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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세이] '인 더 하이츠' 완벽하다 진짜, 두말할 것 없이








하필 해가 뜰랑말랑한 시간에 잠에서 깨어 다시 눈감기 애매할 때면 이참에 동네 한바퀴를 돌아보고는 한다. 앞만 보고 총총걸음으로 출근하는 아주머니, 리어카에 폐지를 가득 실은 노인과 그 뒤를 따르는 강아지 한 마리, 다리 아래 성북천엔 운동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 어김없이 화단을 손보고 있는 맞은편 건물 아주머니. 그리고 역시나 버스타지 말고 편하게 자차로 출근하라며 배려주차(?)까지 해주신 윗집 아저씨…. 삼선동 사람들이 맞는 아침은 늘 고요하고 비슷하다.

‘인 더 하이츠’의 제목을 해석하면 ‘하이츠에서’가 어울린다. 미국 뉴욕 맨하탄에 있는 워싱턴 하이츠라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쉽게 ‘삼선동에서’와 비슷하다면 이해하기 쉽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과 자신들의 꿈을 이야기하지만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 여기 사는 모두가 라틴 계열 이민자들이니까. 더욱이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만큼, 노래가 한번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진짜 끝낼 줄을 모른다.



주인공 우스나비는 부모님이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이민와 차린 편의점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의 꿈은 도미니카로 돌아가 아버지가 운영하던 해변 상점을 다시 여는 것. 과도한 임대료와 그로 인해 동네를 떠나는 사람들을 보며 간신히 버티는 그에게 바닷가의 그 가게는 유일한 꿈이자 희망이다.

당장이라도 사촌동생 소니와 함께 도미니카로 떠나고 싶지만 눈에 밟히는 사람이 한명 있다. 등장과 동시에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는 바네사. 동네 미용실에서 일하는 그녀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 다운타운에 사는 것이 꿈이지만, 돈도 없고 보증을 설 사람도 없는 그녀에게 그 꿈은 결코 만만한게 아니다.

우스나비의 단골손님인 운수회사 사장 케빈의 딸 니나는 스탠퍼드 대학을 다니다가 갑자기 하이츠로 돌아왔다. 자신에게 거는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기대가 부담스럽다고 하는데, 사실 다른 이유를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베니. 케빈이 운영하는 운수회사에 다니는 그는, 니나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사무실을 절반으로 줄인 케빈이 이제는 회사를 팔아버리려 한다는 것을 알게되며 갈등을 빚는다.

하이츠에 무더위가 찾아오고, 동네 사람들 모두 수영장으로 피신하는데 소니가 전화 한통을 받고 허겁지겁 달려온다. “형 로또 당첨자가 우리 가게에서 나왔대.” 당첨금은 무려 9만6천달러, 우스나비의 상점에서 복권을 산 모두는 일확천금을 두고 일확천금 같은 상상을 쏱아낸다.

빚도 갚고 키워주신 클라우디아 할머니께도 드리고 편한 마음으로 도니미카에 돌아가겠다는 우스나비, 빚더미에서 탈출해 다운타운으로 가겠다는 바네사, 비즈니스 스쿨에 가겠다는 베니, 니나의 등록금을 마련해 운수회사를 팔지 않아도 되는 케빈까지. ‘타이거 우즈를 내 캐디로 쓰겠다’는 이 발칙한 상상은 누구의 손을 잡아줄지, 노래와 춤과 이야기는 절정으로 흐른다.





우스나비는 그래서 당첨자는 누구냐는 아이들에게 “누가 당첨된게 중요한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는 꿈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얼핏 생뚱맞은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의 중심은 결코 ‘돈’으로 바뀌지 않는다.

저 멀리 있는 꿈을 바라보며 욕망을 불태우는 것도 좋지만,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고 내 주변 사람들과 웃으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우선 아닐까. 하루하루 그런 날들이 쌓여 삶의 가치를 빛내는 것은 아닐까. 작품은 돈과 욕심을 걷어내고 보이지 않았던 소박한 행복을 향해 관객들의 시선을 이끌어간다.

급작스런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마을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영주권이 없어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운 이민자 2세들, 인종차별로 인해 소외되는 사람들, 과도한 학비로 인해 졸업하기도 전에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되는 사람들. 마을 주민들 서로가 노래하고 춤추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하고, 모두 한데 모여 같은 춤을 추며 하나가 된다.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힙합을 베이스로 살사, 바차타, R&B, 팝 등이 뒤섞인 8분가량의 오프닝 곡을 반복해 들으며 흥얼거렸다. 그리고 빌라 지하에 주차를 하고 문을 ‘쾅’ 닫는 순간, 현실 속 우리 동네는 늘 그랬듯 고요하고 적막했다. 2년 가까이 살았지만, 집주인 아주머니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는 동네. 굳이 남과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고, 계단에서 입주민을 마주치는 것조차 불편해져버린 도시생활. 도시 생활하는 보통 청춘들이 그렇듯 결국 나는 그냥 혼자였다.

자연스럽게 아주 오래전 동네 친구들로 그득하던 옛 동네가 떠올랐다. 야구방망이로 테니스공을 몇 번 때리기만 하면 쏟아져 나오던 친구들, 밥 먹으라고 소리치던 엄마들, 한시간마다 어김없이 친구들을 태우거나 내려놓고 사라지던 학원 버스들. 그리고 해가 절반정도 뒷산에 가려지면 어김없이 아파트 후문으로 들어오던 엄마. 그 모든 순간들이 그리워졌다. 하이츠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소문을 나누고 사랑도 하는 동네 사람들이 울컥하게 부러웠다.



‘인더하이츠’의 주인공은 우스나비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두다. 하루하루를 즐겁게 맞고, 즐겁게 보내며, 즐겁게 마무리하는 사람들의 오늘, 그리고 더 즐거워질 내일. 작은 행복들이 모여 모두의 꿈을 이루는 마을 이야기. 그것이 바로 영화가 말하는 ‘수에니토’ 작은 꿈이다. 그리고 노래 춤, 배경 어느 하나 나무랄 곳 없다. 뮤지컬 영화로서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다.

가능하다면 사운드가 특화된 영화관에서 관람하시길. 16만원짜리 뮤지컬 VIP석이 하나도 부럽지 않을 테니.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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