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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국제일반
'은메달=국가 배신?' 中의 도 넘은 민족주의 어디까지 [글로벌체크]

금메달 못 딴 선수에 비난 퍼붓는 中

국가 영광 위해 1위 달성해야

젊은층 공산당 가입도 늘어

6개월 앞 베이징 올림픽 주목

/AFP연합뉴스




많은 우려 속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이 폐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 국가대표팀의 선전에 이번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 꽤나 컸는데요, 가장 많은 금메달을 보유한 중국 대표팀이 온라인상에서 과도한 공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이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을 향해 "국가를 배신했다"거나 "비애국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는 겁니다.

“은메달이어서 죄송” 사과하는 中 선수들

최근 영국 BBC는 도쿄 올림픽 탁구 혼합 복식에 출전한 중국 대표팀은 지난주 은메달을 딴 뒤 사과의 눈물을 흘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리우 시웬 선수는 "팀을 망친 것 같다. 모두에게 죄송하다"고 말했고 수신 선수도 "중국 팀 전체가 이 결과를 수용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BBC는 이들이 결승전에서 일본에게 패하자 온라인이 들끓었다며, 일부 '키보드 워리어'들은 웨이보에서 이들이 "나라를 망쳤다"며 선수들을 공격했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문제가 된 것은 탁구 경기만이 아니었습니다. 대만을 상대로 한 배드민턴 복식 결승에서 패배한 선수들도 웨이보상에서 "전혀 노력하지 않았다" 등과 같은 심각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도쿄올림픽 탁구 혼합 복식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수신(왼쪽) 선수와 리우 시웬 선수./로이터연합뉴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중국의 과도한 민족주의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중국 내 많은 국수주의자들에게 있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는 것은 비애국적인 행위로 인식되기 때문이죠. 네덜란드 라이덴 아시아센터의 플로리안 슈나이더 박사는 "이들에게 올림픽 메달 순위는 국가의 기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행위이자 국가의 존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외국인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은 국가를 실망시키거나 배신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역사를 고려할 때 국수주의자들에게 있어 지난 탁구 경기는 단순한 운동 경기가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대결이었다고 슈나이더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하나의 중국’을 고수하며 대만을 자국의 영토로 보는 상황에서 대만과의 경기에서 패배한 중국 선수들이 비난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금메달이 항상 면죄부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양첸 선수는 과거 웨이보에서 나이키 신발 콜렉션을 자랑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앞서 중국 위구르 강제노동 이슈와 관련해 나이키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났던 상황에서 양첸 선수의 행보가 달갑지 않기 때문이죠. 현재 이 게시물에는 "중국 선수가 왜 나이키 신발을 모아야 하느냐"며 "오히려 나이키 보이콧을 주도해야 하지 않느냐" 등의 댓글이 달린 상태입니다.
이 밖에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 진출에 실패한 왕루야오 선수는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 쫄았던 거 인정합니다. 3년 후에 다시 만나요."라는 글과 셀카를 웨이보에 남긴 뒤 엄청난 비난과 비아냥을 받고 글을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웨이보가 이용자 33명의 계정을 정지시킬 정도로 이 선수에 대한 비난은 엄청났다고 합니다.


지난달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목표는 금메달…"반드시 1위해야"

'금메달'만을 목적으로 내세운 중국의 스포츠 문화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일까요. 뉴욕타임스(NYT)는 "국가의 영광을 위해 금메달을 따는 것"만을 스포츠의 목적으로 내세우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은 거의 포함되지 않는 것도 문제죠. 중국이 이번 도쿄올림픽에 지난 베이징 올림픽 이후 가장 많은 413명의 선수를 보낸 것은 가장 많은 금메달을 획득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실제로 거우중원 중국 국가체육총국장은 올림픽에 앞서 "우리는 금메달에 있어 반드시 1위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압박을 받다보니 일부 선수들은 도핑을 저지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을 때 말도 안되는 비난을 받고 사과하는 행태까지 나타난다는 겁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유로 기권을 선언했던 미국의 시몬 바일스가 국내 팬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것과 달리 중국 선수들이 은메달을 획득하고도 눈물을 흘리는 것은 이런 차이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애국 교육에 공산당 가입까지…젊은층 휩쓴 민족주의



젊은층을 휩쓴 민족주의는 올림픽에 대한 집착을 더욱 강화합니다. 사실 중국의 민족주의는 젊은층에서 더욱 심각한데요,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직후 학교에서 입헌 민주주의와 보편적 가치, 시민 사회, 자유 언론 등의 개념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했다며, 이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에는 이미 수년간 학교에서 애국 교육을 받은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학교에서는 애국심을 심어주고 온라인에서는 검열을 강화했는데, 이 때문에 지금의 젊은 세대는 외국의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면서도 중국의 성취에 대해서는 어느 세대보다 방어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겁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급증하는 공산당원 수입니다. 타이베이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공산당 당원 수는 사상 최다인 243만명이나 증가했는데요, 신규 가입자의 80%가 35세 이하일 정도로 젊은 층의 가입이 눈에 띄었습니다. 올해의 경우 증가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올 상반기 신규 가입자만 231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한 중국 정치 분석가는 타이베이타임스에 "시진핑 통치 하에서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은 급격히 줄어든 반면 정부의 프로파간다와 친공산당 교육은 증가했다며, 이 때문에 중국만을 알고 있는 20대들 사이에서 민족주의가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EPA연합뉴스


사실 우리에게도 ‘은메달’이어서 죄송하다고 눈물 짓는 선수들의 모습이 낯선 것만은 아닙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은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였고 이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죠. 하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이제는 결과가 아닌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일반화된 것 같습니다.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내년 2월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계인의 축제’라고 불리는 올림픽, 과연 중국은 다음 올림픽을 축제로 즐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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