 거주 시 양도차익 5억 원 이하는 40% 공제를 유지하지만 5억~10억 원은 30%, 10억~20억 원은 20%, 20억 원 초과는 10%로 공제율을 차등 적용한다. 이로 인해 최대 80%까지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던 것이 양도차익이 20억원을 넘으면 50%로 축소돼 실제 세 부담이 커지게 됐다. 고가 주택이라고 사실상의 양도세 중과 조치를 맞는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례로 10억 원에 매입한 아파트를 10년 동안 보유·거주한 서울 강남의 1주택자가 25억 원에 매도했을 경우 양도세가 현행 5,787만 원에서 1억 4,256만 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하게 된다.

국민청원 작성자는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율 축소의 부당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 작성자는 “본인은 넓은 아파트에서 전세살고 갭 투자 해둔 주택이 20억 올라도 10년 보유만 하면 40% 공제받는다”면서 “누구는 좁은 집에서 30년을 실거주해도 50% 밖에 공제를 받지 못하는데 1주택, 실거주를 장려하는 정부 시책에 따라준 사람에게 너무나 불평등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좁은 집에서 오래 거주할수록 세금을 많이 걷어간다는 정책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토로다. 그는 “국가 조세 정책은 전국민의 관심사이자 주거 문제인 만큼 교육 정책과 마찬가지로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며 “여당의 표바라기 설익은 부동산 정책으로 하루 아침에 엄청난 재산상 불이익을 보게 될 상황에 빠져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오른쪽)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윤호중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한 부동산 모임은 지난 21일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정안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담아 부동산특별위원회에 탄원서를 전달했다. 이 모임은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들로 보통 20~40년 한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표에만 온통 매달려 퇴로 없이 빨래 짜듯이 납세자들을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탄원서에는 “양도차익 규모에 따른 누진적 세금 체계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공제까지 연동하면 징벌적 성격을 과도하게 높이는 조치”라고 우려했다. 특히 “한집에서 오래 거주한 고령자들이 공제 축소로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으며, 그 집을 팔고 새로 거주할 집으로 이동 시에도 집을 낮춰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세금을 더 내야 해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티는 매물 잠김 현상도 예상된다.

양도세 1주택자 장특공제는 장기 보유를 장려하는 취지로 지난 2008년 이후 13년째 최대 80%로 유지돼왔다. 당시 법안을 발의한 장본인이 김진표 민주당 부동산 특위 위원장이다. 장특공제를 예상하고 오래 거주하던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하루아침에 세 혜택이 줄어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는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탄원서에는 “조세저항과 납세자들의 혼란을 생각하면 최소한의 계도기간이 필요하고, 충분히 받아들일 시간을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투기 의혹도 없는데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주된 곳에 살고 있으면서 오래 거주하는 1주택자에 대해서는 아예 면세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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