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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노사 사회적 대화로 노동개혁? 선수에 왜 심판 맡기나" [청론직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기득권 철밥통 노조는 개혁 대상…경사노위 폐지해야

비정규직 제로 정책, 정부 월권· 청년층 '외부자' 착취

노사 비례원칙에 따라 파업 때 대체근로제 허용하고

근로기준법상 규제 최소화, 근로계약법으로 전환을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노동시장 개입이 과도하고 노사 관계가 근로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이를 바로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데 문재인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권욱 기자




“인센티브(유인)가 중요하지 인텐션(의도)은 의미가 없다(Incentives matter, Intentions don’t).” 경제학자 토머스 소웰의 명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소웰의 말에 빗대 설명했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은 의도가 얼마나 선하고 멋진가요.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요.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 격차는 확대됐죠. 시장경제는 소웰의 말처럼 인텐션이 아닌 인센티브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그는 작은 정부와 시장 메커니즘을 신봉하는 시카고 학파의 후예답게 시종일관 자유론적 노동론을 견지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과 주 52시간제 전면 시행을 앞둔 가운데 박 교수와 만나 노동시장의 현안과 개혁 과제 등을 들어봤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정규직·비정규직 노조의 갈등으로 단식을 했다.

△말도 안 되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모순이 드러난 것이다. 업무를 내부에서 할지, 아니면 외부에 의뢰할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시장, 좁게 말하면 최고경영자의 몫이다. 왜 정부가 개입해야 하나. 기업은 거래 비용을 최소화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공공기관이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공공 기능을 수행한다면 왜 공무원 조직으로 만들지 않는가.

-정부는 정규직 전환을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정당화한다.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노동비용 상승은 신규 채용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게는 유리하고 취업 준비자에게는 불리한 게 공공성인가. 전환 대상이 되는 비정규직은 목청을 높일 수 있지만 미래의 취업자는 목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이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교수의 지적처럼 전형적인 ‘내부자·외부자의 문제’다. 하이에크는 ‘경쟁에서 보호 받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장 악랄하게 착취한다’고 갈파했다.

지난 15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로비에서 김용익 이사장이 고객센터 직원 직고용 문제를 대화로 풀자며 단식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시각 이 건물 밖에서는 민주노총 산하 공단 고객센터 지부원들이 총파업 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주 52시간 근로제가 다음 달부터 전면 시행된다. 중소·영세 상공인들의 우려가 큰데.

△근로시간 단축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은 사적 계약을 심각하게 제한한다. 탄력 근로 같은 유연근무제 확대와 특별연장근로인가제 보완 등이 개선점으로 지적되지만 본질적인 해법은 못 된다. 시장경제에서 모든 거래는 자발적 계약으로 이뤄지는데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모든 사적 계약보다 앞서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근로기준법은 최소한의 기준만 남겨두고 근로계약법으로 대체해야 한다. 근로의 제공과 사용이 계약자유의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노동 부문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은 우리의 근로기준법에 해당하는 공정근로기준법이 있지만 이는 최저임금과 아동 근로 금지, 화이트칼라의 초과 근로수당 배제 등 일부만 규제할 뿐이다. 일본도 근로기준법과 별도로 2008년 근로계약법을 제정했다. 고용 형태와 근로조건을 명확하게 규정해 계약하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을 일이 없다.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연장 근로 수당을 얼마로 정할지 등을 두고 갈등할 이유가 없다.

-노동 문제는 효율성 측면만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없이 좋은 일자리를 늘릴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의 최장 근로시간만 문제 삼지 OECD 최하위권인 낮은 생산성을 개선할 정책도 의지도 없다. 노동 개혁의 원칙은 임금과 생산성의 일치다. 핵심은 고임금·철밥통에 대한 과잉보호를 깨는 데 있다. 그래야 매년 수십만 명씩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청년들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고 비정규직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선할 여지가 생긴다.

-노동 개혁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맡고 있는데.

△노동 개혁을 사회적 합의 기구에 맡겨서는 안 된다. 1998년 노사정위(현 경사노위)를 설립한 후 의미 있는 개혁을 한 적이 없다. 대화와 타협은 정치인이 면피용으로 즐겨 쓰는 말이다. 사회적 대화를 구실로 경사노위에 노동 개혁을 맡기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경사노위의 한 축이 노조다. 노조가 개혁 대상인데 개혁 주체로 나서라는 것은 주객전도다. 선수에게 왜 심판까지 맡겨야 하나.

2015년 5월 한국을 방문한 페터 하르츠 전 독일 노동개혁위원장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독일 하르츠 노동 개혁과 한국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렇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은 정부가 주도해 전격적으로 추진됐다. 사용자와 근로자 단체는 이해 당사자였기에 철저히 배제됐다. 주 36시간 근무하던 프랑스는 사회당 출신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때 긴급 입법권 행사로 근로시간 연장과 해고 기준 완화를 골자로 한 노동 개혁을 관철시켰다. 이게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에 계승됐다. 노동 개혁은 전문가의 방안을 토대로 정권 임기 초반에 명운을 걸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노사 관련 제도가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많다.

△파업권을 보장하면 비례 원칙에 따라 대체 근로를 허용해야 한다. 대체 근로 불허는 영업의 자유권 같은 기본권 침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대체 근로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됐을 때부터 대체 근로 금지 조항이 들어갔는데 이는 세계 최초다. 법으로 대체 근로를 막는 나라는 한국과 말라위밖에 없다. 노동조합이 가진 힘의 원천은 여기서 나온다. 파업해도 대체 근로가 허용되지 않으니 사용자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역할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인가.

△아니다. 노조는 집단적 의사소통이라는 순기능이 있다. 예컨대 노조는 사내 경영 비리라든지 근로자 개인의 고충을 해결하는 통로가 된다. 노조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것이 노동 개혁이다. 노동 공급을 독점하는 노조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유로운 구직·구인을 방해한다. 노조의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에 사용자는 고용 조정으로 대응하고 싶지만 노조의 압력과 노동법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노조의 보호를 받는 정규직 임금은 생산성을 초과하게 된다.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4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부터),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최저임금 제도 자체에 반대한다.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경제적 취약층을 도와줄 때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는 잘 식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중산층 이상의 자녀가 아르바이트를 해도 혜택을 본다. 이는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취약층의 몫이 줄어든다는 의미가 된다. 두 번째는 시장 메커니즘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가격 통제 시스템이다. 최저임금제는 이런 원칙에 어긋난다.

-시장자유주의자인 교수님이 연 소득이 일정액에 미달하는 경우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안심소득’ 방안을 창안한 것은 뜻밖이다.

△안심소득 구상은 2016년 총선 즈음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려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안심소득이 있다면 굳이 최저임금제를 할 이유가 없다. 있다고 해도 크게 오르지 않아 형해화할 것이다. 노동시장은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작동돼야 하지만 시장에서 탈락하는 취약층은 있기 마련이다.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은 현대 국가의 책무다. 그래야만 노동 개혁의 동력이 생긴다. 지금처럼 나랏돈을 재난지원금으로 물 쓰듯 하지 않아도 된다.

/권구찬 선임기자 chans@sedaily.com

He is…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합리적 기대 가설’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카스 교수가 그의 지도 교수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1994년부터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노동경제학·경제성장론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한국노동연구원장과 한국노동경제학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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