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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황금사자' 탄 백남준 대표작, 화려한 귀환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수상작

'시스틴 채플' 28년만에 고국 전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재해석

40여개의 프로젝터로 영상화

울산시립미술관 소장품으로 확보

저작권자와 관계개선에도 청신호

백남준이 지난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선보여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게 한 작품 '시스틴채플'. 지난 2019년 10월 영국 테이트모던에서 개막한 회고전을 위해 26년만에 재현됐고, 최근 울산시립미술관 소장품이 됐다. /사진=조상인기자




백남준(1932~2006)에게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쥐어줬던 대표작 ‘시스틴 채플(Sistine Chapel)’이 28년 만에 고국의 품에 안긴다. ‘시스틴 채플’은 백남준이 지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대표 작가로 선정됐을 당시 선보였던 비디오 설치 작품이다. 40 여 개 프로젝터가 쏜 화려한 영상이 천장은 물론 벽면과 공간 전체를 가득 채운다.

오는 12월 개관 예정인 울산시립미술관은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으로 세계적 거장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달 말 발표했다. 신석기 시대 암각화(국보)를 품은 울산의 대표 유적 반구대(盤龜臺)를 닮은 ‘거북’이 개관을 앞두고 제1호 소장품으로 확정됐고, ‘시스틴 채플’과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도 영구 소장품 목록에 올랐다.

‘시스틴 채플’은 백남준의 황금사자상 수상에 결정적 역할을 했음에도 한국에서는 단 한번도 전시된 적 없다. 사실 1993년 전시 이후 제대로 선보일 기회가 없기도 했다. 이 작품은 영국 테이트모던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이 공동 기획해 지난 2019년 10월 런던에서 개막한 대규모 회고전을 계기로 26년 만에 처음 재현 됐다. 첫 전시 당시 큐레이터였던 존 허프만이 1년 가까이 관여해 복원을 주도했고, 실제 현장 작업에 참여했던 한국인 엔지니어 이정성이 자문을 더했다.

백남준이 지난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선보여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게 한 작품 '시스틴채플'. 지난 2019년 10월 영국 테이트모던에서 개막한 회고전을 위해 26년만에 재현됐고, 최근 울산시립미술관 소장품이 됐다. /사진=조상인기자


‘시스틴 채플’은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가 겸 화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그린 ‘천지창조’의 천장화로 유명하다. 이 명화를 20세기 신기술의 예술언어로 재해석 한 백남준은 붓과 물감의 역할을 비디오와 영상으로 대체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당시 백남준은 바다를 건너 동양으로 간 ‘마르코 폴로’, 몽고에서 출발해 서양을 정복한 ‘칭키즈칸’ 등을 소재로 로봇을 만들었고 설치작품 ‘몽골텐트’와 함께 선보인 이 ‘시스틴 채플’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이 때문에 ‘시스틴 채플’은 인공위성 쇼 3부작, 초기 TV조각인 ‘TV첼로’, 자연과 기술의 공존을 상징한 ‘TV정원’ 등과 더불어 백남준의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장은 소장품 ‘시스틴 채플’에 대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종교적 의미를 배경으로 초월적인 새로운 삶의 시작을 그렸다면 백남준은 기술 혁명이 가져올 창조적 세계의 유토피아를 ‘20세기 천지창조’로 본 것"이라며 “1960~70년대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발현을 이끈 백남준이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직전의 황금기를 대표할 만한 작품이기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경기문화재단의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을 역임했던 서 관장은 작품 확보를 위해 올해 초 백남준의 장조카이자 저작권자인 켄 백 하쿠다 백남준재단(Namjune Paik Estate) 이사장에게 맨 먼저 연락했다. 하쿠다 씨는 미학적 가치와 미술사적 중요도, 울산 및 한국의 지역 정체성을 두루 고려했다는 미술관 측 의지를 높이 샀고, 한국의 공공미술관이 백남준의 작품을 소장하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166대의 모니터로 제작된 백남준의 1993년작 '거북'이 오는 12월 개관 예정인 울산시립미술관의 제1호 소장품이 됐다. /사진제공=울산시립미술관


이번 소장품 확보는 작품이 갖는 의미와 함께 백남준 저작권자와의 관계 개선에도 ‘청신호’를 밝혔다. 하쿠다 이사장은 ‘불신’을 이유로 지난 10여년 간 한국 미술계와 단절했고 이 여파로 지난 2016년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전으로 열릴 예정이던 백남준 회고전이 무산되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설치된 초대형 설치작품 ‘다다익선’의 복원 과정에서도 제대로 협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영국에서 시작돼 네덜란드를 거쳐 미국,싱가포르,독일 등지로 이어지는 백남준 회고전 개최지 중 한국이 제외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지난 달 작품보증서와 소유권을 양도 받았다. 작품은 12월 중순 미술관 개관에 맞춰 약 1주일 동안 한시적으로 공개된 후 곧장 순회전이 열리는 싱가포르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향한다. 싱가포르와 내년 독일에서 열릴 백남준 회고전에는 울산시립미술관이 대여하는 방식으로 ‘시스틴 채플’이 전시된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1993년 전시 이후 만날 수 없던 작품이 ‘시스틴 채플’을 한국의 공공미술관이 확보한 것은 아주 기쁜 일”이라며 “저작권자가 한국 미술계 전반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전환의 계기가 마련된 것도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 소장품들은 울산시립미술관 개관에 맞춰 울산 대왕암공원 내 ‘개관 기념 소장품전’에서 선보인다. 한편 3년 프로젝트로 추진중인 국립현대미술관의 ‘다다익선’ 복원은 내년 상반기 완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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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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