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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스타문화
"죽어서도 꺾을 수 없는 연기의 갈망, 우리 얘기 같았죠"

[인터뷰]내달 7일 개막 연극 '분장실' 주인공 배종옥·서이숙

주인공 꿈꾸다 죽은 분장실 귀신역

배우 꿈·열망·삶의 회한 등 담아내

연기경력 도합 68년…그래서 더 공감

여배우 삶, 대사처럼 '잔인'하지만…

관객 감동·해냈다는 성취감에 행복

연극 ‘분장실’의 주인공 배우 서이숙(왼쪽)과 배종옥이 14일 대학로의 한 연습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권욱기자




네 명의 여배우가 있다. A와 B는 바라던 배역으로 무대에 서지 못한 채 죽은 귀신이고, C는 지금의 주인공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며 지쳐가는 배우다. 병원에서 갓 나온 D는 배역을 빼앗겼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C의 프롬프터(관객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대 위 배우에게 대사나 동작을 일러 주는 사람)다. 연기를 향한 간절한 꿈은 네 여인을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 공연이 한창인 무대 뒤 분장실로 불러 모은다. 서로 다른 시대를 겪은 네 사람이 고전 속 주요 장면을 연기하며 풀어내는 사연에는 이들의 열정과 배역에 대한 갈망이 진하게 묻어난다. 이루지 못한 꿈, 지켜야 할 무엇, 집착이 된 간절함까지 말이다. 내달 7일 개막하는 연극 ‘분장실’은 그렇게 인생이란 무대 위에 펼쳐지는 꿈과 삶의 회한을 따뜻한 웃음과 함께 담아낸다.

그리고 여기 현실 세계의 배우 둘이 있다. 각각 30년 넘게 연기 인생을 걸어오며 A와 B의 심정도, C와 D의 아픔도 모두 경험했을 두 사람. 이번 공연에서 각각 B와 A역으로 무대에 서는 배종옥·서이숙을 대학로의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여배우로 산다는 거 잔인해. 내려놓아야 할 것도 많고. (중략) 젊음이라는 게 영원하지 않지. 해마다 내 몸이 날 배신하는 것 같고.”(C의 대사 中)

두 사람도 그랬다. 그래서 더 공감하고 빠져든 작품이다. 배종옥은 “여배우들끼리 하는 작품이 흔치 않은 데다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어 망설임 없이 출연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다른 작품이 끝나자마자 바로 시작되는 일정 탓에 잠시 고민했다는 서이숙도 흥미로운 이야기에 매료돼 출연을 결심했다. A는 늘 프롬프터를 맡은 탓에 실제 무대에서 대사를 해본 적이 거의 없고, B는 죽어서도 오매불망 ‘갈매기’의 니나 역을 염원한다.



연극 ‘분장실’의 주인공 배우 배종옥(왼쪽)과 서이숙/사진=권욱기자


대사 속에, 캐릭터에 자신의 인생이 투영되어서일까. 인터뷰 동안 두 배우의 입에서는 “공감”이라는 단어와 “나도”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80세가 돼도 배우이고 싶은데, 그러려면 늙어가는 내 모습을 적나라하게 봐야 하고,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죠. C의 대사처럼 그게 참 잔혹한 거 같아요.”(배) “여성 서사의 작품이 많지 않은 데다 제한된 배역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죠. 그 과정에서 얼평(얼굴평가)도 받고요.”(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내 운명’이란 마음으로 배종옥은 데뷔 후 36년, 서이숙은 32년 간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여주인공 자리를 내어주지 않으려는 C의 ‘외로운 집념’은 나이의 앞 자릿수가 바뀔 때마다 좁아지는 배역의 선택지 때문에 고뇌했던 이들에게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배종옥은 “20대부터 지금까지 고비들을 넘기면서 왔다. 고되기도 했지만, 그 고통이 오히려 재미있었다”며 “모든 게 만만했으면 배우의 삶을 계속 살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하는 배역이 있으면 역할을 따내기 위해 적극 나섰고, '중견'이란 수식어가 붙고 나서도 연기를 배우고, 공부했다. 사회체육 코치로 일하다 기약 없는 배우로의 길로 들어선 서이숙도 "배우라는 직업은 예민하고, 영혼도 많이 다치면서 고독한 싸움을 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연기는 '내가 존재하기에 당연히 같이 가야 하는 무엇'이 된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연극 ‘분장실’의 주인공 배우 서이숙(왼쪽)과 배종옥/사진=권욱기자


대학 시절 연기를 전공하다 배우의 꿈을 접은 적도 있고(배), 한창 무대에서 이름을 날릴 시기에 암 선고로 위기를 겪기도(서) 했다. 끝날 것 같던 배우의 길은 그러나 새로운 기회와 인연으로 이어져 왔다. 극중 A와 B가 나누는 대화는 배종옥과 서이숙이 써 내려온, 그리고 써 내려갈 연기 인생의 한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운명을 어떻게 피해. 맥베스도 못 피했는데."(A) "그렇지. 피해지면 운명이 아니지."(B)

분장실은 지난 4월 타계한 일본 현대 연극의 거장 시미즈 쿠니오의 대표작으로, 이번 공연은 원작자 생전에 기획 및 각색에 합의해 시대나 인물 세부 설정을 한국 상황에 맞게 바꾸어 선보인다. 9월 12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하며, 뒤이어 남자 배우 버전의 동일 작품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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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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