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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아 식빵~ 뛰어야지요. 아픈건 언제나···" 김연경이 짊어진 '국대' 책임감

김진구 명지병원장, 페이스북에 김연경과의 과거 일화 밝혀

대한민국 김연경 선수가 라발리니 감독에게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도쿄=권욱 기자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이 45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가운데 팀의 정신적 지주인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의 주치의인 김진구 명지병원장이 김 선수와의 과거 인연을 소개해 화제다.

김 원장은 지난 4일 여자배구 대표팀이 8강전 터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페이스북에 "(김연경은) 내게는 응원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환자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연경은) 힘든 티, 아픈 티를 한 번도 내지 않고 계속 코트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사기꾼(선수들의 사기를 북돋는^^)"이라며 "한마디로 빈틈이 없어 상대 팀 선수들도 두렵고 존경하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김진구 명지병원장. /페이스북 캡처


그는 "김연경을 처음 진료실에서 본 건 15년전 18세의 나이,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한 신인선수. 연봉 5,000만원의 새내기였다"며 "이 친구는 점프, 착지를 할 때마다 아파서 뛰기 힘들 정도였다"고 했다. 김 원장은 "중대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게 재활 치료를 최소 6주간 하기를 권장했다"며 "그런데도 며칠 후 TV를 보니 소리를 질러가며 멀쩡하게 뛰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도 그냥 뛰는 게 아니라 그 선수 하나 때문에 인기도 없던 여자 배구가 인기 스포츠로 올라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승리,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의 김연경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원장은 김연경이 2008년 수술을 할 당시에도 시즌 경기를 다 소화했다며 "그후 이어진 국가대표 소집 강행군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 같았지만 태극마크 달고 뛰는 경기는 또 다른 힘이 날 테니 응원하기로 했다"고 했다. 하지만 "며칠 후 진료실에 그녀가 나타났다"며 "MRI를 보니 우측 무릎 관절 안 내측 반월상 연골이 파열돼 무릎 안에 조그만 덩어리가 걸려있었다"며 "그 큰 키에 수비 동작 때마다 무릎을 구부리니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수술은 불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이 같은 얘기를 꺼낸 이유를 밝혔다. 그는 "그 시기 구단은 국가대표를 포기하고 당장 수술을 받기를 원했고 선수는 자기가 있어야 대한민국이 본선 진출을 할 수 있다는 책임감에 불타 있었다"며 "선수를 보호하고자 하는 주변의 말에도 불구하고 김연경 선수의 답은 단순했고 단호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 경기 내 집중 견제를 받은 한국 김연경이 득점 후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한쪽 다리에 혈관이 터져 생긴 붉은 부상이 보인다. /연합뉴스




이에 당시 김 선수는 "아 식빵~~ 뛰어야지요. 저는 선수인데... 대한민국 선수란 말이에요"라며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해요. 아픈건 언제나 그랬단 말이에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원장은 "난 아직도 이 선수의 그 단순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며 "그녀는 단순하고 무식하지 않다. 누구보다 똑똑하고 두뇌 회전이 빠르다. 그리고 누구보다 프로답다"고 했다. 이어 "그녀는 혼잣말로 들리지 않게 ‘식빵 식빵’을 외치며 닭똥 같은 눈물을 조용히 흘리고는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며 "그 후로 난 그녀가 눈물을 보이거나 누구 탓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연경 선수는 김 원장이 전한 2008년 무릎 수술로 인해 베이징올림픽 예선을 포기해야 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 세트스코어 3대 2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원장은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배구대표팀의 상황에 대해서도 "김연경 선수가 팀의 최연장자가 돼 체력적인 한계가 걱정이 됐다"며 "그녀와 함께 원투 펀치를 맡아야 할 공격수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전력에서 이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상의 선수진을 다 동원해도 대한민국은 랭킹 14위"라며 "4위 터키, 5위 일본, 7위 도미니카 공화국을 상대로 승리를 바라는건 조금 무리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연경 선수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커다란 감동을 보고 있다. 믿기지 않는 투혼"이라고 평가하며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씩 나열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김연경이 공격 성공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원장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길 응원하겠다. 결과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며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김연경 선수를 위해 박수를 아끼지 않겠다"고 글을 맺었다.

김 원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무릎관절 전문가로 특히 스포츠 손상 치료가 전문이다. 김연경은 과거 세 차례 무릎수술을 받았다.

한편 김 선수가 외쳤다는 '식빵'은 경기 도중 화가 나 그가 내뱉은 욕설과 비슷한 발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모습을 본 팬들은 김 선수에게 '식빵 언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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