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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2050 탄소중립’ 말로 하나

꿈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 요원

재생에너지 저장 설비에 2년치 예산

“탄소중립 선택 아닌 필수” 당위만 외쳐

대선 주자, 국민에 구체 방안 제시해야





최근 재미있는 사진 두 개가 신문에 실렸다. 하나는 4일 제주도 곽지해수욕장에서 비키니를 입은 서핑족이 파도를 즐기는 사진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 선양의 한 식당에서 정전이 되자 손님이 스마트폰 손전등을 켜고 국수를 먹는 사진이다. 두 사진을 연결하는 핵심 단어는 기후변화다. 기후변화의 결과로 10월 제주도 기온이 30도까지 오르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중국이 석탄 발전을 줄였다가 정전 사태를 빚은 것이다. 기후변화가 어느새 지구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일상에까지 파고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세계 모든 사람이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2050년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2050 탄소 중립’ 비전은 많은 나라가 그런 공감 속에서 합의한 지구적 차원의 도전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 중립을 공식 선언한 데 이어 올 8월 국회는 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켜 탄소 중립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문제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구체적인 실천 전략으로 내놓은 탄소 중립 시나리오가 워낙 터무니없고 허황돼 실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탄소 배출량 1위 업종인 철강 산업에 주어진 임무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낼 때 사용하는 환원제를 석탄에서 수소로 바꿀 수 있어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어디에서도 아직 상용화하지 못한 꿈의 기술일 뿐이다. 수소환원제철 국제 포럼이 48개국 1,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6일 서울에서 열렸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수소환원제철이) 결코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 말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기술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탄중위가 제시한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 기술(CCUS) 역시 전체 산업에서 나오는 탄소량을 모두 흡수하고도 남을 정도로 위력이 대단하다. 하지만 이 기술 역시 상용화 시점이 불투명하다.



시나리오대로 2050년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려면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현재의 6%에서 최대 70.8%로 올려야 한다. 태양광발전으로 이를 충당하려면 서울 면적의 10배에 가까운 부지가 필요하지만 확보 방안이 없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날씨나 시간대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생산 전력을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가 있어야 한다. 탄중위 검토 의견에 따르면 ESS 구축에 최대 1,284조 원이 필요하다. 2년치 정부 예산이 고스란히 들어가야 하는 셈이다. 원전 비중을 6.1%까지 낮춘 것도 문제가 있다. 시나리오에 ‘잔여 원전 등 무탄소 전원을 활용하고’라는 문구가 있는 것을 보면 탄중위도 원전이 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 에너지인 것을 인지하고 있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영향 받아 시나리오를 왜곡하면 안 된다.

2050 탄소 중립에 대해 문 대통령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하기 싫다고 하면 굶어 죽는다. 피해 갈 수 없다”고 경고한다. 홍남기 부총리는 “기업과 정부가 어렵지만 함께 가야 할 길”이라고 못 박는다. 모두가 당위만 외칠 뿐 방법은 제시하지 않는다. 무책임하기는 다음 정권을 책임지겠다는 여야 대선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탄소 중립은 어차피 다음 정권에서 주도적으로 맡아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는 대선 주자가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050 탄소 중립을 목표로 삼되 그 달성 시기는 2040년까지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오히려 한 걸음 더 나갔다.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것 외에 달성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하려고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시나리오 확정은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는 2050 탄소 중립이 불가능하다. 모두가 진지하게 논의해 달성 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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