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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
[여명] 표본실의 청개구리와 중국의 전랑(戰狼)외교

서정명 산업부장

규제 완화·고용 유연화 우이독경

기업 표본실 청개구리 신세 전락

中 공세적 외교도 도사리고 있어

"기업이 국력·국부" 인식 전환을





개구리가 사지(四肢)에 핀이 박힌 채 ‘칠성판’ 위에 널브러져 있다. 옛날에는 사람이 죽으면 관 밑에 북두칠성이 새겨진 칠성판을 깔았다. 칠성판은 죽음이다. 중학교 2학년 때 겪은 청개구리의 비참하고 불쌍한 이미지는 지금까지 나의 머리에 교착(膠着)돼 있다. 수염 텁석부리 선생은 박물 실험실에서 개구리를 해부한 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장을 하나둘씩 끄집어낸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 여러분 이래도 아직 살아 있는 것을 보시오”라며 뾰족한 바늘 끝으로 여기저기를 쿡쿡 찌른다. 오장을 빼앗긴 개구리는 진저리를 치며 발딱발딱거린다.

염상섭이 지난 1921년 ‘개벽’지에 발표한 단편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의 한 대목을 풀어 쓴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 전개되는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서둘러야 하는데 국회와 정부가 쏟아내는 뭉텅이 규제에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상법(다중대표소송 신설·감사위원 분리선임)을 비롯해 공정거래법(사익 편취 대상 확대·전속고발권 폐지), 노동조합법(해고자 노조 가입 허용),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대기업과 중기 협력 이익 공유), 유통산업발전법(복합쇼핑몰·백화점도 영업 제한), 지역상권상생법(대규모 점포 설치 금지) 등 고구마 줄기 엮듯 대기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수(數)를 앞세운 무소불위 슈퍼여당이 통과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손봐야 할 대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규제 법안과 정책을 양산할 공산도 높다. 경총·전경련·대한상의·중기중앙회 등 경제 단체들이 부작용과 후폭풍을 우려하며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우이독경(牛耳讀經)이다.



거대 노총은 옛날 삼한시대 소도(蘇塗)가 됐다. 불법과 탈법을 저질러도 근접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 집단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는 지난달 23일부터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 경찰에 시설물 보호를 요청했지만 소용없다. 공권력은 공(空)이다. 눈앞에서 법치와 상식이 무너지고 있는데 여당과 정부는 수수방관이다. 일터를 구하지 못해 눈물 흘리는 청년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노동 유연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노조 심기를 건드릴까봐 일언반구도 못하고 있다. 강산이 네 번이나 변했는데 여태 ‘전환시대의 논리(1974년)’를 신줏단지 모시듯 끌어안고 있다.

우리 경제는 미국과 중국이 혈투를 벌이는 ‘주요 2개국(G2) 패권 전쟁’ 영향권에 놓여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유럽연합(EU)·일본·호주 등과 전개하는 안보 동맹과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와 과학기술 중국몽, 쌍순환 정책을 통해 홍색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에 편승하지 않을 경우 경제 보복을 단행할 게 뻔하다. 전형적인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다. 2016년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무자비한 해코지를 가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기업이 국력(國力)이고 국부(國富)다. 미국과 중국이 대만의 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TSMC에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초격차 미세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TSMC가 대만의 국격을 높인다.

이념에 빠진 낡은 기업관을 용도 폐기해야 할 때다.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전기차·수소선박 등 미래 첨단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 전랑의 희생물이 된다. 뭉텅이 기업 규제를 풀고 균형잡힌 노동정책을 세우고 기업 현실에 맞는 탄소 중립 정책을 짜는 것이 첫걸음이다. 우리 기업이 표본실의 청개구리 신세가 돼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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